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킹데드   huit.
  hit : 2540 , 2018-11-20 22:16 (화)

얼마 전에 티비를 새로 바꿨는데
넷플릭스 플레이를 지원해줘서 동생과 함께 티비로 워킹데드를 보기 시작했다.
시즌 3에 들어섰는데,
원래 징그러운 걸 잘 못보지만
내용이 너무 재밌어서 자꾸 보다보니 익숙해지는 것 같기도 하다.
사실 시즌 초반은 좀 옛날이어서 그런가
분장이 좀 귀엽기도 하고-
내장이나 피 같은 건 좀 징그럽지만
그냥 만든 거라고 생각하니까 괜찮다.

어쨌든,
워킹데드를 보니 좋은 점은
첫 째는 글렌이 귀엽다는 것이고
(스티븐 연을 좋아하면서도 정작 워킹데드는 못 보고 있었는데
이제 여한이 없다)
둘째는 사람들이 저렇게 열심히 살려고 노력하는데
나도 좀 열심히 살아야겠다는 생각이 든다는 것이다.
저렇게 극한 상황에서도 살려고 노력하는데 말이다.
아무튼 무슨 일이 있더라도 살아남고자 노력하는 릭을 보면서
의지를 배웠다.
물론 시즌이 거듭될 수록 다들 생존 본능만 남아가는 모습을 보이지만-
어쨌든 머리는 비우고 살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살만 하니까 생각이 많은 것 같다.
그냥 비우고 나가서 얻어 터지든 살아남든 해야지 :)

셋째는,
뇌가 정보를 해석하는 방식이 느껴져서 재밌었다.
며칠째 하루 몇 시간씩 워킹데드를 보고 있는데,
좀비들이 내는 특유의 소리가 있다.
뭔가 크아아악 하는 소리가 있는데-
오늘 우리집 음식물 분쇄기에서 나는 소리가 좀비들이 내는 소리로 들리는 것이었다.
전에는 한 번도 그렇게 들린 적이 없었다.
그런데 오늘은 분쇄가 끝날 때까지
워커 소리로 들렸다.

역시
뇌는 새로운 정보를 익숙한 정보에 기반해서 해석한다는 걸
다시금 느낄 수 있었다.

좋은 말을 많이 들으면
모든 말이 좋은 쪽으로 들리는 경향이 있고
나쁜 말을 많이 들으면
모든 말이 나쁜 쪽으로 들릴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마찬가지로
좋은 이야기를 많이 들으면
세상이 좋게 보이고
나쁜 이야기를 많이 들으면
세상이 나쁘게 보일 것 같다는 생각도.

객관적으로 판단하면서 살고 싶다고 생각했지만
뇌라는 장기는 그런 조직이 아닌 것 같다.
그냥 언제나 감각의 해석에는 한계가 있으며
객관적일 수만은 없다는 것을 자각하고
늘 깨어있고 의심하면서 사는 게 맞는 것 같다.

그리고 원하는 생각 방식이 있다면
의식적으로라도 거기에 노출될 수 있도록 하자.
긍정적으로 생각하기를 원한다면
긍정적인 말을 자주 듣고
긍정적인 글을 자주 읽는 것이다.

차분한 마음을 원한다면
환경을 차분하게 하고.

무언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면
환경부터 평가해볼 수 있도록.

.
.



아무튼
워킹데드 덕분인지는 몰라도
의지가 조금 생겼다.
1년 정도 새로운 시도가 두려웠었다.
하지만 이제는 그냥 될 대로 되라지, 하는 심정이다.
인생 망하면 어떤가,
망하면 그 다음에 뭔가를 해내서 안 망한 인생으로 만들면 그만이다.
예전의 내 마음 가짐이 조금씩 돌아오는 것 같아 반갑다.

Jeong P  18.11.21 이글의 답글달기

필력이 정말 좋으시네요~
머리속에 떠오르는 생각을 글로 풀어내는게 정말 어려운데 쏙쏙 들어오게 잘 쓰세요ㅎ

李하나  18.12.04 이글의 답글달기

ㅎㅎ감사합니다!

행복할래  18.11.22 이글의 답글달기

공감해요. 그래서 전 자기계발서를 무시하지 않아요... 좋은걸 자꾸 보면 좋은 기운으로 물들어 간다고 생각하거든요 ㅎㅎ

李하나  18.12.04 이글의 답글달기

ㅎㅎ맞아요 뭔가 에너지가 샘솟는달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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