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볼빨간
 나를 위해서   2005
반짝반짝 조회: 2686 , 2005-08-08 04:59
대구 집에서 휴가를 너무나 잘 보내고
오늘 강릉으로 돌아왔다.
나를 위한 휴가가 목적이었기에 집에서 보고 싶었던 부모님을 만나며 편히 쉬었다.
보고 싶은 친구도 많이 만났고 먹고 싶은 것도 잘 먹었으며
답답했던 마음도 많이 풀렸다.

못만난 사람도 있지만..
이번 휴가 때는 J를 두번이나 만났다.
언제나 내 질문의 주제가 되는 녀석.

시간이 많이 지났으니 이제는 말해도 될 거라고 생각했고
생각하지도 못했던 것으로 이야기를 꺼냈다.
옛날의 나에게 미안한게 없냐고 물었던 난. 당연히 없다고 대답할 J를 기대했지.
J는 뜻밖의 질문에 대해 모르겠다고 대답했었고
난 그래서 은~이야기를 꺼냈다.
그는 약간의 시간이 흐른 뒤 둘은 그냥 친구사이일 뿐이라고 말했었다.
그래서 난..그것 때문이었다고 이야기했지.
그것과 내게 잘못왔던 문자 한통, 나로 인해..오래 만나지 못했던 우리 때문에 헤어지자고 했었다고.
옛날의 내가 왜 헤어지자고 했었는지 다 이야기했고
J는 그것에 대해 설명(?)했다.
은~때문이라고 생각할 줄은 몰랐었다..그때부터 지금까지 친구사이였다.
진작에 물어보지 그랬냐고.
그때 처음으로 제대로 사귄 게 J에게는 큰 의미였는데 오랜 시간 만나지 못하는 건 큰 이유일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그 말을 듣고는 내 맘이 정말 기뻤다.
내가 J에게 기억되지 않는, 귀찮은, 아무렇지도 않은 .. 등등의 의미없는 뜻을 가진 사람은 아니었구나

그리고 또 무슨 말을 오래했었는데 거의 생각이 안난다.
J의 여자친구가 무슨 일을 하는지 알게 되었었고
J는 여친의 직업이 그리 내키지 않는 듯했고..
J는 그날 만났던 내 친구를 자기 친구에게 소개시켜 주고 싶어했다.

J 나는 너를 잘 몰라 그건 너도 마찬가지일거야
내가 알던 너는 어리버리했고 소심하고 내성적이고 나에게 너의 의견도 잘 못 밝혔던 아이였는데
나는 지금 너의 변화를 인정해.
지금은 똘망똘망하고 씩씩하고 할 말 잘 하지.
근데 너는 날 잘 모르잖아.

그리고 집으로 가는 길..
거기까지인가..결국 내겐 있지도 않았던 오해를 풀었고 내가 스토커같은 존재는 아니었다는 게 단가..

내가 가진 시간은  집으로 가는 길뿐이었다.
나는...앞으로 어떤 가능성도 없는가..
내가 4년 반동안 혼자서 생각해왔던 것이 입 밖으로 나오는 건 쉽지 않은 일이었다.
그래..그래서 그가 웃었던가
대답없는 J에게 정 없는 녀석이랬더니 자기 엄마가 자기에게 그렇게 말한단다.

내게는 그동안 많은 감정의 변화가 있었어도 결국엔 변하지 않는 단 하나의 감정만 남았다.
그러니 어쩔 수가 없다.
앞으로 난 가능성이 없는가..그것에 대해서는 말을 해주어야하잖아 이녀석아

그래..너는 내게 닥이나 잘 키우라고 했지 내 닥은 너와는 상관없는 닥이야..
없으면 없다고 말하면 되는 것을. 살아가면서 내가 가질 조금의 희망도 없다면
그렇게 이야기해주면 되는 거잖아..

닥이 있잖아 키워서 잡아먹으면 되지
네 대답은 계속 그거 뿐이었어.

