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과의 역사2   quatre.
  hit : 3684 , 2014-02-27 23:40 (목)




살과의 역사는 진행 중이다.
자살과 마찬가지로 살에 대한 고민은 참 오래되었다.
자살에 대한 생각만큼이나 오래 했을 것이다.

'살을 빼야 한다'
'몸을 만들어야 한다'
'날씬해져야 한다'
등등.


하지만 나는 한 번도 제대로 다이어트를 시도한 적이 없다.
왜냐하면 한 번도 제대로 뚱뚱해본 적이 없기 때문이다.
TV에 나오는 연예인만큼 날씬해본 적도 없고
사람들이 뚱뚱하다고 이야기할만큼 뚱뚱해본 적도 없다.

그래서 늘 '날씬해져야 한다'
고 생각만 하지
제대로 다이어트를 시작해본 적도 없다.
살면서 살이 빠진 시기는 단 한 번 뿐이다.

스트레스를 너무 많이 받아서
한 3, 4개월 동안 식욕이 없었던 그 시기.
그 시기에 스트레스 때문에 식사량이 줄어들고,
그 스트레스를 풀기 위해 아르바이트가 끝난 뒤 집에 걸어갔었다.
3개월 가량 하루에 40분 씩 매일 걸었다.

그러고 나니까 5kg쯤이 빠졌고,
그 중 2kg이 다시 쪘지만,
나머지 3kg은 1년이 넘도록 다시 찌지 않았다.


그 시기를 마지막으로 나는 단 한 번도 살이 빠져본 적이 없다.
그냥 유지하거나, 조금 찌거나.
그런데 요즘은 활동량이 현저히 줄어서 63kg이 되었다.
나는 먹으면서 늘 '살 빼야 하는데'
라고 생각을 하면서
먹는 것에 대한 죄책감을 느낀다.


내 몸을 사랑하려고 시도를 하고 있는데,
'날씬해야 한다'는 세뇌의 힘은 정말 강력해서
나도 모르게 죄책책감이 든다.




하지만 자살에 대한 추론과 마찬가지로,
나는 지금까지와 마찬가지로
앞으로도 

살을 빼고 싶다는 생각만 하지,
실제로 살을 빼려는 노력을 하지는 않을 것이다.
왜냐하면 그만큼 강력한 동기가 없기 때문이다.
그저 살이 찌면 안 된다는 무의식이 형성되었을 뿐
살을 빼야 하는 나 스스로의 동기는 전혀 없기 때문이다.

무엇보다도 
나는 체중을 줄이기 위해 먹는 것을 억압하는 일은 없을 것이다.
식욕을 억제할 만한 내적 동기가 전혀 없기 때문이다.

살을 빼지도 않을 거면서
살을 빼야 한다는 생각을 하고 산다면 
이 얼마나 쓸데없는 짓인가?

나는 살을 안 뺄 것이다.
이건 내 의지가 아니라,
내가 그렇게 될 것이라는 것이다.

나는 살을 안 뺀다.
높은 확률로.




.
.


나는 살을 빼려고 운동을 하지도 않을 것이다.
살을 빼기 위해 기계 위에서 땀을 흘리고
이상한 자세를 반복하고
공원을 빙빙 도는 것에 대해
나는 굉장히 안 좋은 이미지를 갖고 있다.
뭐랄까,



한심,
하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
어느 책에서 이런 문장을 읽은 뒤였다.


'필요 이상으로 먹은 뒤에 그렇게 해서 축적된 지방을 태우기 위해
일부러 몸을 움직이는 동물은 인간밖에 없다'고.
그 뒤로는 필요 이상으로 먹지 않기 위해 노력하기는 했지만 
살을 빼려고 운동을 하는 게
나에게는 이상한 일로 여겨졌다.



지금도 마찬가지다.
아마 이 생각을 바꿔줄 어떤 계기가 없는 한
나는 살을 빼기 위한 운동도 시작하지 않을 것이다.
마찬가지로


내가 안 하겠다는 결심이 아니라
내가 그렇게 될 것이라는 이야기다.




.
.



살을 빼려고 일부러 안 먹지도,
운동을 하지도 않을 거라면
나는 살을 빼기 위해 노력을 하지 않을 것이라는 걸 의미한다.
그렇다면 나는 살을 빼고 싶다는 생각을 할 필요가 없다.

