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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야(娜夜)
 우리들의 행복한 시간-공지영   독서후기
이거 꼭 찍어야돼..?? 조회: 2953 , 2006-03-21 21:36

  

첫-처음이란 표현을 쓰는것이 적당할런지는 모르겠으나, 현재 이 일을 시작하고나서의 처음, 월급을 받고, 가장 먼저 사고 싶었던건 주저할것 없이 이 책이었다...
이미 무얼살까 많이 생각해놨었고, 책은 그 값에 비해 빚어내는 효과가 가장 큰 산물이라 늘 생각해왔기때문에 평소에 읽고 싶던 책을 사러 서점을 갔고, 이 녀석(?)은 서슴없이 내 손아귀에 뛰어 들어왔다.
그날은 바람이 차가웠고, 길을 걸어갈땐 계속 앞으로 나아가는것 외엔 다른 생각을 할 수 없게 만드는, 내 생각마저 얼어붙게 만드는 겨울밤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책을 산 기쁨에 휩싸여 늘 그렇듯이 집에 도착하기도 전에 책을 펼쳐보았고, 첫장의 문구부터 심상치않게 내 가슴에 파고 들기 시작했다.

"아버지 저 사람들을 용서하여 주십시오. 왜냐하면 저들은 자신들이 무슨 일을 하는지 모르고 있기 때문입니다." - 처형당하던 서른세 살의 사형수 예수

그리고 이어지는 [블루노트]...

[정윤수]라는 사람이 있었다. 어렸을적 어머니는 집을 나가고, 가난한 알콜중독자-직접적으로 작가는 이 표현은 쓰지 않지만, 쉽게보면 이렇다-아버지 밑에서 윤수와 윤수의 남동생 은수는 어린시절을 불우하게 지낸다. 아버지의 매질과 분노에 휩싸여 아버지를 미워하고 오직 하늘아래 자기 두 형제만을 의지하며 지내고 설상가상으로 동생은 아버지로 인해 눈이 멀고 아버지는 얼마가지않아 죽음을 맞이한다.

이들은 곧 고아원으로 보내지고 어느날 어머니가 찾아온다. 어머니는 재혼을 하셨고 그쪽 식구들과의 불화로 인해 결국 그집에서 또 다시 고아원으로 보내지고, 눈먼동생과 형 윤수는 자연스레 점점 어두운 친구들과 어우러지게되고, 세월이 얼마 흐르지 않아 동생마저 죽음을 맞이하게 된다.

동생을 잃은 슬픔도 잠시, 세상에 혼자남은 윤수는 범죄에 본격적으로 발을 들여놓게되고 그러던 와중에도 사랑하는 여자를 만나 손을 씻고 잘 살아보려 노력한다. 하지만 임신을해 만삭이 된 그녀가 자궁외임신이라는 진단으로 급하게 수술비가 필요하게 됬고, 어쩔 수 없이 돈을 만들기 위해 찾아간 옛친구녀석의 부탁으로 마지막이란 생각에 또 다시 범죄를 저지르게 된다. 운명의 장난처럼 그들은 한정거장의 전철역을 더 가는 바람에 그 전부터 알고 지낸 한 여자를-계속 윤수에게 추파를던지던-우연히 만나게 되고 공범인 친구녀석은 그녀가 또 추파를 던지러 윤수를 방으로 끌고 들어가 이야기를-윤수는 이때도 돈을 꿔달라며 사정을 해보고 있었다-나누는 사이 건넛방에 있던 그녀의 딸을 강간하고 살인하기에 이른다. 비명이 나오고 여자와 윤수가 나가보니 일은 저질러져 있었고, 친구녀석은 그녀까지 살인하고 더군다나 때마침 벨을 누르고 일을 봐주러온 파출부아줌마마저도 같이 죽여버리게 된다. 모든일은 순식간에 이루어졌고, 친구녀석은 그녀와 같이 방으로 들어가는것이 일을 시작하는 싸인이라고 생각했다며 황급히 돈을 챙기기 시작했다. 윤수의 선택은 어쩔 수 없었다. 이왕 일이 이렇게 된것도 운명이다 생각해 일단 돈을 마련했지만, 친구녀석의 어이없는 자수와 거짓진술로 인해 그가 한 행동은 윤수가 윤수가 한 행동은 그가, 모든 죄는 윤수가 저지른것이 되어버렸다. 끝내 윤수는 경찰에게 검거됐고, 윤수는 묵묵히 자신의 모든 죄를, 친구의 죄까지 뒤집어써서, 결국 사형이라는 판결을 받게된다.

