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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아무도안믿어
 나탈리에 님께 쓰는 편지.   전화번호 수험일지
조회: 2510 , 2008-12-26 11:40




 


 


 알약을 선택한 덕분에, 내게 자살의 흔적은 남지 않았어.


난 여전히 젊고, 예쁘고, 총명해.


난 쉽게 남자들을 사귈 수 있을거야. 남자의 집이나 숲속에서 사랑을 나누겠지.


어느 정도 쾌락을 맛볼 순 있을 거야.


하지만 오르가슴이 지나가고 나면 공허감이 밀려오겠지.


우리는 더이상 할말이 없어질 거고, 그나 나나 핑곗거리를- "늦었군" 혹은 "내일 일찍 일어나야해"


같은- 내세울 시간이 되었다는 것을 알게 되겠지.


우리는 서로의 눈길을 피하면서 될 수 있는 대로 서둘러 헤어질 거야.


 


수녀원의 내 방으로 돌아가게 되겠지.


나는 책을 읽으려고 애쓰거나, 텔레비전을 켜고 매번 똑같은 프로그램들을 볼 거야.


전날과 똑같은 시간에 일어나기 위해 자명종을 맞추겠지.


도서관에서는 내게 맡겨진 일들을 기계적으로 반복할 거야.


 


난 극장 맞은편 공원에서 샌드위치를 먹을 거야.


언제나 똑같은 벤치에 앉아서.


역시 점심을 먹으려고 똑같은 벤치를 택해 앉는 여자들,


시선은 언제나처럼 텅 비어있지만 뭔가 엄청나게 중요한 일에 몰두하는 척하는 다른 여자들 곁에서.


 


 


난 다시 일터로 돌아가겠지.


난 누가 누구와 데이트를 했고,누가 무슨 일로 괴로워하고 있고,


누가 남편 때문에 울어 눈이 퉁퉁  부었다는 등의 험담에 귀를 기울이겠지.


 


나는 내가 특권을 누리는 여자라는 자부심을 갖게될 거야.


예쁘고,안정된 직업이 있고, 원하면 언제든 남자를 유혹할 수 있으니까.


 


퇴근 후면 다시 술집들을 전전할 거야.


그러고는 모든게 다시 시작되겠지.


 


내 자살 시도 때문에 불안해 미칠 지경이었을 엄마는 조금씩 공포에서 벗어나,


내가 앞으로 어떻게 살아갈 건지, 결국 따지고 보면 산다는 게 내가 생각하는 만큼


그렇게 복잡한 것도 아닌데 왜 다른 사람들 처럼 평범하게 살아가지 못하느냐고 계속 해서 물어대겠지.


 


"날 좀 봐라. 네 아빠와 오래 전에 결혼해서,가능한 한 최고의 본보기가 되려고,


너한테 최고의 교육을 시키려고 애썼잖니."


 


 


엄마가 매번 늘어놓는 똑같은 잔소리에 지쳐서,


그리고 엄마를 기쁘게 해주려는 마음에,


어느날 난 사랑하는 한 남자와 마지못해 결혼을 하게 되겠지.


 


 


결혼 첫 해에는 자주 사랑을 나누겠지.


두번째 해에는 조금 시들해질 테고.


상황이 더 나빠지면 우리는 서로 거의 아무 말도 하지 않을거야.


난 그 상황을 받아들이려고 노력하면서 내게 무슨 문제가 있는건 아닐까 생각하게 될거야.


 


 


우리의 결혼 생활이 아슬아슬한 지경에 이를 때쯤, 난 임신을 하게 될거야.


우리에게 아이가 생기면 한동안은 서로 더 가깝게 지내겠지.


하지만 상황은 곧 예전 상태로 되돌아가고 말 거야.


 


 


그때쯤이면 몸이 불기 시작할거야.


다이어트를 시도하겠지만,모든 노력에도 불구하고 끈질기게 불어나는 체중에


난 두손을 들고 말거야.


 


그리고는 우울증에 빠지지 않게 해주는 그 마법의 약에 손을 대기 시작하겠지.


마지못해 서둘러 치른 관계를 통해 애도 한둘쯤은 더 생길거야.


 


 


난 모두에게 말하겠지.


 


 


 


아이들 때문에 산다고.


 


 


 


실제로도 아이들 때문에 살 수 밖에 없을테고.


 


 


 


 


사람들은 우리를 여전히 행복한 부부로 여기겠지.


하지만 그 행복의 겉껍질 안에 숨겨진 고독,회한,체념은 아무도 모를거야.


 


 


 


난 늙고 비겁해져있을 거고,날 필요로하는 두세 아이의 엄마가 되어있을거야.


