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나   deux.
  hit : 2231 , 2012-11-04 15:23 (일)

너와 통화를 한다.
연락을 한다고 해놓고
연락을 하지 않은 너에게
나는 화가 나 있었다.
그래서 연락이 오면
화를 내리라고 마음을 먹고 있었다.

그러나 막상 목소리를 들으니
나는 역시 화를 낼 수 없었다.

나는 그냥 본디
이런 사람이다.
누군가에게 화를 잘 내지 못하는 사람.
화를 낼 줄을 모른다.
내 본 적이 별로 없기 ‹š문이다.

이 때문에 
나 자신을 싫어하지는 않을 것이다.
그냥 나이다.

나는 평생 이렇게 살아왔고
지금까지는 나의 이런 모습을 싫어했던 적이 없었다.
그런데 너를 사랑하고 나서
나는 이런 나를 싫어하게 되었다.

사실 너를 사랑하고 나서는
나는 나의 모든 모습을 싫어하게 되었다.

그것이 나의 사랑이다.
한없이 너에게 맞춰주고 싶은.
한없이 너를 위하고 싶은.
그래서 한없이 너를 이해하고 용서하고 싶은.
그 감정의 찌꺼기들이 내 안에 쌓이고 쌓여서
결국은 너에 대한 서운함으로 바뀌게 된다 해도
나는 아직 다른 사랑은 알지 못한다.
그저 이것이 지금 나의 모습, 나의 상태에서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이다.
아니
나의 방식이다.


나는 아무에게도 화를 내지 않는다.
너를 사랑한다고 해서
너한테는 화를 낼 수 있는 것도 아니다.
너에게 화를 내지 못한다고 해서
그것이 나의 문제인 것도 아니다.
그냥
그게 원래
나이다.


나는 오늘도 너에게 화를 내지 않았다.
나는 오늘도
나였다.
   편해지려면 12/11/05
   약국 12/11/05
   복학 [5] 12/11/04
-  오늘도 나
   미안할 것은 없다. [4] 12/11/04
   꽃의 겨울 [2] 12/11/04
   족쇄 - 생각의 전환 12/11/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