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심하게 감기에 앓았다.
목소리가 걸걸하게 변했고 노상 콧물을 달고 산다.
요 몇년 근래들어 내 감기는 그랬다. 한 번 붙었다 하면 일주일은 기본이고 , 많게는 한달에서 두달간은 쭈욱 갔다. 나와 가까이 지내는 사람들은 그래서 내게 노파라는 별명을 붙여주기도 했다. 감기가 좀 오래간다는 생각만 했었을 뿐. 내게 있어 감기란 아프기 전과 아프고 있을때...감기라는 존재는 언제나 같았다.
근데 지금에 있어서 감기란 내게.. 앙상하게 마른 가지위에 있는 해충 같은 거다.
그래서 내 가엾은 몸은 이 약한 감기에도 이렇게 힘겨운 거다. 가엾은 것.
그리고 지금은 그 이전과 상황이 조금 다르다.얼마전 겨우 아르바이트를 시작하게 됐는데, 감기 때문에 사장님이 일주일간은 나오지 말라고 하셨다. 손님에게도 나에게도 안 좋다는 것이 이유에서 였다.
갑자기 기분이 다운된다. 알바를 며칠 쉬게 되면 그 만큼 내 생활에 구멍이 생기게 되므로.
우울한 마음에 마트에 들러 이것저것 사가지고 집에 들어왔다. 생강을 믹서에 넣고 간다음 계피와 냄비에 물을 부어 끓였다. 갈색빛으로 변하더니 매운 김이 올라 온다. 그리고는 뜨거운 한 냄비를 모두 마셨다. 그리고 어제와 마찬가지로 오늘도. 기분탓인지 무언가를 자꾸 잘 먹어야만 할것 같았다. 비타민이 많이 들어 있는 오렌지를 사고. 그래 우유를 사자. 그리고 엄마가 완전 식품이라고 하던 계란도 사는 거야. 내일은 고기도 좀 씹어줘야 겠지 ? 그리고 마지막으로 입이 심심하지 않게 바스락 거리는 과자도 몇개 장바구니에 담았다.
열심히 생강 껍질을 벗기며 그런생각을 한다. 그래, 아프니까 알바도 못하고, 공부도 못하잖아.
그리고 어디선가 본듯한 글구절들을 주저리 떠올리면서 그런 말들도 덧붙인다. 사람은 무엇을 먹는가에 따라 몸도 구성된다고 하잖아. 건강한 정신도 건강한 몸에 깃든다고 하니. 무조건 잘먹어야 해. 오늘은 앞으로 어떻게 먹을것인가와 어떤 생활패턴으로 지내야 하는가에 대해 생각해 보도록 하자.
그래서 오늘 저녁엔 카레라이스를 만들어 먹었다. 그리고 지금은 김이 나는 따뜻한 물에 노란 레몬을 띄워 마시고 있다. 물을 이만큼 마셨으니 내일은 감기가 좀 나아져 있으려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