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속을 깼다   quatre.
  hit : 2638 , 2014-02-27 17:42 (목)

방금 전 약속을 하나 깼다.
같이 해외에 다녀왔던 팀원들 중 여자들만 모이는 모임이 있었는데,
가고 싶지가 않아서
몸이 아프다는 핑계로 못 가겠다고 이야기했다.

왜 가고 싶지 않은 걸까,
생각해봤다.

그리고 내 첫 대답은
'나는 그 사람들을 별로 좋아하지 않아'였다.
별로 좋아하지 않기 때문에 
그 먼 곳까지 가고 싶지 않은 거라고.

거리는 이유가 될 수 없는 것 같다.
내가 가고 싶다면 나는 2시간은 물론이고
3시간이든 4시간이든 달려갈 수 있으니까.

간단한 약속 치고는 거리가 멀긴 했다.
2시간이 걸리니까.
만약 집 앞이었다면 나갔을 수도 있다.

하지만 중요한 건 
집 앞이었다 하더라도
내가 그 자리에 나간 이유는 집 앞이기 때문이었을 거라는 것이다.
그 사람들 때문이 아니라.



그리고 다시 한 번 묻는다.
그 사람들이 왜 싫은가? 
딱히 이유가 생각나지 않는다.
특별한 사건도 없었다.
내가 그들에게 잘못한 것도, 그들이 나에게 잘못한 것도 없었다.
딱히 서로에게 실망할 만한 일도 없었으며,
성격이 이상한 사람들인 것도 아니다.

'그 사람들이 싫다'
는 뭔가 미심쩍다.




그래서 이렇게 생각해봤다.
나는 그 사람들이 싫은 것이 아니라
'그 사람들과 함께 있을 때의 내'가 
싫은 것 같다고.



그 사람들과 같이 있을 때의 내 모습이 싫은 것이다.
무엇이 싫은 지는 아직 모르겠지만, 
그들이 싫은 게 아니라

'그들 속의 내'가 싫은 것이다.



그들 속에 있을 때의 내 모습.
내 느낌, 내 상태




가 싫다고 보는 편이 훨씬 더 시원한 설명이다.
그리고 방금 이렇게 정리하는 것만으로도
조금은 마음이 가벼워진 것 같다.

나는 그 팀원들을 싫어하는 것도 아니며
그 팀과의 활동이 싫었던 것도 아니다.
단지

팀 안의 내 모습이






싫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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