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녀를 사랑한 선배이야기"
내겐 술선배라 불리우는 사람이 있다...
대학엘 와서 처음 알게된 그는...
언제든지 술을 사달라고만 하면 "ok~ "내지는 "콜~"을 외치는
그런 선배였다... 사람이 너무 좋은 나머지
이놈 저놈 사달라는 놈두 많았다...
그때마다 거절못하고는 없는돈 털어가며 술선배로서의
위용(?)을 과시했다...
..그런 그에게... 어느날 술한잔.. 하자는 전화가 왔었다...
술이라면 거절 못하는 나는 대충 옷가지를 챙겨입고는
나갔다...
... 내가 나간 자리에 선배는...
혼자 있었다...
소주 빈병이 벌써 3병정도가 비워진 상태였다...
..유난히 초췌해 보이던 선배...
나를 보자.. 반기며 술을 권했다...
선배 : 야야야~ 앉아라~ 그래두 너밖에 없다~
나 : 그걸 이제야 알았어? 얼른 한잔줘`~
선배 : ..자식~ 자...
뭐때문이었을까...?
평소와는 사뭇다른 분위기의
선배는 말없이 술만 주고 받고를 반복했다...
슬슬 취기가 돌은 나는 선배에게 무슨일있냐고 물었다..
" 무슨 일..? 아니.. 나같이 편하게 세상 사는 놈한테
무슨 일이 있겠어... 그냥... 그냥.. 술이 좋아서,,,"
" ... 무슨 일인데... 형... 말해봐... 크게 도움은 못되두
들어는 줄 수 있어... "
"됐어, 임마... 술이나 마셔.. "
...아무말도 없이 술을 마셨다...
우린.. 말없이 소주 서너병을 비우고는 일어났다...
평소 주량을 넘어선 선배는 몸을 가누지 못할 정도가 되었고..
나는 그런 그를 업어다가 택시를 잡고 그가사는 집으로
향했다...
... 그의 집으로 향하는 택시안에서..
그가 혀가 꼬인듯한 목소리로 물었다...
" 어디루 가는거냐... "
" 형네 집이지... "
갑자기 일어나며 다른 목적지를 말했다...
" 아저씨.. 미아리로 가주세요... 아, 아니.. 길음시장
쪽으로 가주세요.. "
" 형.. 거긴 왜..? 형네 집.. 도봉이자너.. "
" 가면 알어 임마~ "
...우리가 내린곳은... 아니나 다를까...
붉은빛이 감도는 사창가....
..난 선배를 쳐다봤다... 뭐가 그리 좋은지 히죽히죽
웃고 있는 그를 보며...
괜히 화가 났다..
" 형, 이런데 가자구 나 데리구 온거야? "
" 이런데..? 이런데가 어때서? "
갑자기 화를 내는 그...
" 난 이런거 싫어... 나 갈래... "
" 야! 여긴 뭐 사람 사는데 아닌줄 알어? 여기 있는 애들두
전부 사람이야! 니들이 뭐가 그렇게 잘났어? 니들두
다 똑같은 놈들이야!!! "
평소의 선배 모습이 아니었다...
늘 밝고 술을 마셔도 주사가 없던 선배의 모습과는
너무 대조적이었다...
나는 말없이 발길을 돌려 집으로 돌아왔다...
...다음날...선배에게 전활 걸었다...
그러나.. 받지 않았다... 다음날도 그 다음날도..
물론 학교에서도 보이지 않았다...
..한달 후쯤이었을까...?
선배로부터 전화가 왔다...
선배 : 잘지냈냐?
나 : 뭐야? 어떻게 된거야? 연락두 없구!
사람이 대체 왜그래?
선배 : 자식~ 안본사이에두 잔소린 여전하네...
니가 우리 엄마해라...
나 : 나원... 한달간 잠적했던 사람이.. 한다는 소리가...
뭐하구 살았어? 미아리에서 아주 뼈를 묻지그래?
선배 : ...................
갑자기 말이없어지는 그였다...
나 : ..어.. 형.. 장난이야.. 미안해...
선배 : 아니야.. 다름이 아니라...
나 부탁좀 들어주라...
나 : 무슨 부탁?
선배 : 일단 만나자... 학교앞 커피숍에서 보자...
..... 많은 얘길 들었다...
..선배가 사랑하는 사람의 얘기와...
그사람의 직업과... 그둘을 반대하는 주위시선과.
..돈을 받고 몸을 파는 여자...
...선배가 사랑하는 사람이란 얘길 듣고는...
농담이겠거니 했는데... 얘길 들어보니...
장난이 아님을... 단순히 던진 농담이 아님을...
그리고 진심이고 진실임을.. 알게 되었다...
나 : 부탁이란게 뭐야..?
선배 : 야.. 이왕들어줄거 너무 퉁명스럽게 하지말아라..
나 : 아니.. 형같으면.... 됐어...
(형같으면 창녀랑 이러쿵저러쿵 한다는데...좋은기분이겠어..
