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아하는 사람 │ six/sept.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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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에 맞춰 왠지 좋아하는 사람이 생긴 것 같다. 책을 읽다가 자꾸 한숨, 과제를 하다가도 자꾸 헛웃음. 혼자 있으면 뭘 할 수가 없어서 자꾸 밖으로 나간다. 도서관에 앉아서 책을 펼쳐도 그 사람 옆 모습이 생각나서 또 한숨 푹. . . 오랜만에 좋아하는 사람이 생긴 것 같다. 이번 학기에 처음 보는 사람. 편입생이라는데- 사실 개강 둘째 주 쯤, 발표를 하는 그 사람 모습을 보고 괜찮다는 생각을 얼핏 했다. 일주일 후에는 웃으며 말을 걸길래 귀엽다고 생각했다. 그 다음 주에는 수업 시간에 내 대답이 웃겼는지, 뒤를 돌아서 날 보며 웃길래 마주 웃어줬다. 이번 주에는 수업에 오자마자 엎드리길래 피곤한 일이 있나 걱정이 되었다. 그리고 나는 이제 인사도 못 하고 자꾸 지나치고 있다. 말을 건넬 타이밍을 자꾸자꾸 흘려보내면서. . . 수업을 총 두 개를 같이 듣는다. 하나는 분할 수업이라 일주일에 세 번 얼굴을 보는 셈. 월요일에 같이 듣는 수업에서는 내가 뒤쪽에 앉고 그 사람이 앞쪽에 앉아서 나는 교수님을 쳐다보는 핑계로 그 사람 뒷모습을 계속 쳐다본다. 머릿결이 좋아서 움직일 때마다 찰랑찰랑 거리는 게 보기가 좋다. 움직일 때마다 살짝살짝 보이는 옆모습이 둥글둥글 귀엽다. 손으로 머리를 자주 쓸어넘긴다. 열심히 구렛나루도 다듬는다. 햄스터 같다. 교수님의 질문에 대답을 할 때는 살짝 손을 든다. 그리고 조목조목 잘 대답한다. 목소리가 좋다. 펜을 든 손가락이 가늘고 손톱이 길다. 카키색 맨투맨은 어깨와 폼이 넓다. 입으면 귀엽다. 검은색 블루종을 입으면 멋있다. . . 망했다. 과제를 해야 하는데 자꾸 이런 글이나 쓰고 있다. . . 말을 걸거나 인사를 하고 싶은데 어떻게 해야 하지? 그냥 인사를 해버리면 어떻게 생각할까? 월요일에 보면 안녕하세요, 하고 눈 인사 해야지. 꼭꼭! 이렇게 계속 썡까면 그 사람도 나를 어렵게 생각하고 어색한 사이로 굳어진단 말이야. 다음 주 정도가 마지노선! 아 빨리 월요일 됐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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