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속을 깼다 │ quatre. | |||
|
방금 전 약속을 하나 깼다. 같이 해외에 다녀왔던 팀원들 중 여자들만 모이는 모임이 있었는데, 가고 싶지가 않아서 몸이 아프다는 핑계로 못 가겠다고 이야기했다. 왜 가고 싶지 않은 걸까, 생각해봤다. 그리고 내 첫 대답은 '나는 그 사람들을 별로 좋아하지 않아'였다. 별로 좋아하지 않기 때문에 그 먼 곳까지 가고 싶지 않은 거라고. 거리는 이유가 될 수 없는 것 같다. 내가 가고 싶다면 나는 2시간은 물론이고 3시간이든 4시간이든 달려갈 수 있으니까. 간단한 약속 치고는 거리가 멀긴 했다. 2시간이 걸리니까. 만약 집 앞이었다면 나갔을 수도 있다. 하지만 중요한 건 집 앞이었다 하더라도 내가 그 자리에 나간 이유는 집 앞이기 때문이었을 거라는 것이다. 그 사람들 때문이 아니라. 그리고 다시 한 번 묻는다. 그 사람들이 왜 싫은가? 딱히 이유가 생각나지 않는다. 특별한 사건도 없었다. 내가 그들에게 잘못한 것도, 그들이 나에게 잘못한 것도 없었다. 딱히 서로에게 실망할 만한 일도 없었으며, 성격이 이상한 사람들인 것도 아니다. '그 사람들이 싫다' 는 뭔가 미심쩍다. 그래서 이렇게 생각해봤다. 나는 그 사람들이 싫은 것이 아니라 '그 사람들과 함께 있을 때의 내'가 싫은 것 같다고. 그 사람들과 같이 있을 때의 내 모습이 싫은 것이다. 무엇이 싫은 지는 아직 모르겠지만, 그들이 싫은 게 아니라 '그들 속의 내'가 싫은 것이다. 그들 속에 있을 때의 내 모습. 내 느낌, 내 상태 가 싫다고 보는 편이 훨씬 더 시원한 설명이다. 그리고 방금 이렇게 정리하는 것만으로도 조금은 마음이 가벼워진 것 같다. 나는 그 팀원들을 싫어하는 것도 아니며 그 팀과의 활동이 싫었던 것도 아니다. 단지 팀 안의 내 모습이 싫을 뿐이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