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르바이트를 구하면서
처음으로 거짓말을 해보았다.
내가 가능한 아르바이트 기간은 5개월.
그러나 5개월의 기간을 가지고
제대로 일할 수 있는 곳은 없었다.
친구들은 말했다.
그냥 오래 할 수 있다고 하라고.
그러고 나오면 되지 않느냐고.
나는 그러기가 힘들었다.
거짓말을 힘들어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늘 내가 일할 수 있는 기간을
솔직하게 이야기하고
힘들고 어렵게 아르바이트를 구했다.
그런데 이번에는
그게 참 쉽지가 않았다.
벌어야 하는 액수는 정해져있는데
5개월만 할 수 있는 아르바이트로는 그게 불가능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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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이번에는
눈 딱 감고
거짓말을 해보기로 했다.
장기로 할 수 있다고 하고 들어가기.
친구들은 내가 급한데 그 정도는 할 수 있는 거 아니냐며
아르바이트인데 뭐가 어떻냐고 했지만
나는 아무래도 그럴 수가 없었다.
뭔가 세상 곳곳에 악연을 쌓아가는 것만 같았기 때문이다.
내가 일했던 곳곳마다 나의 악행들이
흔적을 남기는 것만 같았다.
내가 일할 수 있는 기간을 솔직히 밝히고
그 기간만큼 일하고 깔끔하게 빠져나왔던 첫 아르바이트 장소.
일이 고됬기에 그곳에 다시 가는 것이 기분 좋지만은 않지만
적어도 당당하게 들어갈 수는 있다.
중간에 일이 힘들어 그만뒀던 장소.
다시 가기가 조금 껄끄럽다.
역시 깔끔하게 내가 이야기한만큼만
일하고 나왔던 식당도 자연스럽게 다시 갈 수가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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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으로
한 2주 정도 더 일찍 그만두고
마지막 출근 일에 나가지 않았던 장소.
역시 미안해서 다시 가기가 어렵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일을 하다가 더 좋은 곳이 생겨서
문자 한 통만을 남기고 더이상 나가지 않았던 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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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럴 때마다 주변에서는
어쩔 수 없다고 했지만
나로서는 나의 악행들이 세상에 쌓여가는 것만 같아 싫다.
그러나 어쩔 수 없다.
나는 정말 돈을 벌어야 하기 때문에.
그래서 이번에는 눈을 딱 감고 그래본다.
나중에 더 착한 일 많이 할게요.
그냥
나 한 번만 거짓말 할게요.
미안해요.
직원 여러분들.
여러분은 시작부터 나한테 속는 거예요.
하지만 조금만 봐줘요.
나는 그렇게까지 거짓된 인간은 아니에요.
다만
돈이 조금 필요할 뿐이에요.
나쁘지는 않아요.
미안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