컴퓨터가 어디가 아픈지 버벅대고있다.
이제 내가 컴퓨터를 할수있는 시간이 얼마남지 않았는데.
무슨 동화책속의 신데렐라도 아닌데 열두시종이 땡치면 컴을 꺼야한다.
기분대로 행동하는 위대하신 우리아버지. 그분의 말씀이시니.
들어주는..척 해야겠다.
오늘낮.
어울리지않는 바느질을 하고있을 때였다.
"어? 언니다!"
난 지금막 보송보송한 털을 뚫고나온 바늘을 길게 잡아빼며 문을 쳐다봤다.
검은색 치마를 입은 여자애가 급하게 계단을 내려가는게 보였다.
'잉?'
그리고 몇분이 지나고나서 두명의 학생이 들어왔다.
난 약간은 성의없이 고개를 들어서는 인사를 하고 바느질에 집중했다.
당연히 사장님이 계셨을때는 벌떡 일어나서 인사하지만.
검은옷을 입은 여자애가 나에게 걸어오더니 검은색 봉투를 들이밀었다.
"언니, 귤이에요. 언니줄려고 샀어요."
"..어? 고..고마워..요..."
난 말과는 달리 덥썩 봉투를 받아들었다.
그리고 그속에 담겨있는. 아직은 제철이 아니라서 자그마한 귤을 들여다 보았다.
그런데 그때.
"언니? 얘가요... 내가 언니 좋아한니까 막 뭐라고 그래요."
"..으..응?"
난 약간은 멍한 표정으로 비디오앞에 서있던 녀석을 쳐다봤다.
입고있는 잠바주머니에 손을 찔러넣은 녀석의 얼굴표정은 굳어있었다.
"하하.. 질투하나보다.."
가뜩이나 추운날씬데 어색해지는 분위기에 맞는 말이었을까.
하지만 다음 상황은 날 더 당황스럽게 만들었다.
"니가 좀그래야 말이지. 여자를 병적으로 좋아하.."
녀석의 입에서 말이 다 나오기도 전에 검은옷의 여자애는 남자애를 툭친다.
그러고는 둘은 아무렇지도 않게 돌아서서 비디오를 다시 고르기 시작했다.
난 약간 당황스러운 표정으로 들고있던 귤을 바닥에 촤르르르....
..하진 않았고.
귤을 먹어야하나 말아야하나 고민을 하기 시작했다.
받으면 쟤랑 사귀어야하는거 아냐?? <---- 나름대로의생각.
...그러다가 결국은 까먹었다.
남자친구도 있는 여자애가 설마.. 나를.
그런데 가만히 생각해보니 추석을 지내고 왔을때도 나보고 그랬었다.
언니 어디갔었냐고. 와보니까 없어서 그냥 갔다면서.
아아.. 그만생각해야지.
또다시 가슴아픈 고등학교때의 이야기가 떠오르려고 한다.
아무튼.
날보고 생글거리면서 웃던 여자애의 얼굴이 지금도 아른아른?거리는게.. 켁.
나도 나이를 먹어간다는 증거인지 어린애들이 이뻐보인다.
자그마한 귤열개.
다음에오면 좀 잘해줄까하고 생각해본다.
사람을 영원히 잊을수있는 주문을걸었다.
유효기간은 내가 죽을때까지.
머리에 껌이붙어도 이보다는 덜 속상할거다.
잊어줄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