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 버는 기계 │ deux.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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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까지 내 가슴 속에 박혀 있던 한마디. "나는 돈 버는 기계일 뿐이다." 어린 나의 가슴에 깊게 박힌 한 마디. 아버지가 불쌍했다. 누구의 사랑도 받지 못하고 그저 자신을 돈 버는 기계라고 느꼈을 때 얼마나 비참했을까. 생각하면서 나는 아버지의 경제력을 뜯어먹고 사는 것을 미안해했다. 그동안도 마찬가지였다. 아버지에게 떳떳하게 돈을 요구하지 못한 것도 내가 아버지를 돈으로만 생각하는 것에 대한 죄책감이었다. . . 하지만 이제는 달리 생각하려 한다. 돈 버는 사람으로라도 생각했던 것이 과분했던 거라고. 그래도 그 이유 하나만으로도 그를 동정해줬던 것으로 충분했던 거라고. 그가 나에게 충분히 용서를 빌기 전까지 나는 그를 용서하지 않아도 되고 그를 원망해도 되고 하고 싶다면 분풀이를 해도 된다고. 대학 등록금을 대달라는 이유만으로 그에게 전화하는 것이 전혀 잘못인 게 아니라고. 그렇게 생각하고 싶다. 왜 죄책감이 이리도 끈덕지게 달라붙어 떨어지지 않는가. . . 하 그렇게나 증오하는데도 돈 달라고 전화하려 할 때면 차라리 대학을 때려칠까 하는 생각이 든다. 내가 뭐라고 그에게 그의 돈을 달라고 하는가. 그는 나에게서 무엇을 얻기 위해 나의 대학 등록금을 대주는가. 모르겠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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