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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개일기 한줄일기 내일기장
李하나
 편해지려면   deux.
조회: 2360 , 2012-11-05 23:41




나는 지금껏
내가 다른 사람들과 다르다는 느낌에
힘들고 외로웠다.

나는 늘 또래들과는 달랐다.
진짜로 달랐는지는 모르겠지만
아무튼 느낌은 달랐다.

항상 내가 더 많은 세월을 산 듯
내 친구들과는 눈높이가 맞지 않았다.

그래서 나는 늘
외로웠다.



.
.


연애를 하면서도
종종 외로웠다.
그가 나를 잘 이해하지 못하고
공감하지 못할 때마다
나는 좌절했다.
나는 이해받을 수 없는 아이라며,
슬퍼했다.




그러나
그러면서도 한 번도 
이해'시키려' 하지는
않았던 것 같다.





가까운 친구 중 한 명은
서로 알게 된 지 얼마 되지도 않았는데도
자신의 과거 이야기를 서슴없이 했었다.
5살 때 엄마에게 버림을 받았다,
아버지는 사업에 실패해서 
지금은 무능력하게 살고
빚이 많아서 늘 자신에게 기대온다.
새엄마가 있었지만 
또다시 이혼했다, 등등.
파란만장하고 굴곡진 인생사를
그렇게 아무렇지 않게 털어놓았다.
그리고 나는
그 아이를
이해할 수 있었다.

그래서 그 아이가 그렇게도
자주 우울의 늪에 빠진다는 것을.
몰랐다면 아마도 지금까지
친구로 지내지 못했을 수도 있다.

그 친구는
그저 자신을 있는 그대로 드러낸다.
이해시킨 뒤
이따금 어둡고 무너지는 자신의 모습을
있는 그대로 드러낸다.
그렇게
산다.

그러나 나는
그러지 않았다.
나를 숨기고
나의 고통마저도 숨기고
겉으로는
아무렇지 않은 척
너희들과 똑같은 척
그렇게 살아왔다.

그래서 힘들었던 것 같다.


이제는 그 친구에게 조금 배워보려 한다.
나를 이해시키기.
내가 이러이러한 일을 겪었고
이러이러한 삶을 살았기에
이러이러하다,
는 것을
조금은 이야기 하기.
물론 다 이야기할 수는 없다.
그것은 조금 위험하기 때문이다.
내가 위험한 것이 아니라
상대방의 마음이.
그러니 그것은 배려 차원에서 이야기하지는 않는다.
다만,
내가 나일 수 있게
나로서 편안하게 있는 그대로 살아갈 수 있게끔
주변을 나에게 맞추는 그런,
그런 삶.





.
.



남자친구는 내가 약국 일을 왜 이렇게 힘들어하는 지
이해하지 못한다.
빚에 묶여 아르바이트를 해본 적이 없어서일까.
내가 늦은 시간까지 작업을 하는 것은 힘들겠다며 공감해준다.
왜냐하면 자신이 늘 늦은 시간까지 과제를 하느라 힘드니까.
그러나 이렇게 자유롭지 못하게 일해야 하는 상황에는
처해본 적이 없는 탓인지,
이로 인한 나의 스트레스는 잘 이해하지 못한다.
나는 그동안
'너는 나를 몰라'
라고 단정짓고 있었다.
그리고 분명히 나는
단 한 번도 제대로 설명한 적이 없다.
내가 왜 약국 일을 힘들어하는 지.
힘들다고만 이야기했을 뿐.


이해시키면
이해받지 못한다고 불평하지 않을 수 있다.
그럴 것 같다.
이해시켜 봐야지.
이야기해 봐야지.
그래도 모르면 너는 정말 나를 모르는 거지만,
말은 해봐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