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사람의...분신을 만나다 │ 미정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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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무살...작년 봄의 일이다. 난 수능을 망쳤다는 자책감으로 괴로운 학교생활을 보내고 있었다. 누구와도 사귈수 없을만큼 내 맘은 닫혀져 있었다. 입을 다문채 가방들고 왔다갔다 하는 대학생활... 아무련 애착도,미련도 없었다. 이래선 안된다는걸 알면서도 멈출수 없었던때...그 사람을 만났다. 외롭고 힘든 생활을 보내고 있어서였을까... 그 사람은 쉽게...너무나 빨리 내맘을 가져가버렸다. 처음으로 누군가를 진심으로 좋아하게 되었다. 그런데 그 사람은...자길 사랑하지 않는 사람이였다. 사랑을 부정하고 믿지 않는...자기만의 공간에서 빠져나오려 하질 않았다. 난 끊임없이 그앨 설득했었다. 넌 좋은 사람이라고...자신을 좀더 사랑하라고...사랑은 아름답다는걸 믿으라고... 하지만 그 사람은 믿지않았다. 자기만을 위해서 서있는데도...날 믿으려 하지않았다. 어떻게 해서든 닫힌맘을 열어주고만 싶었다. 그 사람이 날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는걸 알게되어서도...멈출수가 없었다. 사랑이란게 이런거구나...하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기다림속에서 난 그앨 만나기전보다 더 괴로워해야만 했다. 맘 구석구석 파인 상처들로... 피투성이가 되어갔다. 언젠가 그 사람이 맘을 열것을 믿으며... 반년의 시간이 지나갔다. 포기하라는 그애의 말에 좌절하는 등...몇가지일이 우리을 스쳐갔다. 어느날 그앤 내맘을 받아주었다...우린 사귀게 되었다. 하지만 그앤 끝내 내게 맘을 열지않았다. 짧은시간이 지나 우리는 헤어지게 되었고... 김이 빠져버렸다고 해야할까...난 별다른 아픔조차 느끼지 못한채 조용히 이별에 응했다. 그후로 사랑을 믿지 않게 되었다. 내게 끝까지 맘을 열지 않았던 그 사람에 대한 원망도...보이지 않는 먼지처럼 내게 쌓여있었다. 크게 좋아하는 감정없이 몇몇의 다른여자들과 사귀었다. 하지만 이미 사랑을 믿지않게 된 나에겐... 뒤돌아서면 사랑이든 뭐든 아무것도 아니게 되어버릴것... 얼마가지 못할거란걸 알고있었다. 스물 한살이 되어서 또 한번의 이별을 경험하고... 한달여의 시간동안 그다지 유쾌하지 않았다. 그리고 며칠전...난 그 사람의 분신과 만났다. 모든것이 그 사람과 너무도 닮은 사람...그때 스무살 그 사람의 모습만 같았다. 자신을 사랑하지 않고 맘을 닫아버린 사람... 난 그애에게 과거에 그랬던것 처럼 열심히 설득했다. 그러던 중 깨닫게 된거다, 뭔가 반복되는 듯한 이런 상황을... 난 더이상 그앨 위로하지 않았다, 소용없다는 걸 너무 잘 알고있으니까... 두번 경험하고 싶지 않았다, 그 안타까움...무력함...그리고 떠올리기 싫은 옛일들. 난 분신에게 조용히 말을 건넸다. 무엇이 그애 맘을 닫게 해버렸는지...그앨 다알순 없지만...이해하고 싶었다. 오랜시간동안 난 분신과 여러가지 얘길 나누었다. 얘기중에 분신은 몇번인가 우는것 같았다. 난 분신에게 과거의 내 이야기를 털어놓았다... 분신은 내가 알고 싶었던것...모르고 있던 것들을 깨닫게 해주었다. 그애가 날 믿지 못했던 이유...그리고 그애의 사랑방식... 난 아마도 그애의 아픔까지 사랑하지 못했나보다... 어쩌면 그애 맘을 얻기위해 노력했을뿐 그앨 이해하려 들지는 않았을지도... 왜 내게 이런일을 경험하게 하는것일까...이제와 사랑을 믿지않게 되버린 나에게... 우습지만 어떤 운명같은 생각도 들었다. 난 잘못 생각하고 있던걸까... 이제 그 사람을 반쯤은 이해한걸까...가슴이 아파왔다. 다른걸 깨닫게 해준 분신에게 감사를 표했다. 분신은 내가 그 사람을 닮아가는것 같아 걱정스럽다고 했다... 요즘 들어 무척이나 가깝게 지내는 분신과 나... 우린 앞으로 어떻게 될까...난 과거처럼 그앨 사랑하게 될까... 그러기엔 난 이제 넘 약아버린건 아닐까... 하지만 그앨 지켜주고 싶다...그리고 좀더 이해하고 싶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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