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서 │ 치유일지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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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버이날 선물로 아버지에게 편지를 보냈다. 저번에 이곳에 올렸던 '세상에서 가장 나쁜 아빠에게'라는 편지를. 사실 부러 어버이날 선물이랍시고 보낸 것은 아니고 그저 내가 '보내야겠다'고 마음 먹고 보냈더니 도착할 때 즈음이 어버이날이어서 어버이날 선물이 되게 되었다. 사실 요즘 고민이 '사람들이 나를 싫어하는 것 같은 느낌'이 계속 드는 것이었다. 고민을 거듭해보니 내가 누군가를 근본적으로 미워하고 있기 때문에 그렇다는 결론이 났다. 내가 아버지를 그리고 나를 계속해서 미워하고 있기 때문에 그 감정과 사고를 다른 사람에게 투사해서 사람들이 나를 미워하는 것처럼 느껴졌던 것이다. 결국 아버지를 미워하는 마음은 내가 바랐던 대로 아버지의 삶에 영향을 끼치는 것이 아니라 내 삶에 악영향을 미치고 있었던 것이다. 그래서 아버지에 대한 미움을 걷어와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누군가를 미워하는 마음이 결국은 나를 상처입힌다면 나는 더 이상 그를 미워할 필요가 없다. 미워할 가치도 없다. 그래서 아버지를 미워하지 않기로 했다. 물론 그가 잘못하기는 했다. 그건 명백하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그의 삶이 어떤 방식으로 흘러가느냐가 아니라 나의 삶이 어떤 방식으로 흘러가느냐다. 그가 벌을 받느냐 안 받느냐 죄를 인정하느냐 안 하느냐보다 훨씬 더 중요한 것은 내가 지금 이 순간 행복하느냐 행복하지 않느냐다. 그가 죗값을 치르든 말든 그것은 그의 인생일 뿐이다. 나와는 아무런 상관이 없다. 그러니까 나는 나만 잘 살면 되는 것이다. 엄마도 마찬가지다. 엄마가 뭘 어쨌든 말든 그것은 엄마의 문제이지 내 문제가 아니다. . . 누군가를 미워하는 마음을 거두어오기 시작하니까 마음이 한결 가벼워져옴을 느낀다. 한 가지 더 중요한 것은 그가 미울 때는 그를 미워할 것이다. 정말로 정직하게 그를 미워할 것이다. 오로지 그만 미워할 것이다. 그를 미워하지 않음으로써 그 찌꺼기로 다른 사람을 미워하지 않을 것이다. 분노와 증오의 정조준, 이것이 가장 중요하다. 가끔씩 이런식으로 아버지를 괴롭힐 것이다. 좆되보라고, 스트레스 받아보라고. 이 일기를 모두 묶어서 그에게 선물로 보내주어야겠다. 재밌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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