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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러시안블루_Opened
 마음의 파편들  
조회: 2724 , 2009-09-04 00:32

간만에 싸이에 들어갔다

한편의 시를 온전히 독해하기에도  미숙해서
마음에 와닿은 싯구절들만 대학노트에 옮겨 적곤해던 시절의
파편들이 가득하다.



네가 물어서
생각하면 나도 행복했을 시절이 있었던 것 같다

- 김명인 시 "베트남 1" 중에서 -



울음의 끝에서 슬픔은 무너지고 길이 보인다
울음은 사람이 만드는 아주 작은 창문인 것

 신현림 시 "자화상"중에-




욕망의 찌꺼기인 슬픔

-최승자 시 "끊임없이 나를 찾는 전화벨이 울리고"중에서  -



이봐
내겐 꽃시절이 없었어

-김지하 시 "무화과"중에서 -



안간힘도 힘이다

-황지우 시 "여정"중에서 -





이 땅에 발을 붙이기 위해서는
제3 인도교의 물 속에 박은 철근 기둥도
내가 내 땅에 박는 거대한 뿌리에 비하면 좀벌레의 솜털

- 김수영 詩 "거대한 뿌리"중에서  -




하늘이 이 세상을 내일적에 그가 가장 귀해하고 사랑하는 것들은
모두 가난하고 외롭고 높고 쓸쓸하니 그리고 언제나 넘치는
사랑과 슬픔속에 살도록 만드신 것이다

- 백석 시 "흰 바람벽이 있어" 중에서 -



참 멀리서 왔구나, 햇살이여, 노곤하고 노곤한 지상에,

-황지우 시 "청량리-서울대" 중에서 -




오 행복행복행복한 항복
기쁘다우리 철판깔았네

- 최승자 시 "삼십세"중에서-




追億은,  페허를 건너기 위해 있는 것 아닌가

- 이윤학 시 "한 낮의 풀밭"중에서  -




그해 가을, 가면뒤의 얼굴은 가면이었다.

- 이성복 시 "그해 가을"중에서 -



그래 그래 주소가 길면 가난한 사람이다

- 황지우 시 "手旗를 흔들며"중에서 -




예방접종된 나의 사랑

- 이윤택 시 "투명한 살"중에서 -



긴 시간을 견디어 여기까지 내려와
지금은 앵두가 익을 무렵
그리고 간신히 아무도 그립지 않을 무렵

-장석남 시 "옛노트중에서"중에서-




내가 으스러지게 설움에 몸을 태우는 것은 내가 바라는 것이 있기 때문이다.

- 김수영 시 "거미"중에서 -




삶이란 자신을 망치는 것과 싸우는 일이다

- 신현림 "나의 싸움"중에서-


검고 윤기 나던 긴 머리칼 한번
뽐내지 못한 채 죄 없이 쥐어뜯다가
어느새 새하얗게 세어버린 청춘의 날들이여

- 임동확 시 "고별사" 중에서  -




가지 않을 수 있는 고난의 길은 없었다.

- 도종환 시 "가지 않을 수 없는 길" 중에서 -



세상은 가도가도 부끄럽기만 하드라.

- 서정주 시 "자화상" 중에서 -



도마뱀의 짧은 다리가
날개 돋친 도마뱀을 태어나게 한다.

- "최승호 시 " 인식의 힘 "중에서 -




내게는
아직도 돌아가야 할 약속이 남아 있는지
- 김명인 시 "유타시선 1" 중에서



상처는 햇빛속에 드러나는가

- 김명인 시 "고래 1" 중에서



아버지의 눈에는 눈물이 보이지 않으나
아버지가 마시는 술에는 항상
보이지 않는 눈물이 절반이다

- 김현승 시 "아버지의 마음" 중에서 -




산다는 것이 때론 술에 취한듯
한 두릅의 굴비 한 광주리의 사과를
만지작 거리며 귀향하는 기분으로
침묵해야 한다는 것을

- 곽재구 시 "사평역에서" 중에서 -




난, 당파적으로 황지우와 김명인과 최승자를 좋아한다.
내 생각에
그들은 한번도 행복했던 시절이 없었던 사람들이다.

그래서 김명인은
"네가 물어서
생각하면 나도 행복했을 시절이 있었던 것 같다"
 고 중얼거리지 않는가?




클로저   09.09.04

인상깊은 시구들이 많네요. 갠소로 스크랩해도 될까요? ^^;
지금 제 상황엔
'삶이란 자신을 망치는 것과 싸우는 일이다'
- 신현림 "나의 싸움"중에서-
이부분이 가장 와닿네요.

프러시안블루_Opened   09.09.04

그럼요.
스크랩해도 괜찮구 말구요
히싱님도 신현림처럼 씩씩하게 !!!!!!

티아레   09.09.04


아..아쉽네요.
마지막 문단 "그래서 김명인은...."은 사족 같아요^^
처음에 없던 게 훨 멋졌거든요.

자연스럽게 다시 첫번째 김명인의 시로 시선이 되돌아가게 하는
수미쌍관의 여운을 남기는 마무리...ㅎㅎ

꼭 패키지로만 판매되는 것 같지는 않아요.
드물지는 모르겠지만 어떤 사람들은
(푸러시안 블루님도 그중에 한분인 거 같아요)
이성과 감성을 적절히 조화시키며 살아가는 법을
터득해내기도 하는 것 같으니까요.

그런게 삶의 내공이겠지요...?




프러시안블루_Opened   09.09.04

패키지에 관한 투명일기 쓰신 분이 티아레님 이셨군요.ㅎㅎㅎ

티아레   09.09.04

아니에요.
저도 그 글이 재미있어서 퍼갔거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