아주 오랫만에 비가 내렸다...
아스팔트에 튕겨져 다시 하늘로 솟는 빗방울...
그 사이로 커다란 골프우산을 쓰고 말끔히 걸어가는 한 사내를 보았다...
깔끔한 세미정장풍의 옷을 입고 옆구리엔 검은 맨즈백을 낀 채....
한 손엔 휴대폰을 들고서 불안한 자세로 어디론가 전화를 하는 그 사내...
통화연결음에 숨을 죽이고 흘러나오는 노래를 듣다가...
이내 상대방이 전화를 받지않음에 엔드 버튼을 누르고...
다시금 전화번호부를 쉴새없이 보며 전화할 곳을 찾는 그 사내...
그 사내의 눈이 빨갛다...
술이 아직 완전히 깨지 않은 사내의 눈에...
내일에 대한 걱정이 녹아들어있다...
그래서인지 손가락 움직임이 차츰 빨라진다....
어렵사리 연결되는 누구와의 전화...
보고싶었다고...
그게 과연 진심일까....
한창 사랑할 때의 보고픔과 그리움....그래서 더 외로운 마음...
그래서 더 행복해하고 더 기다림이 즐거울 수 있는 마음...
사랑한다는 말이 하기 힘들어도 용케도 그 사랑이 전해짐에 안도하던 마음...
그 때는 사실이다...
허나 지금은...
다시금 그 때의 힘들지만, 그래서 더욱 좋았다고 생각되는...
그 마음을 찾기 위한 다른 마음일 뿐...
사내의 생일날 멀리서 사내를 만나러 내려온다는 그 여자...
그 말에 걸음을 멈춘 사내는...
웃었다...
그래...다 그런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