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을 써버렸다   Piece of memory...
 봄날씨 hit : 2259 , 2004-04-03 02:57 (토)


마지막을 써버렸다...

그래서 오늘부터 내일이 불안하고 걱정되고 염려된다...

내 일기를 읽는 분들은 아마도 많이들 답답함을 느끼시겠지...

'마지막 용서'라고 해야할까...




이상하게도 난 '집단' 내지는 '전체' 같은 무언가를 포용하는 단어가 싫다...

심지어 나와 상대를 묶는 '우리'라는 말조차...

그렇다고 내가 무슨 소위 '독불장군'도 아니요, 속세를 떠난 선비라도 되는 것도 아니지만...

늘 누군가와 대화를 하면 생각없이(어쩌면 그 말 외에는 다른 말이 없어서일 지도 모르겠지만....)

'우리'라는 말을 쓰긴 하지만 그래도 생각을 해보면 내가 좋아하는 말은 영 아닌 듯 하다...

그리고 또 하나...

고등학교에 들어서면서부터 알게된 잠에 관한 누구도 따라올 수 없는 나약함...

남들보다 많이 자는 것도 아니고 얕게 잠들어 일어나면 찌뿌둥함을 느끼는 것도 아닌데...

유독 아침잠은 왜그렇게 많은 지...왜그렇게 이기기가 어려운 지...

다른 것들은 계획을 세우고 노력하면 그래도 어느정도 만족할만큼 결과를 보는데도...

이상하게 아침잠만큼은 이기기가 쉽지가 않다...

이래선 내가 되어야할 공무원이란 게 될 수 있을 지..아니 할 수 있을 지 의문이다...



우리 계장님이 내게 준 용서의 기회...

한 번도 아닌 두 번만 더 지각하거나 결근하면 고발하겠다고 그렇게 용서를 해주었는데...

그 말 들은 지 며칠이나 지났다고 또다시 오후가 되어서야 침대에서 눈을 뜨다니...

눈뜨고 시계를 보는 순간 멍했다...다른 생각을 일절나질 않고...그냥 멍했다...

욕도 나오질 않는다...

서둘러 출근해야겠단 생각도 없었다...

오히려 더 신경써서 세수를 하고 머리를 하고 옷도 골라입고..

두시가 넘어 출근했다....당당하게....

남들이 보면 정말 똥배짱이라 생각할만큼 나 스스로도 그런 생각하지만...

천성이 그런 걸...

뭔가 죄지은 게 있거나 뭔가 꿇린다 싶으면 그걸 감추고 싶어하는 본능...

아마도 많은 사람들이 그렇지 않을까 싶지마는...



아무튼...계장님으로부터 "이제 끝났다...마지막 기회까지 다 썼으니까 잘 해라..."

이 짧은 말을 듣는데...왜그리도 겁이 나던지...

정말 고발을 당해도 겁은 안 날 것 같은데...

이상하게도 내 마지막을 써버렸다는 말에 겁이났다...

그리고 지금도 겁이 난다...

그럼에도 새벽 세시가 다 되가는 시간..

친구를 기다리며 겜방에서 죽치고 있는 내 모습...

누가 이런 나를 정상이라고 할까....

오늘은 출근시간까지 술마시고 바로 출근해야겠다...

마지막을 써버렸으니까....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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