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년, 혹은 육년쯤 전
내가 한 이야기
엄마는 불판에서 꼼장어를 구우며
시간당 육천원을 받고
아들은 오븐에서 닭을 구우며
시간당 사천원을 받는다는 이야기
시간당 만원의 가정.
세월이 흘러 오른 물가만큼
최저임금도 오르고
아들놈 나이도 먹어서
그때보단 넉넉하게
빳빳한 현금으로 하루 일당을 받았다.
지방에 이름없는 대학 무명과
하루벌어 하루먹는 집안에는
부담스러운 학비.
그나마도 간판이라고 달아놓으면
사람처럼은 살지 않을까 싶어
어떻게든 보내놓고는
그나마도 아들놈 발목잡을까 싶어
아들명의 값싼 대출은 안받고
가난해서 준다는 차상위장학금
모지라면 친지들 도움도 받아가며
모르지. 아들 몰래 엄마 명의로 얼마간의 가계부채가 쌓여있는지도
나가 사는 아들래미도
어쨌건 대학은 나와야 사람구실 한다는데 안 갈수도 없고
차마 집 어려운데 돈벌겠다 말은 못하고
하고싶은 것이 없으니 할 것도 없고
알바 핑계대며 시간만 채우고
졸업 학점만 채우고
남들 따라 대학은 다녀놓고
남들 다하는 취업준비는 왜 안했는지
하고싶은 일이 있기는 했던것도 같은데
매번 집에서 전화오면
"하이고 이노마야 어찌 그렇게 안 풀리노. 이제 나이가 서른인데 언제까지 알바나 하고 있을끼까?
퍼뜩 자리 잡아야지"
차마 듣고있을 면목이 없어서
전화 한 통 못 드린지 여러 날
어찌사노? 물음에
어찌저찌 살고는 있다
한마디 못해서
찾아 뵙지 못한지 여러달
이일 저일 찝적대다가
내일이면 서른인데
몸 누일 방 한칸 보증금이 전재산
취직이 힘든건지
버티기가 힘든건지
잘 살려고 억척같이 사는게 아니라
고작 하루 벌어 하루 사는것도
죽을 각오로 살아야 한다는게
정상적인 사회냐며 푸념해봐도
별수 있나?
하루벌어 하루사는 인생 되지말라고
힘들여 대학보내고 공부시켜놨는데
미련한 아들놈
지 하고싶은 공부한다며
지 마음대로 헛짓거리하더니
지 나름대로는 열심히 살아본다고
하루벌어 하루 산다니
어쩔 수 있나. 지 인생인데
그래도 나이가 있다고
닭굽던 그때보다는 많이
물가가 올랐으니
꼼장어 굽던 엄마보다도 좀 더
일당을 받았다.
빳빳한 새돈으로 하루치 일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