ㅇ 내게 선거권이 생긴후 그는 두번의 대통령 선거에 출마했다
두번의 대통령 선거 모두 별 고민이 없이 투표를 했는데 한번은 백기완 선생, 한번은 그였다
나중에 백선생이 후보사퇴를 함으로써 군 부재자 투표에서 찍은 그 표는 사표가 되었다
백기완과 김대중의 거리만큼 내 정치의식도 변한 것일까 ?
모르겠다.
ㅇ 엄청나게 많은 사람들, 쩌렁쩌렁 울리던 누군가의 사자후가 어린 시절의 원체험속에 있다.
나중에 부모님께 여쭤보니 네살쯤 공설운동장에서 있었던 김대중씨 대통령 유세에
데려 갔는데, 공설운동장에 인파가 넘쳐서 밖에 있던 사람이 더 많았다고 한다.
ㅇ 성인이 된후 논리적이긴 하지만 답답하게 느껴지는 그의 말투를 보며 혼란 스러웠다
어릴때 그 사람 맞는걸까 ?
그 것이 고문 휴유중이라는 알고는 그가 처음으로 인간적으로 다가왔다.
ㅇ 돌아가신 아버지는 그를 김대중 선생이라고 불렀고, 나는 김대중씨라고 불렀다
한겨레신문에서 <선생으로 왔다가 선생으로 가신분>이라는 누군가의 촌평을 읽으며
아버지를 잠시 떠올렸다.
ㅇ 내 고향이 전라도 광주라는 걸 알고
누눈가 친밀감을 표시하기 위해 "김대중씨에 대한 호의"를 은밀히 내비치면
난 항상 당황스러웠다.
아니거든 ! ...이런 느낌.
ㅇ 그가 김정일 국방위원장과 개성공항에서 손을 맞잡던날,
거인처럼 느껴진 것은 나뿐일까?
ㅇ 누군가의 죽음으로 한 시대가 가고 있음을 예감하게 되는데
김 전대통령의 서거는 슬프다기 보다는 쓸쓸하다.
그의 자연사처럼 시간은 여전히 자연스레 흘러가고 있다.
한 시대가 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