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회: 4162 , 2011-06-10 02:08 |
진혁이 기말 수행평가가 <신경림의 시인을 찾아서>를 읽고
마음에 드는 시 3편을 외워서 쓰는 거란다.
페이퍼 만드는 쉬운 길을 가지 않는거 같아 일단 다행이지만
짧은 시를 고르고 있는 너에게
지금 외우는 시가 죽을때까지 잊혀지지 않을 수 있단걸 어떻게 이해시킬까 ?
고 1때, 양희옥 선생님이란 분이
교과서의 영시 1편을 외워서 쓰면 30점을 주셨는데
아빠는 아직도 기억한단다.
Whose woods these are I think I know 로 시작되는 그 아름다운 시를....
그리고, 검은 작약나무 숲과 잠들기 전에 가야할 길을.
진혁아.
이 무식한 놈아.
아빠는 말야..
니가 눈오는 어느 저녁, 허름한 선술집에서
눈을 감고 나즈막히
백석의 <나와 나타샤와 흰 당나귀>를 니 애인에게 암송해줬으면 좋겠다
가난한 내가
아름다운 나타샤를 사랑해서
오늘밤은 푹푹 눈이 나린다
나타샤를 사랑은 하고
눈은 푹푹 날리고
나는 혼자 쓸쓸히 앉어 소주(燒酒)를 마신다
소주를 마시며 생각한다
나타샤와 나는
눈이 푹푹 쌓이는 밤 흰 당나귀 타고
산골로 가자 출출이 우는 깊은 산골로 가 마가리에 살자
눈은 푹푹 나리고
나는 나타샤를 생각하고
나타샤가 아니 올 리 없다
언제 벌써 내 속에 고조곤히 와 이야기한다
산골로 가는 것은 세상한테 지는 것이 아니다
세상 같은 건 더러워 버리는 것이다
눈은 푹푹 나리고
아름다운 나타샤는 나를 사랑하고
어데서 흰 당나귀도 오늘밤이 좋아서 응앙응앙 울을 것이다
밤비
11.06.10
시를 정말 오랜만에 보는데 너무 좋네요 ㅎㅎ |
youlike06
11.06.10
눈오는 어느 저녁, 허름한 선술집. ... |
티아레
11.06.10
아름답지만 쓸쓸하고 애달픈 한 겨울밤의 꿈.. |
2407
11.06.12
일기읽다가 문득생각난건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