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요일날, 가을 체육행사을 마치고 본부장님과 나눈 막걸리 담소.
나 : 젊었을때는 몰랐는데, 요즘은 인생에서 가장 크게 작용하는 힘이 운(運)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일이 안풀릴때는 어떤 짓을 해도 안풀리고, 일이 잘 풀릴때는 생각하지도 못한 누군가가 나타나서 도와주더라구요.
어떤 시기에 누구를 만나느냐가 인생을 좌우하는거 같아요
본부장 : 맞아. 나도 몇년전에 병명도 없이 몸이 너무 아파서 모든걸 다 포기했었는데 전에 같이 일했던 ㅇㅇㅇ부장이 마침 인사부장으로 발령나면서 서울대 MBA를 보내주더라.
그게 회사에서는 교육 발령을 냈지만, 서울대에는 통보를 안했기 때문에 사실상 6개월 유급휴가였어. 지금은 있을수도 없는 일이지. MBA마치고 재수 좋게 1년후에 임원이 됐어. 경쟁자들이 다른 곳으로 발령이 났더라구.
본부장 : 그 일 겪고나서부터 주변사람들에게 내가 할 수 있는한 최선을 다해서 도와주고 싶더라. 작은 인연이 인생을 바꾼다는 걸 깨닫게 됐거든.
본부장 : 한가지만 더 보탠다면.......... 어려운 시절을 어떻게 준비하느냐가 참 중요해. 누구나 인생에 "사이클"이 있잖니? 정말 안풀릴때도 뭔가를 준비하는 하는 사람과 허송세월 하는 사람은 정말 큰차이가 나.
나 : 음~~좋네요.
본부장님. 매출 올리라고 맨날 쪼이지만 마시고, 방금 하신 말씀 직원들한테 특강 한번 해주시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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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새, 내 의식을 지배하는 화두는 운(運)과 불확실성이다.
마음 먹은 것을 이룰 수 있는 힘이 내안에 모두 있음을 믿었던 시기가 있었다. 생각해보니, 내가 교만했던거 같다.
불과 2개월여 남은 내년의 삶 조차도 불확실하고, 인생에서 내가 지배할 수 있는 요소는 생각보다 적다는 것에 자꾸 생각이 미친다. 어쩌면 동양의 가장 탁월한 지혜는 공자와 노자에 있지않고, <세옹지마>라는 사자성어에 있다.
그래서인지, 예전에 읽었던 책에서도 그런 구절들이 다시 눈에 들어온다.
IT를 바라보는 시각은 이렇게 성공한 자들의 비결에 집중되는 경향이 있습니다. 어떤 이는 그들이 기존의 관행을 역행하여 성공했으며, 지침으로 삼을 만한 숨겨진 아홉 가지 규칙을 발견했다고 주장합니다.
사람들의 욕구를 정확히 파고들어 성공할 수 있었던 세 가지 비결은 사용 편의성, 우수한 디자인, 개방성 으로 요약할 수 있다고 말하는 자들도 나타났습니다. 좀 더 용감한 마케터는 그 모든 것은 결국 한 가지로 귀결된다고 주장합니다. 한 가지 비결, 이 한 가지만 따라하면 우리도 그들처럼 성공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그 말에 솔깃해져 귀를 기울여 보지만 결국 하나 마나 한 소리에 불과하다는 것을 깨닫게 됩니다. 어쩌면 이런 주장들이 영감을 줄 수도 있겠지만, 현실로 돌아온 우리에게 가르침이 되는 것은 아무 것도 없습니다.
제품과 서비스의 성공이 지속되어 사람들의 행동양식을 바꿀 정도가 되면 인문학자들은 그것들의 의미와 영향을 분석하기 시작합니다. 신인류의 탄생을 주장하거나, 인간의 본성에 내재된 소통의 욕구에 대한 진지한 분석이 행해집니다. 자기표현 욕구를 정확히 꽤뚫은 페이스북의 놀라운 혜안에 감탄하며 이런 서비스가 성공할 수밖에 없는 학문적 근거를 제시합니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누구나 믿고 의지할 "성공의 비밀 따위는 없습니다. 특히 그 기술과 제품의 내재적인 성공비결을 찾는 행위는 철저하게 무의미한 일일 뿐입니다. 굳이 성공비결을 찾으라면 아마 단 한 가지 "운이 좋았다"일 것입니다.
