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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러시안블루_Opened
 영화 걸프렌즈, 그리고 어떤 고백  
조회: 2671 , 2011-12-07 10:02

<걸프렌즈>는 한 남자를 사랑했던 세 여자가 싸울듯 만나 우정을 쌓아가는 과정을 그린 영화다.


만약,  내  인생에  사랑했던 세 여자가 한자리에 만난다면 ?
모두 좋은 사람이었지만  상상만으로도 충분히 계면쩍다.


세번 모두 사랑한단 말대신,
황지우의 싯구절을 따 "너와 같은 병에 걸리고 싶어"라고 고백했기 때문이다.


그러고 보니
내 사랑은 감기와 함께 시작되었구나


그러나, 늙어가는 아내여.
아는가
그대를 포함해 세번 모두 간절했고 진심이었음을...............





        늙어가는 아내에게
                                      - 황지우-

  내가 말했잖아
  정말, 정말, 사랑하는, 사랑하는, 사람들,
  사랑하는 사람들은,
  너, 나 사랑해?
  묻질않어
  그냥, 그래,
  그냥 살어
  그냥 서로를 사는 게야
  말하지 않고, 확인하려 하지 않고,
  그냥 그대 눈에 낀 눈곱을 훔치거나
  그대 옷깃의 솔밥이 뜯어 주고 싶게 유난히 커 보이는 게야
  생각나?



  지금으로부터 14년 전, 늦가을,
  낡은 목조 적산 가옥이 많던 동네의 어둑어둑한 기슭,
  높은 축대가 있었고, 흐린 가로등이 있었고
  그 너머 잎내리는 잡목숲이 있었고
  그대의 집, 대문 앞에선
  이 세상에서 가장 쓸쓸한 바람이 불었고
  머리카락보다 더 가벼운 젊음을 만나고 들어가는 그대는
  내 어깨 위의 비듬을 털어 주었지


  그런 거야, 서로를 오래오래 그냥, 보게 하는 거
  그리고 내가 많이 아프던 달
  그대가 와서, 참으로 하기 힘든, 그러나 속에서는
  몇 날 밤을 잠 못자고 단련시켰던 뜨거운 말:
  저도 형과 같이 그 병에 걸리고 싶어요



  그대의 그 말은 에탐부톨*과 스트렙토마이신*을 한알 한알
  들어내고 적갈색의 빈 병을 환하게 했었지
  아, 그곳은 비어 있는 만큼 그대의 마음이었지
  너무나 벅차 그 말을 사용할 수조차 없게 하는 그 사랑은
  아픔을 낫게 하기보다는, 정신없이,
  아픔을 함께 앓고 싶어하는 것임을
  한밤, 약병을 쥐고 울어 버린 나는 알았지
  그래서, 그래서, 내가 살아나야 할 이유가 된 그대는 차츰
  내가 살아갈 미래와 교대되었고



  이제는 세월이라고 불러도 될 기간을 우리는 함께 통과했다
  살았다는 말이 온갖 경력의 주름을 늘리는 일이듯
  세월은 넥타이를 여며 주는 그대 손끝에 역력하다
  이제 내가 할 일은 아침 머리맡에 떨어진 그대 머리카락을
  침 묻힌 손으로 짚어내는 일이 아니라
  그대와 더불어, 최선을 다해 늙는 일이리라
  우리가 그렇게 잘 늙은 다음
  힘없는 소리로, 임자, 우리 괜찮았지?
  라고 말할 수 있을 때, 그때나 가서
  그대를 사랑한다는 말은 그때나 가서
  할 수 있는 말일 거야

       
* 에탐부톨: 결핵균에 효과가 있는 합성 약제
        * 스트렙토마이신: 주로 결핵치료에 쓰이는 항생 물질
     

       

sparkling happiness   11.12.08

...ㅇㅅㅇ