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우절 거짓말은 식상하다.
그런데 난 오늘도 만우절 뻥에 속았다.
근데 내가 하는 뻥은 다 안믿었다.
게다가 먼저 뻥친 친구가 그래도 난 니가 상처받을까봐 약한 뻥을 쳤는데 넌 그런 뻥을 치냐..그러길래 속아주지도 안았음서 책하는 소릴 들었다.
내 뻥에 뭐라고 한 말이 아니라 그래도 평소 약한 나를 배려한 뻥을 쳐준게 넘 고마워서 맘이 애틋했다.
별게 다 애틋해.
오전에 내 동생이랑 이마트에 갔다.
아침 신문에 껴서 들어온 전단지에 혹해서 갔는데 돈이 많이 나갔다.
막내 동생은 애가 착하구 자상한데다가 재밌고 애교스럽다.
그런데 별로 행복할꺼 같지가 않다.
이상하게 그런 기분이 든다.
그래서 그 앨 보고 있음 좀 애틋하다.
약속있어서 나갈려는 찰나에 전화가 왔다.
그 동안 한번도 없었던 원고 독촉 전화를 내포한 안부전화였다.
그때 미팅땐 연락도 자주 하고 자료도 보내주고 그러겠다며 원고료 얘기도 하더니 돌아와선 한마디도 없어서 내심 불안과 안도를 함꼐 느끼면서 나태하게 지냈는데 그새 약속한 한달이 임박했을 줄이야.
그 전화 받으니까 좀 가슴이 두근거렸다.
스트레스성 귀차니즘 유발 증세다.
외려 내가 더 큰소리로 그 동안 왜 연락도 안하고 불안하게 침묵했냐면서 내일까지 원고 샘플 3가지 보내주겠다구 끊었다.
그러구 끊었는데 으흐흐..
원고는 무슨 원고냐..지금 나가서 친구 만나고 늦게까지 놀다 올껀데..흐흐
저녁때 간만에 삼인 식구들을 만났다.
유나기랑 그나니랑 정나미언니랑 고갈비집에서 고갈비 먹구 아루에서 애기나눴다.
정남언니는 정말 아는것도 많고 아는걸 참 논리적으루 잘 설명한다.
부럽다.
그리고 또 재밌다.
그나니는 항상 멤버중에서 에너자이저 같다.
다 지쳐도 혼자 백만 스물 하나를 세고 있을꺼 같다.
그리고 어떤 방면의 대화도 잘 풀리는 스탈이다.
꽉막힌 사람하고만 아니면 누구랑도 대화가 될꺼 같다.
유나기는 요즘 애들 같지 않아서 좋다.
요즘 애들 같다는게 어떤거냐구 하면 뭔지 잠시 주춤한데..
그다지 10년 차이의 세대차이를 못느끼겠다.
정남언니랑은 무려 띠동갑이다.
이런 우리 멤버가 자랑스럽다.
이렇게 희한하게 모여 놀아지기도 힘들꺼다.
난 삼인에서 만난 친구들이 다 좋다.
돌아오는 전철이 쌔삥 전철이었다.
좌석도 특이하고 천정도 특이하고 손잡이도 특이한 전철이었는데 이런 행운을 잡아서 좋았다.
그나니랑은 헤어질때 마다 전철 쑈를 한다.
그나니는 밖에 나는 안에서 각종 모션으로 전철 쑈를 즐긴다.
우리만의 전철 이별 세리모니다.
즐겁다.
유나기랑 엠피3의 이어폰을 나눠끼고 린킨 파크 노래에 같이 해드뱅하고 노랠 불렀다.
물론 쪼꼬만 동작으로 쪼꼬맣게..^^
유나기 내리고 노원역으로 우산 갖고 나오라고 내 동생을 불렀다.
오전에 같이 이마트 쇼핑으로 시작한 동생과의 하루가 동생이 가져다 준 우산 쓰고 집에 들어오는걸로 마쳤다.
참 노원역 개찰구에서 늘 자주 보는 풍경을 봤다.
한 커플이 개찰구 앞에서 헤어지지 못하고 꽉 끌어 안고 아쉬워하고 있었다.
끌어안았다가 다시 마주보고 뭐라고 말하다가 다시 얼싸안고 그렇게 서로의 눈에 빠져서 감상하다가... 헤어지는 것까지 보지 못하고 난 내 갈길을 갔다.
우리 동네는 청소년 다수 출몰지역이라 커플 인구밀도도 높아서 저런 애정행각쯤은 예사다.
근데 난 그 장면을 볼때마다 가슴이 애틋해 진다.
왜냐면 서로 애틋해하는걸 느끼기 때문이다.
그건 나 혼자서 두 사람의 감정을 다 느끼는 느낌이다.
이 헤어지는 순간이 그들에게 서로를 확인시켜주는 좋은 시간일꺼다.
하루동안 함께 보낸 즐거움이 아쉬움속에 더 농축되어 드러나는 시간이다.
그리고 너나 할꺼 없이 둘 다 이 짧은 이별의 순간을 애틋해 한다는걸 감정으로 교환하고 있는 시간이다.
그 느낌이 지켜보기만 해도 애틋하다.
나도 저 느낌 안다.
헤어질때 애틋해져서 한번이라도 더 만져보고 체온을 교환해보고 그 느낌을 기억한 채로 돌아서서 집으로 가야만하는 마음.
좋기도 하고 아쉽기도 하고.. 아쉬움도 좋은 감정.
아쉽지 않다면 오히려 안 좋았을꺼다.
난 아쉽고 애틋한데 상대쪽은 별로 안그럼 얼마나 싫어.
아쉬움은 남지만 서로 아쉬워하기 때문에 교환되는 동감의 감정이란건 행복으로 이어지기 때문에 그들은 아쉬워 하고 서글퍼 하지만 그래도 행복해하고 있다.
짧은 순간 그 느낌을 대리로 다 느끼고 있는 내 맘은 그 들을 지나쳐서도 계속 내 맘을 애틋한 감정으로 채워서 애틋한 웃음을 지게 한다.
그리고 그들이 잘되길 행복하길 사랑으로 인해 성장하길 작은 축복을 빚어 보낸다.
그리고 그런 흔한 사랑마저 못누리고 있는 내 맘에 대한 아쉬움으로 집중되면서 조금 씁쓸해진다.
그리고 다시 강해지자고 나를 다지게 된다.
그런 아이같은 사랑을 못느끼더라도 어른 같은 성숙한 사랑해보면 되지뭐.
어쨋든 사랑하믄 될꺼 아냐.
그래 맞어.
집에 들어왔다.
원고해야 하는데..
젠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