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망치고 싶다. │ deux.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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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일 일 나가기가 정말로 싫다. 같이 일하는 여자애 한 명이 정말로 싫다. 간만에 진심으로 싫은 여자애다. 그냥 다 싫다. 행동도 말투도 나에 대한 태도도 정말 싫다. 뭐라고 꼬집어서 말할 수 없게 싫다. 사람이 싫은 것은 그 사람의 모습에서 내가 싫어하는 나의 모습이 보여서 싫은 거라는데 나는 아마 지독히도 그 여자애와 같은 나의 모습을 억압하고 있나보다. 그래서 이렇게도 싫은가보다. 아마 그 여자애는 지독히도 나와 닮아 있을 것이다. 내가 인정하려 들지 않고 자꾸만 배척하는 나의 어떤 면들의 집합체일 것이다. 내가 나 자신을 억압하지 않는다면 풀려나올 나로부터 인정받지 못한 온갖 더러운 것, 아니 내가 더럽다고 인지하는 것들. . . 아마 그것일 것이다. . . 아무튼. 싫어 죽겠다. 그 여자애도 나를 싫어할 것이다. . . 아무것도 하기가 싫다. 아무런 스트레스도 받고 싶지 않고 그냥 온실 속에 평온히 누워있고 싶다. 비슷한 게 있다면 바로 죽음일 것이다. 그러나 꼭 죽음일 필요는 없다. 휴식이면 족하다. 하지만 그런 휴식이 내게는 여의치 않다. 다 놓아버릴까 싶다. 언제쯤 편해질 수 있을까. 나는 언제나 힘들었던 것 같다. 세상에 태어난 지 이제 겨우 20년이 되었을 뿐인데 그 20년 동안 하루도 마음이 편할 날이 없었다. 정말 아무 생각 없이 행복할 수 있는 날이 오기를. 언제나 행복할 수는 없어도 언젠가 행복할 수는 있기를. 지난한 내면과의 싸움을 그렇게 계속해본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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