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PC버전
공개일기 한줄일기 내일기장
李하나
 씻으면 그만.   치유일지
조회: 2912 , 2013-03-06 16:18


어제 밤에, 
조금 잠을 설쳤다.
이런 저런 생각으로 
잠이 잘 오지 않았지만,

어제, 
나를 옭아매고 있던 몇 가지 족쇄가





하고 풀어지는 것이
느껴졌다.
박하사탕을 먹은 듯
목구멍이 시원해지는 이 기분.


.
.


그래
나는 앞으로 할 수 있는 일들이 있다.
그러면 걱정이 없는 거다.

그래
과거에 대해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없다.
그러면 걱정할 필요가 없는 거다.



.
.



구해줄 수 있으면 참 좋겠지만
구해주지 못해 아쉽지만.
미안해.
미안해 하나야.
정말로 미안해, 구해주지 못해서.

그런데도 잘 살아남아줘서 너무 고마워.
진짜로 고마워.
앞으로 내가 잘 할게.
그 힘든 시간 견뎌낸 하나가 행복할 수 있게.
앞으로 하나만을 위해서 살게.



.
.


나에게 일어났던 일이 무슨 일이었는지
이해할 수 없었기 때문에 나는 혼란스러웠다.


나는 아버지와 섹스를 한 것인지
그래서 내 몸은 더럽혀진 것인지
나는 더러운 고깃덩어리가 된 것인지
정신병자가 된 건지.




그런데 이제는 알았다.
나는 아버지'와' 섹스를 한 게 아니라
아버지가 나를 이용해서 
자신의 성적 욕망을 채운 거고
나는 거기에 희생당한 어린 아이였을 뿐이다.

아버지라는 지위를 이용하고
아무것도 모르는 아이라는 것을 이용하고
경제권을 자신이 쥐고 있음을 이용하고
내가 가정이 깨지는 것이 두려워 엄마에게 이야기하지 못함을 이용하고
다른 사람한테 이야기해봤자 내가 여자라서 손해볼 수밖에 없다는 
사회 풍토를 이용한 
한 남자의 더러운 범죄의 희생자.

더럽혀질 것은 없다.
누구 말대로 
물로 씻으면 그만이다.
나는 괴물이 아니고 오염된 것도 아니다.
막말을 하자면 얼마든지 나만큼 남자와 잔 사람은 많을 것이다.
내 몸에는 그냥 그런 일이 일어났을 뿐이다.
이미 지난 일이고.


그리고 나는 정신병자도 아니다.
이상할 것도 없다.
오히려 누구보다도 멋진 사람이다.
단지 조금 특별한 경험을 했을 뿐.







.
.



이미 지난 일이다.
과거에 있었던 일.
현재의 나에게 많은 영향을 끼치고 있지만
나는 많은 것들을 극복해냈고 앞으로도 극복하면서 살 것이다.
그리고 지금 나는
아주 예쁘고 멋진 사람이다.
능력있고 성실한.
사람들과도 잘 지내는. 

과거는 말 그대로 내 등 뒤로 흐를 뿐이다.
부끄러울 것도, 감출 것도 없다.
반대로 모두에게 떠벌릴 것도 없다.

그리고 그 뻔뻔한 새끼는 
죗값을 치르게 해주고,
그 힘든 시간을 잘 이겨낸 나는
남은 인생을 아주아주 행복하게 살면 그만인 것이다.

더 이상 힘들 일도 없고
더 이상 고통받을 이유도 없다.
왜? 
이미 지나갔는데? 
나는 다 견뎠는데? 
내 잘못도 아닌데? 
그리고 난 떳떳한데.



뭐 어쩌라고.
그래, 나 성폭행 당했다.
강간당했어.
콩가루 집안이다.
근데 뭐.
네가 보기에 내가 뭐 문제가 있어보이니? 
난 다 견뎌냈고
이렇게 살아남았고
스스로의 힘으로 극복해냈어.



더럽다고? 
성폭행 당한 여자는 싫다고? 
나도 너 싫어 이 새끼야.



.
.



인생 망치는 거라고? 
웃기고 자빠졌네. 
만의 하나 내 인생이 망한다면
그건 망한 내 인생에 문제가 있는 게 아니라
내 인생을 망하게 한 바깥 세상에 문제가 있는 거야.
왜냐고? 
난 옳으니까.
내가 맞으니까.
내가 망할 이유는 없으니까.
알아들어? 

그러니까 만약 내가 망한다면
나는 그런 세상따위에 엿이나 먹이고
내가 망하지 않을 
그런 올바른 곳에 가서 살면 그만이야.
그딴 세상 엿이나 쳐먹으라고 해.


.
.



이렇게 행복할 수 있는데.
오랜만에 학교에 오고,
개강을 하니까 
대학 분위기가 물씬 풍긴다.

학교 중앙 공터에서는
여러 가지 동아리들이 홍보를 하느라 아우성이다.
밴드 부, 풍물패, 연극 동아리 등등.
공연도 하고 홍보도 하고-
북적북적
시끌시끌
화기애애


캠퍼스 커플의 영화같은 연애 장면 구경도 하고
나누어주는 먹을 것도 먹고
우연히 만난 친구들과 벤치에 앉아 이야기도 나누고.


나도 이렇게 많은 일들을 하면서 행복할 수 있는데.
그러니까 내가 불행할 이유는 하나도 없는데. 



걱정할 것도 없어.
할 수 있는 걸 하면 되고
할 수 없는 건 안 하면 돼.



.
.


자, 이제 슬슬 상담 갈 준비를 해야겠다.
개강 첫주라서 정신이 없다.
계획대로 움직여지지도 않는다.
오다가다 사람들 만나면 그대로 노가리.
아르바이트도 구해야 하는데.
공강인 금요일에 구해야겠다.

오늘 상담 갔다오고 
되도록 저녁에 예습 하고.
내일은 수업 들어갔다가 
또 사람들 만나서 놀고 밥 먹고 그러고
저녁에 여성의 날 행사 가고.
금요일에는 주말 아르바이트 확실하게 구하고.
방 청소 좀 하고. 
공부도 좀 하고.

이번 주말은 마지막 주말이니까
집에도 좀 갔다오고.
공부도 하고, 그래야지.



.
.


얼른 작은 말하기 공지가 떴으면 좋겠다.


  13.03.06

엄마가 어렸을 때 동네 공용인 똥간에 빠졌었데요.
그걸 옆집 아줌마가 꺼내서 집으로 데려다가 깨끗이 씻겨줬다네요.
그래서 엄마는 깨끗해졌다는 아름다운 이야기~
씻으면 다 되용

李하나   13.03.18

암요 씻으면 되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