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주일만에 쓰는 내 일기의 첫머리를 무어라 잡아야 할 지 참 난감하다...
누군가에게 실로 오랫만에 쓰는 연애편지도 아닌데 이렇게 고민해야하는 까닭이 무언 지...
쳇바퀴 구르듯 낮과 밤의 짜여진 틀 속에서 큰 오차 없이 며칠을 겨우겨우 버텨오다가...
바로 어제 정말 어이없게도 마지막의 뒤를 이은 또 한 번의 나태한 내 모습을 보였고...
바로 또 오늘 마지막일거란 예상을 깨고 또 한 번 날 용서하는 계장님의 넉살좋은 웃음에서 비로소...
하루내내 죽은 듯 일하면서 느껴야했던 스트레스가 유스트레스로 전환됨을 느꼈고...
그로인해 낮에 과민성 대장 증후군을 염려하면서 샀던 위장약이...
적어도 오늘만큼은 쓸모없게 되버려서 정말 행복했던 하루...
걱정이 풀리니 그제야 현재에 더욱 충실할 수 있어서 더욱 빨리 흘렀던 저녁시간....
굳이 먼 과거까지 돌이켜보지 않더라도 늘 나는 이런 삶을 살아왔던 것 같다...
한 권의 책을 통해서 두 눈이 커질만큼 큰 깨달음을 얻고서도 이내 며칠지나 잊어버리고...
한 편의 영화를 통해 그 지워지지 않는 장면에 나를 투영해 슬퍼하다 다음날이면 또 잊어버리고...
어떤 계기로 근사한 계획을 세우고서도 작심삼일을 겨우 넘기고 좋아하다 이내 흐지부지되버리는...
정말 내 의지가 나약한걸까...??
한 번 나쁜 쪽으로 뻗어나가는 생각의 꼬리에 이런저런 것들이 다 얽히는 것 같다...
쓸데없는데다 돈은 왜그리도 많이 썼는 지...
시간은 왜그리도 허망하게만 보냈는 지...
잘해줘야지 맘먹으면서 돌이켜보면 제 때 연락 한 번 제대로 못해주었고...
안 그래야지 하면서도 어느 순간 정신차리면 또 자연스레 그 속에 빠진 내가 있고...
사람사는 게 다 그런거라 누군가 날 위로한다해도 결코 나아지지 않을 침울한 마음...
지금 이 글을 쓰는 순간만큼은, 악덕조련사에게 매맞으면서 재주를 넘는 곰이 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