집에 안가고 버티는 내게 마침내 두 글자 들려왔지
없다.....
나는 아무 생각도 아무 말도 할 수가 없었어.
그렇게 오래 너를 봐왔고 지금 순간 조차도 너를 보고 있는 내게
그래, 딱히 너의 다른 대답을 원한 건 아니었어.
그냥 네 입으로 네 생각을 듣는게 중요했던거야
그런거구나..이게 마지막이라면 내 눈안에 꼭꼭 담아놔야지..
그래서 습기가 차오르려는 눈의 눈물샘을 꼭꼭 잠그고 뚫어져라 너만을 보고 있었어.
그리고 그 뒤에 지금은.이라고 네가 말했지.
그 말 듣고 나는 집에 가고파지더라
너 나 가지고 노는 건 아니고 네 속마음 이야기하는 거 알겠는데 어차피 안된다는 거잖아.
나를 위로하면 안되는 거잖아 그건 곧 나에게 희망을 주는거잖아.

돌아서서 왜 없어? 라는 내 질문에 너는 또 웃었지.

내가 싫으면 연락도 안하면 되지 왜 해..묻는 내가 우스웠었지.
너는 또 내게 희망을 주더군.
이런 말하면 안되는데 니가 싫지는 않다.
ㅎㅎㅎ
그런거야?
내가 3년 걸쳐서 그렇게 귀찮게도 전화하고 문자를 보냈는데
너는 그것을 거절하면서도 내가 싫지는 않은거야?
그럼 나머지 1년 반동안 네 마음이 달라진건가 아니면 나를 알게된 건가

닥이나 잘 키워서 잡아먹으라는 네 말, 내게 가능성은 없다는 네 말. 지금은 내게 가능성이 없다는 네 말은 남자친구가 있으니까 안된다는 거. 그리고 너도 여자친구가 있지.

우리 서로 다른 것을 바라보는 사람들.
하지만 네가 네 여자친구를 그리 긍정적으로만은 이야기하지 않았던 거.
그건 나의 희망.
주말마다 해보았던 연락. 어쩌다 한번 안했는데 그 다음주에 네 스스로 보내왔던 문자.
그건 나의 희망.
지금은 가능성 없다는..4년 전에 똑같이 했었던..남친 때문에 안된다는 네 말
그건 나의 희망.

J..나는 너없이도 살 수 있어.
그렇지만 내가 살아갈 희망이 없어. 내가 누리고 싶은 행복은 너와 함께이니까..
그래서 나를 너를 목표로 살아갈거야.
너를 목표로 내 자신을 위해서.

네가 날 알고보면 깜짝 놀랄 것이야~
나는 나중에 갖게 될 내 아기들을 잘 키우고 싶어. 그러려면 아기들에게 존경받는 부모가 되어야 해.
나는 충분히 그럴만한 훌륭한 직업을 갖구 있는 걸.
내가 가진 직업은 살아가기에 충분한 보수를 약속해줄거야.
그럼 그걸 함께 누리는 사람은 행복하겠지.
나는 내 외모에 관심이 없는 것도 아닌 걸
나는 늘 나를 잘 꾸미기 위해 찾는 사람이고 그럴만한 가치가 있는 나야.

내 목표는 너지만 나는 내가 가야할 길을 간다.
내 길을 열심히 가다보면 언젠가 다시 너를 보게 되겠지..

이제 나 혼자만 앞서가지 않아. 나는 네게 좋아한다는 말 하지 않을거야
이제 내가 할 수 있는 건 나를 위해서 노력하는 것 뿐..
대학원을 가든지, 치료실을 오픈하던지...나는 내가 가야할 길을 갈께
그러니 너도 너의 길을 부지런히 걸으렴..
대신에 내가 보이지 않는 곳까지 너무 멀리까지 가지는 말아 줘
그것만 바랄게.
내 눈에 보이는 곳에 존재하는 사람이길 바랄 뿐이야..

이제 난 나를 위해 살아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