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과의 역사는 진행 중이다.
자살과 마찬가지로 살에 대한 고민은 참 오래되었다.
자살에 대한 생각만큼이나 오래 했을 것이다.
'살을 빼야 한다'
'몸을 만들어야 한다'
'날씬해져야 한다'
등등.
하지만 나는 한 번도 제대로 다이어트를 시도한 적이 없다.
왜냐하면 한 번도 제대로 뚱뚱해본 적이 없기 때문이다.
TV에 나오는 연예인만큼 날씬해본 적도 없고
사람들이 뚱뚱하다고 이야기할만큼 뚱뚱해본 적도 없다.
그래서 늘 '날씬해져야 한다'
고 생각만 하지
제대로 다이어트를 시작해본 적도 없다.
살면서 살이 빠진 시기는 단 한 번 뿐이다.
스트레스를 너무 많이 받아서
한 3, 4개월 동안 식욕이 없었던 그 시기.
그 시기에 스트레스 때문에 식사량이 줄어들고,
그 스트레스를 풀기 위해 아르바이트가 끝난 뒤 집에 걸어갔었다.
3개월 가량 하루에 40분 씩 매일 걸었다.
그러고 나니까 5kg쯤이 빠졌고,
그 중 2kg이 다시 쪘지만,
나머지 3kg은 1년이 넘도록 다시 찌지 않았다.
그 시기를 마지막으로 나는 단 한 번도 살이 빠져본 적이 없다.
그냥 유지하거나, 조금 찌거나.
그런데 요즘은 활동량이 현저히 줄어서 63kg이 되었다.
나는 먹으면서 늘 '살 빼야 하는데'
라고 생각을 하면서
먹는 것에 대한 죄책감을 느낀다.
내 몸을 사랑하려고 시도를 하고 있는데,
'날씬해야 한다'는 세뇌의 힘은 정말 강력해서
나도 모르게 죄책책감이 든다.
하지만 자살에 대한 추론과 마찬가지로,
나는 지금까지와 마찬가지로
앞으로도
살을 빼고 싶다는 생각만 하지,
실제로 살을 빼려는 노력을 하지는 않을 것이다.
왜냐하면 그만큼 강력한 동기가 없기 때문이다.
그저 살이 찌면 안 된다는 무의식이 형성되었을 뿐
살을 빼야 하는 나 스스로의 동기는 전혀 없기 때문이다.
무엇보다도
나는 체중을 줄이기 위해 먹는 것을 억압하는 일은 없을 것이다.
식욕을 억제할 만한 내적 동기가 전혀 없기 때문이다.
살을 빼지도 않을 거면서
살을 빼야 한다는 생각을 하고 산다면
이 얼마나 쓸데없는 짓인가?
나는 살을 안 뺄 것이다.
이건 내 의지가 아니라,
내가 그렇게 될 것이라는 것이다.
나는 살을 안 뺀다.
높은 확률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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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살을 빼려고 운동을 하지도 않을 것이다.
살을 빼기 위해 기계 위에서 땀을 흘리고
이상한 자세를 반복하고
공원을 빙빙 도는 것에 대해
나는 굉장히 안 좋은 이미지를 갖고 있다.
뭐랄까,
한심,
하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
어느 책에서 이런 문장을 읽은 뒤였다.
'필요 이상으로 먹은 뒤에 그렇게 해서 축적된 지방을 태우기 위해
일부러 몸을 움직이는 동물은 인간밖에 없다'고.
그 뒤로는 필요 이상으로 먹지 않기 위해 노력하기는 했지만
살을 빼려고 운동을 하는 게
나에게는 이상한 일로 여겨졌다.
지금도 마찬가지다.
아마 이 생각을 바꿔줄 어떤 계기가 없는 한
나는 살을 빼기 위한 운동도 시작하지 않을 것이다.
마찬가지로
내가 안 하겠다는 결심이 아니라
내가 그렇게 될 것이라는 이야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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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을 빼려고 일부러 안 먹지도,
운동을 하지도 않을 거라면
나는 살을 빼기 위해 노력을 하지 않을 것이라는 걸 의미한다.
그렇다면 나는 살을 빼고 싶다는 생각을 할 필요가 없다.
나는 살을 뺄 필요가 없는 것이다.
적어도 지금까지,
그리고 지금 현재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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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s none of my busines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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먹을 때는 마음 편하게 먹자.
그리고 그 음식을 음미하자.
즐겁게 먹자.
그리고 내 몸을 인정하고, 내 몸에서 잘못된 곳만을 보지 말자.
지금의 내가 잘못되었고
뭔가를 고쳐야 한다고 생각하지 말자.
누구를 위한 것인가?
내가 이렇게 건강한데,
어째서 내 몸에 문제가 있을 수 있단 말인가?
내 몸은 지금 이대로 완성,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