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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방울
 힘들다   무제
조회: 1707 , 2012-06-28 04:25


한 달 전부터 알바를 시작했다. 식당 알바.
내가 해야 할 일은 주문을 받고 반찬을 담고 음식을 나르는 것이다.
어려운 것은 없다. 정해진 대로 주문을 받고 반찬을 담고 음식이 나오면 가져다 주기면 하면 되니까.
하지만 일하는 사람들과의 관계에서 오는 괴리감과 무차별적인 언어적 공격이 나를 지치게 한다.
나는 무방비 상태고 쏟아지는 말들을 온 몸으로 받아낸다.

일주일에 몇 번 만 가는 것인데 그게 나한테는 무척이나 힘이 든다.

그만 둬야 할까, 아니면 그래도 견뎌내며 계속 해야 하는 걸까. 하는 생각의 번복 속에서 매번 나는 방황하고 있다. 책들이 마구 잡이로 쌓여 있고, 정리되지 못한 옷가지들이 널부러져 있는 것을 볼때 마다 내 상태가 얼마나 그로 인해 무기력해지고 혼란스러운지를 알수 있었다.

알바를 하지 않으면 그만큼 부모님의 부담이 클거라는 것도 잘 알고 있다.
그렇기에 마음이 너무 무겁다.


언니, 언니 같으면 어떻게 했을것 같아요 ? 저 너무 힘들어요.

함께 사는 언니에게 물었다.

언니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언니라면 참아내고 계속 했을거라고 했다.
어쩔 수가 없잖아. 계속 생활은 이어 나가져야 하는 거고. 우리는 돈이 필요하니까.
그렇게라도 하지 않으면 우리는 어디서 돈을 구할 수가 있지?

어쩔수가 없다.

그렇게 고민하다가 어제 벌어놓은 일당을 움크려 앉아 만지작 거리다가 잠이 들었다.
도저히 무언가를 위해 쓸 엄두가 나지 않았다. 그것은 돈이 아니다.
끝없이 욕들을 들어먹으며 맞 바꾼 그 어떤 것 이상이다.


감정은 너무 고달픈데 또 이렇게 시간은 간다.

그리고 곧. 이런 시간들 조차도 과거가 되겠지.

아득히 먼것만 같은 내일을 위해 나는 다시 무언가를 끄적여야 겠다.

cavatina   12.06.28

그래도 생각 없이 하는 일이 아니라, 부모님 부담 줄이려고 하는 기특한 일인 거잖아요. 전 제가 힘들어서, 부모님한테 부담 줘버리고, 난 공부해야 하니까, 라고 변명하고 아르바이트 그만둬 버렸어요 ㅋ 아무리 힘들어도 참고 하시는 모습, 정말 대단하신 거에요. 손님들이 진상 부리면 정말 힘들고 짜증나지만, 긍정적으로 생각해서 어차피 해야 하는 일인 거 웃으면서 하실 수 있으면 좋겠어요.

물방울   12.07.01

네, 아무래도 그래야 할것 같아요 :-) 반감을 가지게 되면 일할때 더더욱 실수도 잦아지고 의욕도 안나더라구요ㅠ 마음을 다시 다 잡아 봅니다 :-)

프러시안블루_Opened   12.06.28

(모든 먹이속에는 낚시바늘이 들어 있다는 김훈의 어떤 글로 댓글을 대신합니다)

아들아. 사내의 삶은 쉽지 않다 돈과 밥의 두려움을 마땅히 알라

돈과 밥 앞에서 어리광을 부리지 말고 주접을 떨지 말라

사내의 삶이란 어처구니없게도 간단한 것이다 어려운 말 하지 않겠다

쉬운 말을 어렵게 하는 자들이 이 세상에는 너무 많다

그걸로 밥을다 먹는 자들도 있는데 그 또한 밥에 관한 일인지라 하는 수 없다 다만 연민스러울 뿐이다

사내의 한 생애가 무엇인고 하니 일언이페지해서 돈을 벌어오는 것이다 알겠느냐?

