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은
내가 '인터넷 사이트에 제 이야기를 써요'라고 이야기하면
'다른 사람들도 읽어요?'
라고 물어보곤 한다.
그러면 나는
'네'
라고 대답하고,
사람들은 다시 묻는다.
'괜찮아요?'
나는 갸우뚱,
한다.
사실 나는 그 점에 대해
정말로 별 생각이 없기 때문이다.
나는 일기를 쓸
읽는 사람을 생각하지 않는다.
나는 단지
나와 함께 있을 뿐이다.
나 자신을 마주보고 앉아
내 목소리를 담는다.
내 마음에 걸리는 부분이 있으면 지워버리는 것이고
아무리 못 썼고 이상하더라도
내 마음에 매끄럽게 맞아떨어지면
그 글은 그걸로 됐다.
다시 읽고 고치는 일은 드물다.
가끔 내 마음에 걸리는 부분
예를 들어
'그 새끼'를 무의식 중에
'아버지'라고 표현했다거나
아주 기본적인 맞춤법 정도까지는 고치지만
그 이상 손대지는 않는다.
한 번쓰면 끝,
덤블도어가 머리에서 생각의 끈을 끄집어내
펜시브에 담 듯
나는 그렇게 내 안에서 나온 생각을
일기장에 흘려보내듯 담는다.
나는 이 시간을
'감정 빼기' 혹은
'생각 빼기'
라고 부른다.
낮동안 쌓인 온갖 감정들과 상념들을
털어버리는 곳.
그래야 이불 위에서 고통스럽지 않게
편안히 잠들 수 있으니까.
사실 내가
극도의 스트레스에도 불구하고
불면증에 걸리지 않는 것은,
어찌보면 불면증에 걸릴 만큼 힘들지 않은 것일 수도 있겠지만
이렇듯 잠드는 것을 방해하는 온갖 것들을
펜시브에 버려버리기 때문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가끔 든다.
사실 가끔은
동이 틀 때까지 잠을 이룰 수 없을 때가 있는데
그럴 때는 대개
일기를 쓸 수 없을 정도로 마음이 혼란스러울 때,
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대부분의 경우 나는
나의 온갖 상념들을 글로 정리해서
펜시브에 빼버리기 때문에
홀가분한 마음으로 잠자리에 들 수 있다.
.
.
나는 그래서 일기를 쓴다.
그리고 감출 필요를 느끼지 못하기에
그저 그냥 올려버리는 것 뿐이다.
하지만 무엇보다도
울다를 믿기에 올릴 수 있는 것이다.
페이스북이나 다른 sns,
다른 사이트에는 절대 올릴 수 없는 글일 것이다.
신상을 털릴 수도 있고
사람들이 어떤 댓글을 달지 알 수도 없는 일이니까.
그러나 울다는 항상 나를 따뜻하게 보듬어준다.
관심을 가져주고
내 편이 되어주고
내 말을 왜곡 없이, 편견 없이 믿어주고 받아들여주고
위로해준다.
나는 그런 울다를 믿기에
나의 이야기를 하는 것이다.
.
.
나는
나를 괴롭히는 상념들을 털기 위해 글을 쓰고
그 글을 다른 사람이 보든 말든 별로 상관이 없을 뿐더러
울다의 회원님들을 믿기 때문에
일기를 쓴다.
일기와 친구,
이 둘이 없었다면 나는 아마 진즉에
모든 것을 포기해버렸을 지도 모른다.
쌓이고 쌓여
결국에는 터져버렸을 테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