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환학생 연기 │ cinq.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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으아 슬프지만 출국을 내년 여름으로 미뤘다. 두 달 일찍 출국하게 되면서 빵꾸가 났던 500만원을 메울 방법을 찾지 못했기 때문에. 최후의 보루로 엄마에게 대출을 부탁해보았지만 일언지하에 거절. 왜 그렇게 무리를 해서 가려고 하느냐며- 욕만 먹었다. 그래서 나라도 대출을 받을까, 하는 유혹에 잠시 빠졌으나 대학생 대출을 받으려면 엄청난 금리를 감수해야 하기 때문에 그런 선택은 하지 않기로 했다. 아쉽지만, 다행스럽게도 이번에 붙은 걸로 내년 8월에 출국이 가능하다고 하셔서 그렇게 하기로 했다. 만약 다음에 또 새로 지원해야 하는 거면 이번에 선발 절차에 들인 시간과 노력이 아까워 허무할 뻔 했는데 다행히 이번에 확보한 TO는 유지된다고 한다. 그럼 그냥 출국 시기만 좀 미룬다고 생각하면 되는 거니까, 아까울 건 없다. 차라리 두 달 만에 번갯불에 콩 볶아먹듯 가는 것보다야 차분히 준비해서 가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다. 돈도 조금 더 벌고 영어 공부도 좀 더 하고 서류나 비자도 여유롭게 준비해서 가자. 이번 학기에 가려고 정말 온갖 노력을 다했는데 결국은 가지 못 했다. 그래도 하는 데 까지 해봐서 후회는 없다. 만약 미적지근하게 일찌감치 포기했었으면 기분이 상당히 울적했을텐데 진짜 별짓을 다했는데도 안 된 걸 내가 어떡하리. 딱히 지금 갈 수 있는 방법이 없다. 그리고 가는 것 자체가 너무 무리이고 괜찮은 대안이 있으므로 굳이 무리할 필요가 없다. 내년에 가는 걸로! 달라질 건 없으니까. 그리고 지금 생각해보면 준비 과정이 미흡했던 것도 있다. 선발에서 붙는 것도 중요하지만 어찌되었든 가서 살 돈이 필요한 건데 돈을 너무 늦게 벌기 시작했다. 한 번에 한 가지씩밖에 집중을 못 하는 버릇이 또 나왔다. 영어 공부하고 지원서 작성하고 면접보는 거에 너무 큰 에너지를 쏟았다. 사실 끝나보니까 그렇게까지 할 필욘 없었고 내가 원래 하던대로만 하면 충분히 붙는 거였는데, 많이 긴장하거나 과대평가했던 것 같다. 뭐 그 전에는 몰랐으니 다시 돌아간대도 똑같을 거겠지만, 다음에 뭔가를 하게 된다면 너무 한 번에 한 가지에만 집중하기보다는 우선순위를 정해서 여러 가지도 동시에 준비할 수 있도록 하자. 그리고 중요한 걸 먼저 준비할 수 있도록! 실질적으로 그 일을 하는 데 필요한 노력의 정도도 미리 알아보자. 가령 교환학생으로 선발되는 절차가 많이 어렵거나 복잡한지, 미리 알아보거나 물어보는 것! 그렇다고 해서 이번 과정이 완전히 헛된 건 아니었다. 내 가능성을 다시 발견할 수 있었으니까. 나는 이제 완전히 영어와 관련해서 자신감을 얻었다.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값진 과정이었다. 게다가 이거에 집중하고 에너지를 쏟으면서 자신감도 만이 생겼고! . . 여하튼 계획이 갑자기 미뤄지면서 시간이 생겼으니 그동안 어떻게 할 지, 고민을 좀 해봐야겠다. 못가게 된 김에 여행이나 한 번 가볼까. 아니면 그냥 방학 때 돈 벌어놓고 복학해서 학교 다니다가 출국을 할까. 시베리아 횡단 열차를 타보고 싶긴 한데. 남은 시간 동안 무얼 할 지 고민을 좀 해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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