사형수 정윤수...
그런 그 앞에 [정유정]이라는 사람이 나타난다.
정유정-부유한 가정의 그녀는 어릴적 사촌오빠에게 성폭행을 당했다. 히지만, 정신병자-난 과감히 이 표현을 꼭 쓰고 싶었다. 그녀는 분명하게 미쳤고, 뭔가 심각하게 왜곡되어있다.-같은 어머니로 인해 그 사실을 그냥 덮어버릴수 밖에 없었다. 이로인해 그녀는 마음속에 큰 상처를 받았고 그 상처로 인해 치유할수 없는 트라우마로 정신과 치료까지 수차례받은 그녀는 이미 세번이나 자살을 시도했었다.

그녀에겐 그녀를 유일하게 이해해주는 수녀 [모니카]고모가 있었다.
모니카 고모는 구치소를 돌아다니며 항상 사형수들을 전도하고 그들의 고통을 덜어주시는 분이었다. 모니카 고모의 제안으로 정신과 치료를 받는대신 고모와 함께 구치소를 다니기로 한 정유정은 그곳에서 정윤수를 만난다. 그것은 사실 정윤수의 부탁 아닌 부탁때문이었다. 그녀는 대학가요제에서 수상한 이후 가수로서 적지않은 인기를 얻었고 그때 그녀는 어느 큰 대회서 대표로 애국가를 부른적이 있었다. 그 애국가가 정윤수의 동생이 살아생전 듣고 좋아했던 또 유일하게 부를줄 알던 그 애국가였다. 동생은 그 애국가를 부르는 여자가 엄마처럼 예쁠것이라며, 늘 윤수에게 이야기하곤했었고 이 얘기를 들은 모니카 고모가 그의 마음을 열기 위해 특별히 그녀를 동반해온것이었다.

이 두사람-윤수와 유정은 서로에 대해 점점 알아가기 시작하고 비뚤어져있던 두 사람 모두 서로에게 때론 힘이되고 때론 빛이되며 마치 거울과 같이 상대방을 들여다보며 서서히 마음을 열게 된다.
사형수와 부잣집 외동딸의 만남은 그들이 생각한 그 이상의 것을 서로가 빚어내지만, 결국 윤수는 "집행"을 당하게 되고, 오랜기간동안 그와 함께 시간을 보낸 유정은 삶과 죽음에 대해 진정으로 성찰하게 되고, 변화된다...

쓰레기통에 쳐박아버리고 싶은 인생을 사는 유정이 변해가는 과정...조소를 띄며 소리를 지르던 윤수가 변해가는 과정...이 책의 가장 중요한 부분이 아닌가싶다...
어느 한 페이지하나, 어느 한 문장하나, 내 눈시울을 적시지 않고 넘어간 부분이 없어, 한페이지를 차마 다 읽지못하고 항상 먼산을 몇번씩이나 바라보아야했다...

나는 이 책의 [구성]에 대해 가장 흥미롭다는 표현을 해주고 싶다. 어떻게 보면 츠지 히토나리/에쿠니 가오리의 [냉정과 열정사이]나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개미],[뇌]처럼 서로 다른 이야기를 다른 시각에서 한번씩 오고가며 나열되어있는 이야기의 구성이 읽는이로 하여금 흥미를 꽤 유발시켰다.
게다가 중간중간마다 나오는 그 상황에 딱 맞는 명언(?)들이 이 책의 내용을 더 가슴깊이 각인 시키는 효과가 있었던것 같다.

삶과 죽음...
우리가 하고자 하는 '진짜'이야기...
정말 중요한것은 "누구나 사랑받고 싶어하고 인정받고 싶어하며 실은, 다정한 사람과 사랑을 나누고 싶어한다는것, 그 이외의 것은 모두가 분노로 뒤틀린 소음에 불과하다는것, 그게 진짜라는것..."

살아있다는것이 곧 행복한 시간이란 것을 작가는 말하고 있는것 같았다...
귀중한 삶이다.
비록 내가 선택하고 원한것은 아니었지만, 어쩌면 그렇기에 더욱 더 소중한 시간들일수도있고, 어떠한 인생을 사는 사람이건 간에 그 안에는 값지고 고귀한 삶의 본질을 내포하고 있다는 것이다.
내 삶도... 그리고 너도...

평점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