아이들을 키워 자리잡게 하기 전에는 난 모든 것을 내동댕이치지 못하겠지.


 


 


 


그때쯤이면 난 행동에 옮길 용기는 내지 못한 채 하루 종일 자살을 생각하며


아이들이 다 클 때까지는 기다려야만 할 거야.


 


어느날 나는 산다는게 다 그런거라는,


삶은 아무것에도 이르지 못한다는,


아무 변화도 없을거라는 결론에 도달하게 될거야.


 


 


그리고 그 삶에 적응해가겠지.


 


 


 


 


***


 


 


 


어린 시절 부터 그녀는 자신의 진정한 소명이 무엇인지 알고있었다.


그것은 피아니스트가 되는 것이었다.


열두 살의 나이에 첫 레슨을 받았을 때 부터 그녀는 그것을 느꼈다.


 


 


어느 날 그녀가 모든 것을 그만두고 피아노에만 전력하겠다고 밝히자,


엄마는 그녀를 다정하게 쳐다보며 이렇게 대답했다.


 


 


"피아노를 연주해서 먹고사는 사람은 아무도 없단다,얘야"


"하지만 엄마가 피아노 레슨을 받게하셨잖아요!"


 


"그건 오로지 너의 예술적 재능을 계발시키기 위해서였어.


남자들은 아내가 피아노 치는 걸 좋아한단다.


파티 같은데서 각광을 받을 수 도있고.


 


피아니스트 생각은 잊어버리거라.


 


열심히 공부해서 변호사가 될 생각이나 해.


장래성 있는 직업은 바로 그런거야."


 


 


엄마는 현실이 어떤 것인지 이해할 만큼 풍부한 경험을 가졌으리라고


확신한 그녀는 엄마의 말에 따랐다.


 


그녀는 고등학교를 마치고 대학에 들어가 훌륭한 성적으로 학위를 땄다.


하지만 그녀가 얻은 직업은 고작 도서관 사서직이었다.


 


 


 


"나는 좀더 미친 짓을 했어야만 했어"


 


하지만 아마
대부분의 사람들이 그렇듯, 그녀에게도 깨달음은 너무 늦게 찾아왔다.


 


 


 


***


 


한순간, 그녀는 세상에서 가장 사랑하는 사람,엄마에 대해서도 증오심을 느꼈다.


엄마는 딸이 훌륭한 교육을 받을 수 있도록,


피아노와 바이올린을 배울 수 있도록 자신의 삶을 희생했고,


자신은 몇십 년 째 입는 낡은 옷 한 벌로 만족하면서,


딸만은 공주처럼 차려입도록, 유명 상표의 옷을 입고 신발을 신을 수 있도록


밤낮으로 일한 완벽한 주부였다.


 


'어떻게 나는 내게 사랑만을 준 누군가를 증오할 수 있는거지?'


 


그녀는 자신에게 쏟아진 사랑을 증오했다.


그 사랑은 아무런 대가도 요구하지 않았으므로.


그것은 자연법칙에 반하는 부조리하고 비현실적인 것이었다.


 


그 사랑은 그녀를 죄책감으로 가득 채워놓았고,


그녀가 꿈꾸는 모든 것을 포기하는 한이 있어도


그 사랑의 기대만큼은 충족시키고픈 욕망을 그녀에게 불어넣었다.


 


 


 


 


***


 


 


"난 미쳤어. 난 미친 여자로 남고 싶거든.


다른 사람들이 강요하는 방식이 아니라, 내가 꿈꾸는 대로 내 삶을 살고 싶거든.


 


저 담 너머에 뭐가 있는지 알아?


 


 


다른 사람들과 똑같은 짓거리를 하는 자신을 정상이라고 믿는 사람들이 있어.


 


 


 


***


 


 


 


제가 아는 한, 일본인들은 별의별 이유로 자살을 하는 사람들이라는 겁니다.


전에는, 한 소년이 대학 입학시험에 실패했다는 이유로 자살했다는 기사를


신문에서 직접 읽은 적도 있어요.


 


 


***


 


 


사람들은 판에 박은 일상을 벗어나려 시도할 때 흔히들 정신이상이 돼죠.


 


 


***


 


 


"정신분열증 환자는 자기만의 현실을 만들어내지"


 


"현실이란게 도대체 뭐죠?"


 


"그건 대부분의 사람들이 그거라고 여기는 거야.


반드시 최선의 것이나 가장 논리적인 것이어야 하는 건 아냐.


집단적인 욕망에 딱 들어맞으면 되는 거지."


 


 


"미친 사람이 넥타이는 무엇에 쓰는 거냐고 묻는 다면, 난 아무 쓸모도 없다고 대답할 수밖에 없을거야.


