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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러시안블루_Opened
 라떼님.  
조회: 3317 , 2011-05-27 09:54
라떼님의 일기를 읽으면서 
아들놈 고등학교 국어 교과서에서  읽은 수필이 생각나서 퍼왔습니다.


                                                  특급품
                                                            - 김소운 -

일어(日語)로 '가야'라고 하는 나무 - 자전에는 '비(榧)'라고 했으니 우리말로 비자목이라는 것이 아닐까. 이 비자목으로 두께 여섯 치, 게다가 연륜이 고르기만 하면 바둑판으로는 그만이다.

오동으로 사방을 짜고 속이 빈 - 돌을 놓을 때마다 떵떵 하고 울리는 우리네 바둑판이 아니라, 이건 일본식 통나무 기반(碁盤)을 두고 하는 말이다.

비자는 연하고 탄력이 있어 두세 판국을 두고 나면 반면(盤面)이 얽어서 곰보같이 된다. 얼마 동안을 그냥 내 버려 두면 반면은 다시 본디 대로 평평해진다. 이것이 비자반의 특징이다.

비자를 반재(盤材)로 진중(珍重)하는 소이(所以)는, 오로지 유연성을 취함이다. 반면(盤面)에 돌이 닿을 때의 연한 감촉 - , 비자반이면 여느 바둑판보다 어깨가 마치지 않는다는 것이다. 아무리 흑단(黑檀)이나 자단(紫檀)이 귀목(貴木)이라 해도 이런 것으로 바둑판을 만들지는 않는다.

비자반 일등품 위에 또 한층 뛰어 특급품이란 것이 있다. 반재며, 치수며, 연륜이며 어느 점이 일급과 다르다는 것이 아니나, 반면에 머리카락 같은 가느다란 흉터가 보이면 이게 특급품이다.
알기 쉽게 값으로 따지자면, 전전(戰前) 시세로 일급이 2천원(돌은 따로 하고) 전후인데, 특급은 2천 4,5백원, 상처가 있어서 값이 내리키는커녕 오히려 비싸진다는 데 진진(津津)한 묘미가 있다.

반면이 갈라진다는 것은 기약치 않은 불측(不測)의 사고다. 사고란 어느 때 어느 경우에도 별로 환영할 것이 못 된다. 그 균열의 성질 여하에 따라서는 일급품 바둑판이 목침(木枕)감으로 전락해 버릴 수도 있다. 그러나 그렇게 큰 균열이 아니고 회생할 여지가 있을 정도라면 헝겊으로 싸고 뚜껑을 덮어서 조심스럽게 간수해 둔다.(갈라진 균열 사이로 먼지나 티가 들어가지 않도록 하는 단속이다.)

1년, 이태, 때로는 3년 까지 그냥 내 버려둔다. 계절이 바뀌고 추위, 더위가 여러 차례 순환한다. 그 동안에 상처났던 바둑판은 제 힘으로 제 상처를 고쳐서 본디대로 유착(癒着)해 버리고, 균열진 자리에 머리카락 같은 희미한 흔적만이 남긴다.

비자의 생명은 유연성이란 특질에 있다. 한번 균열이 생겼다가 제 힘으로 도로 유착, 결합했다는 것은 그 유연성이라 특질을 실지로 증명해 보인, 이를테면 졸업 증서이다. 하마터면 목침감이 될 뻔했던 불구 병신이, 그 치명적인 시련을 이겨 내면 되레 한 급이 올라 특급품이 되어 버린다
  (이하 생략함~~~)








 




라떼님
학원에서 학생들을 가르치셨으니 준교샘(김준교)이라는 애칭으로 불리는 
대치동 수학강사 혹시 아시는지요?

자서전격인 <그래서 공부하고 그래도 공부한다>는 책도 쓰신 분인데,
이 분 삶이 라떼님과 많이 비슷한거 같습니다

라떼님도 다시 우뚝 일어서시길 간절히 빌어 봅니다
 







jatcore   11.05.27

프러시안 블루님 고맙습니다.
정중히 감사합니다라는 표현을 쓰다가 지우고 '감사'라는 말이
일본식 표현이라는 것이 문득 머릿속을 스치고 지나가서 다시 고쳐서
쓰게 되었어요. 정말 격려 아끼지 않아 주셔서 행복합니다. ^^

아하 그런 분이 계셨군요.
꼭 찾아서 그분이 쓴 책도 읽어 보겠습니다.
저는 아이들에게 컴퓨터를 가르쳤던 사람인데요.
강남 8학군에서 더구나 수학강사로 성공하신 분의 대단하신 삶에
고통과 고뇌가 저와 비견될 수 있을까, 아마 훨씬 크고 아픈 상처를
담대하게 이겨내실 수 있었기에 지금 그분의 삶이 빛을 바라는 것 같습니다.
저는 그런 분들과 달리 크나큰 그릇이 되지 못하여 가능할지 모르겠습니다. ^^

지켜봐주시는 것 잊지 않고,
항상 격려와 응원에 힘입어 우뚝 일어날 수 있게 최선을 다해보겠습니다.

고맙습니다.
참 고맙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