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이 언젠가는 나를 떠나서, 다른이와 사랑하고 결혼할 것이란 것은
처음부터 알고 있었다.
그 언젠가가 조금 멀리, 떨어진 시간이었으면 했다.
혼기가 다 찬 당신은 다른이를 찾아서 만나봤다고 했다.
괜찮은 식당을 무려 예약까지 하고, 소주 한병을 나눠마시고
카페로 가서 차도 한잔하고 돌아오기까지 3시간 15분이 걸렸다.
어땠어? 라는 내 물음에 모르겠다, 라는 대답.
애프터할꺼야? 라는 내 물음에, 예의상 해야지, 라는 대답에
발끈 화가 났다.
맘에 안들면 안해야지, 왜 예의상 애프터를 해?
그런 내 모습에 당신의 표정이 굳었다.
그리고나서 많은 이야기들이 오가고,
어떻게 답도 내릴 수 없는 우리는- 다음에 다시 이야기하자, 라는 결론을 짓고
각자 집으로 돌아갔다.
나는, 밤새 생각해도 모르겠더라.
당신도 한숨도 못 잔 얼굴로, 그 다음날 다시 만났는데
애써 괜찮은 척 웃는 내 앞에서 굳은 표정으로,
귀찮은듯한 표정으로 시큰둥한 표정으로 비스듬히 앉아있다.
나 보기 불편해?
한참 시간이 흐른 뒤에야 당신은.. 지금은 좀 그렇네, 라는 대답을 한다.
놓으려고?
아무말도 못하는 당신에게 다시 한번 묻는다.
아니면 내가 놓아줄까?
당신을 나를 바라봤다가 바닥을 바라본다.
다시 한번 물을께.. 내가 놓을까?
또 한참 시간이 흐른 뒤에 당신이 말한다.
우리는 답이 없으니까.. 놓는게 맞는 것 같다.
당장 앞에 앉아있는, 굳은 표정의 그가 보기 싫었다.
가방을 챙기고 지갑과 핸드폰을 챙기고 읽던 책을 들고서
의자에서 일어나며 말했다.
그래. 알았어.
그날 밤, 나는 병원에 실려왔고, 내 코에는 산소튜브가 꽂혀있다.
한동안 잠잠했던 심장이 제멋대로 뛰기 시작했다.
심장이 박동할때마다 온몸이 흔들린다.
나는 당신에게 잡고싶다, 라고 말했다.
나에게 사랑,이란 제일 큰 가치관이라서.
어찌되었든, 당신이 결혼할때까지 당신 옆에 있고싶다,라고 말했다.
당신은 몸이라도 추스리라고 말을 돌리고,
나는 사랑한다, 말한다.
결혼을 해야한다는 당신. 안정된 가정을 이루고 싶다는 당신에게
나는 해줄 수 있는게 없다는걸 알지만.
그 가정을 이룰때까지는 조금 더 함께이고 싶다, 말했다.
다른이를 만나면 너한테 미안한데, 어떻게 그러냐는 당신에게
괜찮다고 했다.
이미 알던 결말이니까. 이미 예상했던 결말이고 각오한 결말이라고.
그리고 또한,
당신이 다른이를 만나서, 연애하고 또 결혼할 지, 안 할지는 아무도 모르는 거라고.
그때가 되어봐야 아는거라고.
왜, 불확실한 미래때문에,
당신과 내가 이 소중한 시간을 낭비하며, 싸워야하는지 모르겠다고.
나는 그 모든 것을 덮을만큼, 당신과 있는것이 행복하다고.
나 또한 그를 놓고싶다.
미래가 없는, 나와 함께 할 미래가 없는 사람과 밑빠진 독에 물 붓듯 하는 사랑.
함께일땐 행복하지만, 돌아서면 허무한.
조금씩 놓는법을 배우고, 놓아야겠다.
나는, 그사람과 함께 할 수 없으니까.
그때가 되면, 놓을 수 있을 것 같다.
숨쉬기 힘든게, 심장이 안 좋아서인지, 폐가 나빠진 것인지 알 수가 없다.
다시 검사가 기다리고 있다.
지금은 그냥..
다 놓고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