이 말이 너무 심하다고 생각하느냐 그렇지 않다

이 세상에는 돈보다 더 거룩하고 본질적인 국면이 반드시 있을 것이다

그런데 얘야 돈이 없다면 돈보다 큰 것들이 이루어질 수 있겠느냐?

부라(否)!

돈은 인의예지의 기초다 물적 토대가 무너지면 그 위에 세워놓은 것들이 대부분 무너진다

그것은 인간의 삶의 적이다 그런 허망한 아름다움은 인간의 삶을 풍요롭게 할 수 없다

이것은 유물론이 아니고 경험칙이다 이 경험칙은 과거와 미래에 대해서 공히 유효하다

돈 없이도 혼자서 고상하게 잘난 척하면서 살 수 있다고 생각하지 말아라

아마 그럴 수도 있겠지만 그러지 말아라 추악하고 안쓰럽고 남세스럽다

우리는 마땅히 돈의 소중함을 알고 돈을 사랑하고 존중해야 한다

돈을 사랑하고 돈이 무엇인지를 아는 자들만이 마침내 삶의 아름다움을 알고 삶을 긍정할 수가 있다

주머니 속에 돈을 지니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가? 그 대답은 자명한 바 있다 돈을 벌어야 한다

우리는 기어코 돈을 벌어야 하는 것이다 노동의 고난으로 돈을 버는 사내들을 돈을 사랑할 수 있게 된다

돈은 지엄(至嚴)한 것이다 아! 생의 외경! 이 외경스러운 도덕은 밥벌이를 통해서 실현할 수 있다

돈이 있어야 밥을 벌 수 있다 우리는 구석기의 사내들처럼 자연으로부터 직접 먹거리를 포획할 수가 없다

우리의 먹거리는 반드시 돈을 경유하게 되어 있다 그런 점에서 우리의 노동은 소외된 노동이다

밥은 끼니때마다 온 식구들이 둘러앉아 함께 먹는 것이다 밥이란 쌀을 삶은 것인데 그 의미내용은 심오하다

그것은 공맹노장보다 심오하다 밥에 비할진데 유물론이나 유심론은 코흘리개의 장난만도 못한 짓거리다

다큰 사내들은 이걸 혼동해서는 안 된다 밥은 김이 모락모락 나면서 윤기 흐르는 낟알들이 입 속에서 개별적으로 씹히면서도 전체로서의 조화를 이룬다

이게 목구멍을 넘어갈 때 느껴지는 그 비릿하고도 매끄러운 촉감 이것이 바로 삶인 것이다

이것이 인륜의 기초이며 사유의 토대인 것이다

이 세상이 우리에게 보여주는 모든 먹이 속에는 낚싯바늘이 들어 있다

우리는 먹이를 무는 순간에 낚싯바늘을 동시에 물게 된다 낚시를 발려먹고 먹이만을 집어먹을 수는 없다

세상은 그렇게 어수룩한 곳이 아니다 낚싯바늘을 물면 어떻게 되는가 입천정이 꿰여져서 끌려가게 된다

이 끌려감의 비극성을 또한 알고 그 비극과 더불아 명랑해야 하는 것이 사내의 길이다

돈과 밥의 지엄함을 알라 그것을 알면 사내의 삶의 가장 중요한 부분을 아는 것이고 이걸 모르면 영원한 미성년자다

돈과 밥을 위해서 돈과 밥으로 더불아 삶은 정당해야 한다 알겠느냐?

그러니 돈을 벌어라 벌어서 아버지한테 달라는 말이 아니다 네가 다 써라 난 나대로 벌겠다

물방울   12.07.01

글을 읽고 많이 힘이 됐습니다. 일을 하고 돈을 벌면서 오는 힘듦이 저만 느끼는게 아니라는 걸 한번더 깨달을수 있었어요. 감사해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