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 이게 현실이지   2012
  hit : 2376 , 2012-04-17 04:56 (화)
이 깊은 밤.
난 논문을 쓰고 있다.


오늘 도살장에 가는 소처럼 교수님을 뵈러 갔다가 논문 준비가 되지 않아 한바탕 혼이 났다.
"너 이번에 쓸 수 있겠니?"라는 교수님의 말 한마디에 나의 실행기능이 이렇게 떨어지나 싶어
조금 북받쳐서 마음 속으로 이번에 꼭 쓰고 말 거라고 다짐했다.


그래서.
수요일에 교수님께 내가 쓴 논문을 들고 다시 찾아뵙기로 했는데 오. 마. 이. 갓.
나 낼 출근해야 된다.
월요일에 쓰고 화요일에 마무리와 수정작업 거친 후 수요일 아침에 2차 수정작업하면서 교수님 뵈려고 계획했는데. 연구의 필요성에 무얼 갖다 붙여야 할지..원래 내 주제가 이게 아니었는데 마지막에 다른 주제로 바꾸고 나니 내 컴퓨터 폴더에는 정작 필요한 자료들이 없다.
일반 아동 관련된 건 많이 뽑았는데 자폐 아동 관련 자료가 부족하다.
찾아서 내일 출력해야겠다.


고등학교 때도 난 언어영역에서 주제찾기에 어려움이 있었던 거 같다. 각 단락의 중심주제를 찾는 문항의 보기인 오지선다 중 2개에서 가끔 망설였었다. 지금 생각하니 어렸을 때부터 다독했던 나의 독서습관은 어휘력, 소녀감성, 창의력을 키워주었지만 다독이면서 흥미분야가 좁아 사설처럼 논증기반의 글에 대한 이해가 부족했다는 생각이 든다.


스토리가 길고, 줄거리가 현실적인 것보다 현실적이지 않은 기발한 내용이 담긴 이야기를 좋아헀다.
이런 나의 독서습관을 바로 잡아주시는 어른보다 그저 책 많이 읽는다고 칭찬하시는 어른이 더 많았고 나는 나의 문제를 그때는 몰랐다.


아....논문.
산이다. 산과 같다.


봉이 있고 골이 있으며 물이 흐르고 그 속에 숨어 있는 온갖 짐승들을 알고 길을 알고 나면 꼭대기에 올랐다 그 성취와 환희를 맛보고 내려가는 길이 어렵지만은 않을 것이다.
들어서면 올라가야 하고 잠시 주춤하면 엎어질 수도 있다.
이제와서 내가 문과 출신이며 국어보다 문학이라는 과목을 더 흥미있어 했고 어릴 때부터 쓴 일기장에는 쓸 게 없으면 시를 한 편씩이라도 쓰는 버릇이 있던 소녀출신이라고 우겨봐야 소용없는 것이다.


그리고..난 교수님이 불편하다.
내가 학부 때 계셨던 교수님들은 임종하시거나 ㅜㅜ 퇴임하셨다.
나의 논문지도 교수님은 동문회, 즉 윗대 선배들과 원만하지는 않아서 동대학원으로 돌아온 내가 썩 예쁘지도 않고 탐탁치도 않고 ㅜㅜ 거기에 난 또 주눅들어 한몫을 더 한 것 같다.
일을 그만둔 후 쉬며 내 후배들과 우리 학교에서 공부하고 싶다는 꿈은 곧 현실이 되었지만
난 지금 또다시 일에 치이고 또한번 현실도피를 꿈꾼다.


하지만 지금 이 시간에 못 자고 있는 이 것이 나의 현실이다.
고민 근심 걱정을 안고 가는 것은 나이고 해결할 수 있는 것 또한 나다.
나의 계획성을 꼭 붙잡고 실행에 옮겨 나의 모든 정보력을 총 동원하여 논문을 만들자.


울다에 흘러온 저 폭탄스패머 또한 새벽에 날 놀래킨 현실...ㅠㅠ
제발 쫌 고만...!!
통암기법  12.05.04 이글의 답글달기

오잉,, 저도 논문쓰는 상황,,,항상 다짐했다 엎어지고 괴롭지만, 무너진 바로 이자리에서 일어날 수 밖에 없네요,못하는 나 부둥켜 안고 그냥 그렇게 나갈수밖에요ㅠ

볼빨간  12.05.07 이글의 답글달기

전 못하는 저를 좀..구박했었어요ㅠ, 토님의 마음가짐을 보며 그런 나를 내가 더 다독여줘야 할 거 같아요. 좋은 말씀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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