나는 살을 뺄 필요가 없는 것이다.
적어도 지금까지,
그리고 지금 현재는.




.
.




It's none of my business.




.
.



먹을 때는 마음 편하게 먹자.
그리고 그 음식을 음미하자.
즐겁게 먹자.
그리고 내 몸을 인정하고, 내 몸에서 잘못된 곳만을 보지 말자.

지금의 내가 잘못되었고
뭔가를 고쳐야 한다고 생각하지 말자.
누구를 위한 것인가? 

내가 이렇게 건강한데,
어째서 내 몸에 문제가 있을 수 있단 말인가? 
내 몸은 지금 이대로 완성,이다.

프러시안블루_Opened  14.03.01 이글의 답글달기

여자들의 살빼기는 모르겠고,
트레이닝에 의해 만들어진 남자들의 머슬엔 위화감이 있어요.
머리가 비어보이기도 하고,
무엇보다 내가 수용 불가능한 그 나르시즘이라니....

李하나  14.03.01 이글의 답글달기

ㅎㅎ같은 남자가 느끼는 느낌은 그럴 수도 있겠어요. 저는 다 부러워할 거라고 생각했는데, 안 그럴 수도 있겠네요!

hs  14.03.01 이글의 답글달기

안녕하세요, 하나씨.
저는 변호사시험을 준비하는 대학원생이에요.
우연히 하나씨 글을 읽게 되었는데, 읽으면서 참 많은 생각이 들었어요.
이때까지는 막연하게만 생각했었는데 하나씨 생각과 마찬가지로 저도 변호사가 되어 성폭력피해자들을 돕고 싶다는 마음이 굳게 드네요.
한편으로 제가 지금 자격이 있었다면 하나씨를 도울 수 있었을텐데, 많이 아쉽기도 하구요..
무엇보다도 하나씨가 하고계신 일들(고소뿐만 아니라 일기도)이 많은 사람들에게 좋은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사실을 기억해주세요!
하나씨는 정말 좋은 사람이에요.
멀리서나마 응원하고 있겠습니다. 고마워요.

p.s. 개인적으로 하나씨께 명상을 추천해드리고 싶어요. 저도 최근에 공부와 경쟁이 너무 힘들어 방법을 찾다가 접하게 되었는데, 생각멈추기에는 아주 좋은 방법이거든요^^

李하나  14.03.01 이글의 답글달기

모바일로 보다가 답글을 달고 싶어서 랩탑을 열었답니다. 정말 감사해요, 성폭력 피해자분들을 도와주시겠다는 결심이 꼭 지켜졌으면 좋겠어요. 실제로 그렇게 일하고 계시는 분의 도움을 받고 있는 저로서는, 그게 얼마나 행운인지 모르거든요. 정말 감사하구요. hs님도 좋은 사람이세요 ,분명히! 그리고 명상! 저도 요즘 명상에 흥미가 가기 시작했답니다. 요즘 불교 승려들의 책들을 읽고 있는데, 명상이 참 좋아보이더라구요. 어떻게 할 지 아직 잘 모르겠는데, 어떻게 하고 계시나요? 좀 알려주세요:)

hs  14.03.08 이글의 답글달기

하나씨, 새학기라 정신이 없어 답이 늦었네요-
시간적, 금전적 여유가 조금 있으시다면 법륜스님의 명상수련을 추천해드리고 싶어요. 전 2월초에 다녀왔는데 힘들었지만 마음 다스리는 데에 정말 도움이 많이 되었거든요^^
아니면 근처 요가명상원이나 선원을 찾아보시거나 명상관련 책을 읽어보시는 것도 좋을 것 같아요. 제가 가지고 있는 명상책은 삶을 바꾸는 5가지 명상법(불광출판부), 내집에서 명상 10분(삼성출판사), 명상을 통해 얻어지는 자유(불일출판사)가 있네요.
하지만 가장 효과가 좋은 건 직접 가르침을 받아 실천하는 '수련'인 것 같아요ㅎㅎ 해보시면 아실거에요:)

李하나  14.03.12 이글의 답글달기

오 친구가 깨달음의 장을 추천해줘서 생각해보고 있긴 했는데! 4월거는 이미 마감이 되어서 5월 거를 신청해야겠어요! 깨달음의 장 갔다오고 나서 명상수련도 해야겠어요, 감사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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