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비내리는 날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우산을 들어야 하기 때문에 한쪽 손을 마음대로 사용할 수 없고,
물기가 있기 때문에 내 책들이 물에 젖을 위험 수위가 높아진다.
책이 물에 젖는 것은 정말 정말 안타까운 일이다.
머리카락은 젖어도 마르고, 옷도 마찬가지고, 안경에 물이 묻어도 닦아내면 그만이지만
책에 물이 묻으면 돌이킬 수가 없다.
그래서 나는 비오는 날이면 나보다는 책에 더 신경을 쓴다.
뭐 그렇다고 울적하거나 멜랑꼴리해지는 것은 아니다.
책만 가지고 있지 않다면 비 냄새도 나름대로 좋고,
비가 내리고 난 뒤면 대기도 풍경도 자연도 상쾌해지니까♡
오늘은 그저 그런 날이다.
전공 수업은 없고 교양만 있는 날이라서 친구는 먼저 집에 갔고
나 혼자서 일기를 쓰고 있다.
요즘은 울다에 와서 일기 쓰는 게 중요한 일상 중의 하나가 되었다.
쓰고 나면 매우매우 홀가분하니깐.
그럼 오늘은 여기까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