노예처럼 일하는 사람이나 힘과 거만함의 상징이 되어버려


이젠 장식적인 역할도 못하니까.


 


쓸모가 있는 때는, 집에 들어가서 그걸 풀어버릴 때 뿐이지.


해방감을 주니까.


뭔가 구속에서 벗어난 것 같고. 그게 뭔지 모르는게 문제지만"


 


 


 


 


 


***


 


수피 전통에서는 모두가 스승을 미친 사람이라고 부른다는 걸 기억하세요.


모두가 그를 정신이상자로 여기기 때문에, 스승은 생각하는 모든 걸 말하고,


하고 싶은 모든 것을 할 수 있는 겁니다.


 


중세에는 궁정의 광대들이 그 역할을 했어요.


그들은 대신들이 자리를 잃을까 봐 감히 언급하지 못하는 것들을 스스럼없이 왕에게 알려주었죠.


 


 


여러분도 이처럼 되어야합니다.


 


미친사람이 되세요.


하지만 정상인들 처럼 행동하세요.


 


 


남들과 다르다는 위험을 감수하세요.


 


하지만 주의를 끌지 않고 그렇게 하는 법을 배우세요.


여러분의 진정한 자아가 모습을 드러내도록 가만히 놓아두세요"


 


 


"진정한 자아가 도대체 뭐죠?"


"사람들이 당신이라고 여기는 것이 아니라 바로 당신 자신이죠"


 


 


 


 


***


마지막,


남자와 여자가 할수 있는 , 가장 위대한 미친 짓이 사랑이야.


 


 


 


 


 


 


파울로 코엘료- <베로니카, 죽기로 결심하다>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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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아무도안믿어   08.12.26

저도 그렇고, 제가 불행한 이유도 그렇고..나탈리에님과 공감가는..
그런 글이니다. 나의 가치관을 변색되게 했던 부모님. 사랑하지만, 미워하는..
애정의 관계에요. 그러나, 불쌍한 분이라 동정의 마음이 더 큽니다. 어쨌든
가족이라, 잘 어울려 서로 타협하면서 화목하게 살아야 겠지요..ㅎ

yuri037   08.12.26

저 맞죠? 저한테 쓰신거!
이 책 나오고 얼마 안 되어서 읽었었어요. 근데 너무 일찍 읽었다는 생각이 드네요..그 때 봤을 땐 아무 생각 없었어요.. 지금 다시 읽어보니 왜 이렇게 와닿는지 모르겠어요. 안 그래도 아침에 이 책 생각이 났었는데, 친구 빌려줬었거든요. 아직 못 돌려받아서... 읽고 싶었는데 못 읽겠다 싶었어요.
진짜 신기하게 간절한 인생님이 이렇게 올려주셨네요...
그것도 저한테 가장 필요한 부분을..
아이고. 이 책은 너무 제 얘기네요.. 몇 년 전에는 왜 그걸 몰랐을까..
저는 어릴 때부터 글쓰기를 좋아해서 가족들 몰래 컴퓨터에 이상한 동화같은 걸 잔뜩 써놨었어요 ㅋㅋ 만화 캐릭터를 주인공 삼아서.. 가장 기억나는 건 '요술 고양이 펠릭스'라고 아세요? ㅎㅎㅎ 그 캐릭터를 주인공으로 쓴 글이 기억이 나요 ㅎㅎ
아까도 TV보면서 속으로는 그 생각만 계속 하고 있었어요..
내가 좀 더 미친짓을 하지 않은 걸 후회하고 있었던 거에요.
진짜 신기하네요. 이런 글이 올라와 있을 줄이야..
간절한 인생님 정말 감사해요.. 정말 감사해요~
감사해요 ^^

yuri037   08.12.26

근데 이건 진짜 신기한 거에요~
정말 아침에 베로니카 죽기로 결심했다를 생각했고
TV보면서 내가 좀 더 미친짓을 하지 않은 걸 후회했다니까요 ㅋㅋ
안 신기한가?

부모님 핑계는 말 그대로 핑계일 뿐인 것 같더라고요
핑계 그만 대고 정말 나답게 살아볼거예요

난아무도안믿어   08.12.26

아니요. 절충하면서 살아야 할 듯. 정체성에 비중을 두되, 부모님이 납득할 수 있도록 하는 것도 능력이에요. 파이팅. 서로에게 상처가 되지 않길..

난아무도안믿어   08.12.26

보통사람들이 보기엔 저도 그냥 평범한 지구인일 뿐이지만..
저도 미쳤거든요.
저도..ㅎ

난아무도안믿어   08.12.26

로멘티스트.. 멋진,
인생은 아름다워.. 영화가 보고싶네요..ㅋ

스마일   08.12.26

나따리에님.........부러운데요~
편지도 받구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