라고 말하고 싶었지만.. 그의 눈을.. 그의 진실됨을
너무나도 잘 알기에.. 아무말도 할 수없었다... )
선배 : 참관인이 되주라..
나 : 무슨..? 보증서달라구?
선배 : 하하.. 아니 그게 아니라...
....결혼식 참관인... 이 나이에...
그가 말하는 참관인이라함은.. 그가 사랑하는 그녀와의
결혼식에 참관인이 되어달라는 것이었다...
집안에서도.. 주변 친구들에게도.. 환영받지 못하고...
천대 받아야만 하는 결혼.. 누구도 올리는 만무...
나 : 형.. 하나만 묻자...
선배 : 뭔데..?
나 : 정말.. 후회하지 않을 자신 있어?
잘살 자신 있어?
선배 : .... 솔직히.. 잘살 자신은 없다...
대신.... 행복하게는 살꺼야...
...그 한마디를 하면서 보이는 그의 엷은 미소가..
그렇게 따스해 보일 수 없었다... 주변의 그 어떤 차가운
것들도 녹일듯한 따스함... 그런 그이기에..
나는.. 참관인으로서... 그와 그녀의 결혼식장에 서게되었다..
... 도봉동에 있는 작은 교회...
.. 하객은 나 한명...
..참관인두 나 한명...
..주례두 나 한명...
나 : 형, 이거 어떻게 된거야? 주례두 내가...?
선배 : 말없이 엄지손가락을 치켜 올리는 그...
난 그날.. 내 인생에 있어서 처음으로 주례사를 낭독했다...
나 : 신랑, 신부 고개를 드세요...
신부를 봤다... 24이란 나이에 걸맞지 않게 앳된얼굴...
그러나 모진 세파에 시달린 아픔이 서린 눈빛이..
왠지 모를 서글픔에 둘러쌓인 입술이...
... 이상했다.. 나도 모르게 쏟아지는 눈물이...
나 : 신랑은 신부를.. 검은 머리.. 파..파..뿌리 되도록
사랑하시겠습니까..?
선배 : 네!!
짜식.. 본건 있어서.. 근데.. 너 우는거냐? 떠는거냐?
고개를 들 수 없었다... 축복해주어야 마땅한 두사람의
서약앞에 눈물을 보인다는건 큰 결례가 될거란 생각에...
고개를 숙이고는...
나 : 우는거 아냐.. 떠..떠는.. 거..야..
내 ..내.. 나이..에 주례,,보는..게 쉬운..일이..야?
선배 : 그래..
나 : 계속 하겠습니다.. 신부는 신랑과 함께 평생토록
기쁠때나 슬플때나 함께 할것을 맹세합니까?
신부 : 네....
나 : ..이로..써.. 신랑..과..신..부의.. 맹세를 받들어..
두..사..람은...평생토록 함..께하게 되..었습..니다..
그 자릴 박차고 나오고 싶었다...
저벅저벅 문쪽으로 걸어가는 나를 잡아 세우는 선배...
선배 : 자식.. 결혼식날 재수없게..
울지마... 임마...
나 : 주례 끝났어.. 나 이제 갈꺼야...
그리고 다시는 연락하지마...
선배 : ....야...임..마... 연락 하래두 안해 임마!
내..내가.. 돈 많..이 벌어서.. 양..주 사준..다구
했었잖아... 그..약..속.. 지키게 ..해..줘...
나 : 누.가... 술선배..아니..랄까봐... 끝까지 .술..이네..
다 큰 남자들이.. 우는 꼴이란 정말...
더없이 상기된 가슴으로 그와의 대화는 정말...
뭐랄까... 아무튼.. 눈물이 멈추지 않았던건 사실이다...
신부가 다가왔다...
.... " 민이씨.. 울지마세요.. 형 이랑 저 잘 살께요... "
...더없이 예뻐보이는 그녀...
.. " 저.. 형..수라..불..러두 ..되죠..? "
활짝웃으며 형수가 대답했다..
" 그럼요... 그럼요... "
선배 : 임마!.. 그..럼.. 당연히 형수..지.. 제수겠..지..?
나 : 그래.. 알았어...
그와 그녀가 탈 택시를 잡았다...
선배 : 나 이제 간다... 자리 잡히는데로 연락할께...
나 : 됐어.. 때돈 벌면 전화..해... 그때 양주..나 사줘..
선배 : 자식... 나 간다.. 잘사룩 있어!
차에 오르는 그를.. 그의 뒷모습을 보며...
떠나가는 차 뒤에서... 난... 말했다...
" 형.. 잘살아... 혀..형수님두.. 해..행..복 하세..요..."
주책맞으리 만큼 눈물이 멈추질 않았다...
...난 아마도 세상에서 가장 머시고 아름다운 커플을 주례
했는지도 모르겠다... 세상 그 누구보다 아름다운 한쌍...
... 발길을 돌려 집으로 돌아오며... 난 훗날..
.. 내 생애 가장 아름다웠던 일을 물으라면...
오늘을 대답하리라 생각했다...
떠돌아다니다가 떠온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