세상의 모든 기술과 제품이 성공할 수 있었던 유일한 이유는 운 좋게 그 시기에 그 기술이 필요해서 였습니다.
물론 같은 시기의 경쟁제품들보다 완벽한 성능, 낮은 가격, 뛰어난 사용편리성, 내재적 가치가 더 크다면 성공할 가능성이 높을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세상을 지배하는 것들 대부분은 성능이 뛰어나지도, 가격이 싸지도 않습니다. 오히려 형편없는 제품들이 더 많은 인기를 누리기도 합니다. 인간 사회가 공정하지 않듯 제품 또한 마찬가지 입니다.
- "한국 IT산업의 멸망" (김인성, 북하우스) 12쪽 -
"머리에 맨 먼저 떠오르는 건 운입니다. 나는 운좋게도 적합한 후계자를 찾을 수 있었습니다."
운. 논하기에 얼마나 묘한 요인인가! 그러나 좋은 회사를 위대한 회사로 도약시킨 경영자들은 우리와의 인터뷰에서 운을 많이 거론했다. 뉴커의 한 경영진과 인터뷰를 하면서, 회사가 훙륭한 결정을 내리는 면에서 어떻게 그토록 좋은 성적을 냈는지 묻는 말에 그 사람은 이렇게 대답했다. "내 생각엔 그저 운이 좋았던거 같아요"
필립 모리스의 전환기의 CEO, 조지프 컬먼 3세는 회사의 성공의 공을 자신에게 돌리는 것을 단호하게 거절했다. 자신이 운이 좋아서 훌륭한 동료들과 후계자, 전임자를 갖게 된 덕분이라는 거였다. 그가 쓴 책 조차도 <나는 운 좋은 놈 I'm a lucky guy>이라는 별난 제목을 달고 있다.
- 좋은 기업을 넘어 위대한 기업으로 (짐콜린스, 김영사) 62쪽-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인생에서 원하는 것을 얻는 방법'에는 두 가지가 있다. 하나는 열심히 일해서 노력에 대한 대가를 받는 것이다. 다른 하나는 행운이 맞아 떨어지기를 바라며 끊임없이 도전하는 것이다.
이런 관점의 차이는 행운을 어떻게 해석하느냐 하는 차이에서 비롯된다.
한쪽은 행운을 배제하려고 한다. 행운은 타고 나는 것이며, 로또 당첨자나 불세출의 사업가 같은 '특별한 사람들에게나 해당되는 것'이라고 믿는다. 행운에는 인간의 의지가 개입할 수 없으므로 고려 대상에 포함시킬 수 없다는 것이다. 노력해서 얻는게 속 편하다는 신념이기도 하다.
다른 한쪽은, 행운을 '눈 먼 기회'라고 본다. 다른 이의 성공은 대부분 운이 좋았기 때문이며, 나에게도 그런 행운의 기회가 있을 것으로 본다. 최소한의 노력으로 최대의 효과를 거두는 대박 기회가 누구에게나 열려 있다고 생각한다. (중략)
그런데 어떤 사람들은 '제 3의 길'을 선택한다. 이들은 '모든 사람들은 제각각의 타고난 팔자를 타고 나지만 운은 끊임없이 흐른다고 생각한다. 따라서 누구에게나 행운과 불운의 기회가 주어지며, 그 흐름을 잘 타는 것이 성공과 실패를 좌우한다고 주장한다.
우리의 생각과는 달리, 모든 노력과 성공, 실패와 좌절에는 운이 개입한다. 운의 발자취를 쉽게 확인할 수 있는 것이 '우연'이다. 우연은 이따끔 심술을 부려 준비와 노력을 쓸모 없는 짓으로 만들어 놓기도 한다.
성공을 이뤄내고 그 것을 유지하는 데는 노력과 행운이 모두 필요하다. 성공을 이어가는 사람들이라고 해서 스스로 행운을 만들어 낼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단 그들은 행운이 자신을 찾아오도록 한다. 스스로를 끊임없이 변화시켜 '행운이 좋아하는 사람'으로 만드는 것이다.
- 보이지 않는 차이 (연준혁, 한상복 지음, 위즈덤 하우스) 33~3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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