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李하나
 올해의 여성운동상   치유일지
조회: 3037 , 2013-03-08 13:36


3.8 여성대회를 다녀왔다.
서울 신청사에서 권해효씨의 사회로 진행되었던,
오늘의 행사.

여러 가지 식순들이 있었지만
내 관심은 오로지 '올해의 여성운동상'을 수상한
'은수연'씨였다.

드디어 올해의 여성운동상 수상 순서가 되었고
나는 은수연씨가 무대에 올라올 지 올라오지 않을 지
궁금해하면서 
사회자의 멘트를 듣고 있었다.

설마,




하면서.



.
.


은수연씨는 
무대에 올라왔다.
핫필크 색 코트를 예쁘게 입고서.
조금은 멋쩍은 듯
그러나 웃으며.

올라오기 전까지 수없이 고민했다면서.

옆에 계신 아주머니는 
눈물을 훔치시는데
나는 이상하게도 아무런 감정의 동요도 일어나지 않았다.
그저 그녀가 그 무대에 서서
상을 받고
수상 소감을 이야기하는 것을 
쭉 지켜보고 있었다.

눈물은 흐르지 않았다.
감격에 겹지도 않았다.
그저, 
생각했다.



'나도 10년 뒤에 똑같이 저 자리에 설 거야'
라고. 

저렇게 웃는 모습으로 
낭랑하게 나의 수상소감을 이야기하고
사람들의 기립박수를 받을 거야.



.
.




무언가를 하고 싶었다.
눈 앞에 그렇게 만나고 싶어하던
은수연씨가 있었는데,
다가가서 말이라도 걸어볼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뭐라도 하고 싶었다.
하지만 뭘 하고 싶은 지는 알 수가 없었다.

뭘 하고 싶은 걸까, 나는.

그렇게 식이 모두 끝나고
의자에서 일어나 걸어나가는데
식장 뒷편, 내 바로 눈앞에
은수연씨가 서 있었다.
상패와 화분을 들고 
어떤 여성분과 이야기를 나누고 계셨다.

다가가 말을 걸고 싶은 걸까
악수라도 하고 싶은 걸까
뭐라도 해야겠다는 생각으로
식장을 빠져나가지 못하고 그 자리에 어색하게
떨리는 손으로 핸드폰만 만지작 거리면서
그렇게 서있었다.

심장이 두근 거렸다.



.
.


하지만 내가 뭘 원하는지 나도 알 수 없었다.
그렇게 식장을 빠져나오는데,
은수연씨와 눈이 마주쳤다.
나는 고개를 돌려
식장 밖으로 나왔다.

엘레베이터를 기다리는데
발길이 떨어지지 않았다.
딱히 만나서 하고 싶은 말도
부탁할 것도 없었다.
그냥, 
보고 싶었다.

어떤 얼굴을 하고
어떤 사람들을 만나고
무슨 말을 하는 지.

어떻게 살고 있는 지.



그래서 그냥 문 앞에서 기다렸다.
은수연씨가 나오기를.

얼마 후, 다른 사람들과 같이 걸어나오는 은수연씨가 보였다.
핫핑크 색 코트만 찾으면 되었기에 
발견하는 것은 쉬웠다.

밥을 먹으러 가는 모양이었다.
그렇게 그녀가 가는 뒷모습을 바라보다가
엘레베이터를 타고 내려왔다.


그리고 걸으면서 생각했다.


이걸로 됐다,
고. 
내가 할 수 있는 것이 있다는 걸 알았으면 됐다.
그걸 하면 된다.

언젠가 저 언니하고 밥 한 번 먹어야지, 꼭.
밥 먹으면서 그동안 친족성폭력 피해자로서 내가 궁금했던 것들을
모두 물어보아야지.
저 언니랑 꼭 친구가 되어야지.






.
.



해야 하는 일이 있고
그 일을 할 수 있다는 것을 알았으면 됐다.
이미 그 일을 하고 있는 사람이 있다는 것도 
알았으면 됐다.

이제 하기만 하면 된다.



눈물은 나지 않는다.
비극의 여주인공이어서 내가 치유의 과정을 겪어야 하는 것도 아니다.
비참하지도 않다.
우울하지도 않다.

그저 
내 앞에 
내가 할 수 있는 일들이 펼쳐져 있다는 것에
그럴 수 있는 시간이 있다는 것에
커다란 고통이 있을 것이라는 것에
그 뒤에는 반드시 행복이 뒤따를 것이라는 것에

한 없이 설렐 뿐.



.
.



여기에
이 사람들 속에
이 일에
속해야 함을 느낀다.
여기서는 내가 편하게 숨쉴 수 있을 것임을
느낀다.

이 곳에 
들어와야겠다.
앞으로.

jkl   13.03.09


오늘 그 책을 읽었어요

눈물도 빛을 만나면 반짝인다




李하나   13.03.18

어떻던가요:)

jkl   13.04.10


충격적이었어요

상식적으로 이해할 수 없는.


그 아버지는 악마

악 그 자체구나 .


완전히 미친 똘아이니까

병원치료부터 받아야하는게 맞죠

그 아버지는 정신질환을 갖고있는 인간이거나

혹은 타고난 악마 . 악 그 자체라는 느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