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복   u don't have to understand
  hit : 2166 , 2008-03-25 14:33 (화)



내 인생은 내가 개척해 나간다지만

가끔은 묘하게 연결되어있는 운명의 고리를 느끼곤 해


그래서 개인 의지와는 상관없이

어떻게든 신이 원하는 방향으로 흘러가 버리는거지


스쳐지나간 수많은 인연 중에 특정 성인 남녀가 사랑의 결실을 맺는 것과

수천 대 일의 경쟁률을 뚫고 내가 형성된 것을 시작으로

우연하게 일어난 모든 필연적인 사건들이

29년동안 나의 인생을 꾸며온거야


불가능이라 생각되어진 것도

나도 모르게 마음에 품게 되었고

수많은 장애물이 앞을 막고 어려운 고비를 넘었지만

결국은 이렇게 이곳에 서있는거야


대학교 때 바이올린을 전공하다가

3학년 2학기를 마칠 무렵 음악치료라는 걸 발견했어

그게 뭔지는 모르지만 오랫동안 맘 속으로 꿈꿔왔던 바로 그것이였거든

그래서 갑자기 미국을 가서 공부를 해야겠다 마음을 먹었어


중, 고등학교 때 영어는 좀 한다고 생각했지만

한국 영어 교육이 그랬듯이

말 한마디 못하는 벙어리였어

물론 미국에 친인척 하나 없었구,,


말 그대로 맨주먹 불끈 쥐고 이 넓은 땅 미국에 온거야


서둘러 어학 연수의 절차를 밟고
 
대학 종강 후 졸업식도 참석안하고 미국이라는 곳으로 날아왔는데

오자마자 아빠 사업에 큰 문제가 생긴거야

그리고 나는 바로 한국에 돌아가야하는 상태였어


이미 어학원에 돈을 다 지불한 상태라서

1년만 버텨보자고 그랬어


근데 신기하게 아빠 사업이 힘들다가도

내가 목돈이 필요할 때 마다 운좋게 큰 일이 하나씩 들어오는거야

그렇게 힘들다 힘들다 하면서 한달 한달 버텼어


어학원을 다니면서 토플을 보고

이제 대학원 입시 준비를 해야 되는데

이거 너무나 준비해야할게 많은거야

내 영어는 아직 턱없이 부족하고,,


하루는 비오는 날 우산없이 걷다가

내게 우산을 건네던 자상한 할아버지를 만난거야


그 분은 바로 옆 골목에 사시던 분이였는데

내게 너무너무 필요한 모든 것을 갖추신거야


영어 선생이였구 영어 에디터였으며

동양 철학과 심리학에 관심이 많은 저자였고

비엔나에서 프렌치 혼을 전공한 음악가였어

동생은 콜롬비아 대학에 근무하던

뉴욕 타임즈에 이름이 나던 작곡가였구,


자기 소개서, 추천서 등을 부족한 영어로 해결해 보려고

끙끙대던 나에게 완벽한 분이 나타난거야


커다란 도움을 입고 가까스로 원서를 넣었어


이제 오디션을 준비해야 되거든


어학원 정문 앞에 악보를 끌어안고 앉아 계시는 한 여성분을 보고

나도 모르게 말을 걸었어


모르는 사람에게 말을 걸은건 아마 처음이였을거야


그냥 악보를 끌어안고 있는게 친근해서 인사를 건네면서

바이올린을 전공했고 째즈 피아노에 관심이 많다고 했어


그 여자분은 버클리 음대에서 컴퓨터 음악을 전공하시고

뉴욕대에서 석사 공부를 하고 계셨는데

우리나라에서 최고로 활동을 많이 하신다는

3명의 째즈 피아노 뮤지션의 이름을 대는거야


아,, 어찌나 황홀했는지


그리고 그 분들 중 한분을 소개 시켜 주셨고

그 째즈 선생님을 통해서

째즈 피아노를 조금씩 알게 되었고

카네기 홀에서 반주하신다는 분이 오디션 반주도 해주시고

홈 스튜디오를 가지고 계셨던 실력있는 기타 선생님도 소개 받고

무사히 레코딩도 마칠 수 있었어

상상도 못할 저렴한 가격에 말이야


그리고 너무 가고 싶던 한학교에 원서를 넣었는데

고배를 마신거지


음악치료학과는 일년에 한번씩만 학생을 뽑거든


일년을 기다리면서 이곳저곳 원서를 넣어보려고

이 학교 저 학교에 밑물 작업을 할 때였어


한 친절하신 교수님께 이메일이 온거야


그 때가 데드라인이 3개월이나 지났었는데 말이지

기회를 한번 줄테니까 원서를 한번 넣어보라고 말이지

나중에 교수님께 들은 이야기인데

너무 늦은 어플라이 때문에 너무나 많은 고민을 하셨다는거야

극적으로 개강 일주일 전에 어드미션을 받았어


무사히 2년 반의 석사 과정을 마치고 인턴쉽을 시작했어

우리 병원의 간호사 어머니 집에 방이 한칸 비어서 그 집에 들어가 살았거든

근데 이여자 성질이 보통이 아닌거야

한달동안 너무너무 고생을 하며 살았는데

이사하고 싶어도 방을 구하기가 쉽지가 않았거든


교회에서 밥을 먹고 있는데

어떤 한국 남자분이 갑자기 다가와서는

저기 혹시 주위에 방구하는 사람 있으면 말 좀 해달라며

한국 노부부가 큰 집에 사는데 방이 많아서 내주고 싶어한다는거야

당장 방을 보러 가겠다고 했고

이틀만에 이사를 해버렸어


그 노부부 말이야

어찌나 마음이 따뜻한 사람들인지 말이야

친자식보다 더 따뜻하게 잘 해주시는거야

그 분들 덕분에 요즘 너무 행복해


나 인복이 참 많은가봐

주위에 좋은 분들이 너무나도 많아


내 인생에 기적같이 나타나시는 고마운 분들

너무너무 감사해


모든 것을 주관하시는 하나님께

너무너문 감사해

^^*




snow  08.03.25 이글의 답글달기

인생이란게 참 묘한것같아요.. 연금술사란 책이 떠오르네요..^^

억지웃음  08.03.26 이글의 답글달기


다행이네요. ^ ^

바른생활  08.03.29 이글의 답글달기

행운의 여신이 당신과 함께 하였네요.. 그 여신은 다름아닌 당신이죠... ^^ 당신으로 인해 모든 일이 생겼으니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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