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무살이 되면서
종종 우울함을 느꼈어
갑자기 길을 잃은 느낌이 들었거든
길을 잘못 든 것 같았거든
의욕도 없고 텅 빈 것 같았어
멀미가 나는 느낌이었어
그 때마다 술을 마셨어
친구들이 날 위로했고
음악이 날 위로했고
술이 날 위로했어
뉴욕에서 혼란기의 절정을 보냈고
일리노이에서 역시 길을 잃고 헤맸어
그 때마다 역시 난 소주를 택했어
또로로 소리를 내며 잔을 채우는 맑은 물에는
말로 표현 못할 묘한 감정들과 꽤 단정한 이야기들이 얽혀있거든
그런데
항상 햇살이 눈부신 캘리포니아는
내게 우울할 틈을 주지 않았어
이상하리만큼 조금도 텅 빈 기분이 들지 않았어
그리고 알코올이 그립지도 않았어
3개월동안은 그랬어
그런데 요즘 오랫만에 우울함이 찾아왔어
계속 졸음이 오고
텅 빈 기분이 들고
판단력도 흐려지고
모든 의욕이 상실되는거야
환자들의 삶의 질을 높이기 위해
그들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도록 돕기 위해
나는 일을 하거든
그런데 요 며칠새
나도 함께 환자가 되어 그들과 멍하니 앉아있는거야
그냥 말 없이 바라만봐도 위로가 되는 친구들과
소주 한 잔 하면 풀릴거 같은데,,
엄마, 아빠, 선호랑 공원을 거닐며
속이 뻥 뚫리게 한바탕 웃으면 기분이 나아질 것 같은데,,
클럽가서 미친 듯 춤도 추고 싶고,
노래방에서 목청 떠나가라 노래도 부르고 싶고,
지독한 향수병에 걸린 모양이다
내일은 환자들이랑 드럼을 한바탕 신명나게 두드릴까봐
가 고 싶 다
한 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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