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소드'는 스타니슬랍스키덕분에 유명해진 연기이론. 배우가 등장인물에 온전히 '몰입'하여 '일체화'를 이루는 것. <럭키>의 원작이 된 일본영화 <열쇠도둑의 메소드 (2012)>가 하고 싶은 말은. '전부 납득하면서 사는 인간따위는 없다'라는 건데, 난 왜 이런 삶을 살아야 하는지 왜 이런 환경이 내게 주어졌는지 모조리 다 이해하고 납득하며 사는 사람은 없다는거다. 그냥 주어진 배역을 열심히 몰입하며 사는 것 뿐. 설령 내 떡보다 남의 떡이 더 커 보인다고 그걸 바꿔봐야 내 삶이 근본적으로 달라지진 않는다는거. 그나마 내 삶의 바꿀수 있는건, 내 태도 뿐이라는거. 돼지우리에 살아도 성실한 인간은 꼼꼼하게 살 수 있고...칠칠치 못한 인간은 단정한 환경도 돼지우리로 만들며 산다는거. 이런 메시지들을 사카이 마사토와 카가와 테루유키라는 걸출한 두 배우가 경쾌한 호흡으로 보여준다. 여기에 또 '인간의 계획대로 되지 않는 사고'인 로맨스까지 히로스에 료코를 통해 보여주고 있다. 감독 우치다 겐치의 매우 정교한 시나리오와 깔끔한 연출이 돋보이는 작품. 여기까진 일본의 <열쇠도둑의 메소드>의 평. 이에 반해 리메이크된 <럭키>는, 오로지 '신분이 뒤바뀐' 설정에만 집중. 그래서 원작보다 훨씬 코믹하고 롤러코스터처럼 변화무쌍한 플롯에 공들였다. 그래서인지 팝콘무비처럼 시간은 잘 때워지지만, 영화가 끝나면 아무것도 남지 않는 공허한 뒷맛은 피할 수 없다. 주연배우의 매력과 내공은 한국과 일본 우열을 가리기 힘들지만, 세계관에 대한 '열쇠'를 가진 감독의 내공은 좀 차이가 난다. 역시나 '왜?'가 빠진 '엔터테인먼트'는 감흥없는 성형미인이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