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국 │ deux.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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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국 일이 그 전보다 싫지는 않지만 여전히 의욕이 안 붇는 것은 사실이다. 사실 배우고자 하는 것이 있다면 정말 빠른 시간 안에 해내는 성격인데 약국 일은 그렇지 못하다. 정 말 하기 싫다. 왜 내가 처방전 입력을 틀리지 않기 위해 최선을 다해야 하는 지도 모르겠으며 약 이름들과 위치를 외워야 하는 지도 모르겠다. 나는 이런 일들이 싫다. 단지 약국장의 돈을 벌어주기 위한 부속품이 된 느낌이다. 시럽병을 채우고 부족한 약들을 채우고 새로 들어온 약들을 정리하고 이런 모든 일들이 내게는 가치 없게 느껴진다. 나는 내가 원하는 것을 하고 싶다. 무엇보다도 가장 먼저 자유롭고 싶으며 의미 있는 일을 하고 싶다. 그 일이 무엇이든 돈이 아닌 다른 의미가 있었으면 좋겠다. 공부도 하고 싶고 나의 우주를 넓힐 수 있는 일을 하고 싶다. 그러면서 살고 싶다. 이런 식으로 나의 우주가 전혀 확장될 기미가 보이지 않는 하루하루는 내게 고역이다. 복학하기까지 4개월 남았다. 4개월만 참으면 벗어날 수 있다. 길다 길어. 정말 일하고 싶지 않은데. 진심으로 벗어나고 싶은데. 사람이 먹고 사는 것이 정말 힘든 것 같다. 빚이 있어서 더 그렇다. 빚은 정말 질 것이 못 된다. 아 그냥 홧김에 다 연체해 버릴까, 하는 생각도 든다. . . 오백 만 원. 아직 까마득하네. 싫다 싫어. 벗어나고 싶다. 약국 나가기 싫다. 아아아아아아아ㅏ아아아아아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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