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向月
 손을 놓다.   지난 이야기
조회: 2910 , 2014-11-11 00:22
 당신이 언젠가는 나를 떠나서, 다른이와 사랑하고 결혼할 것이란 것은
 처음부터 알고 있었다.
 그 언젠가가 조금 멀리, 떨어진 시간이었으면 했다.
 
 혼기가 다 찬 당신은 다른이를 찾아서 만나봤다고 했다.
 괜찮은 식당을 무려 예약까지 하고, 소주 한병을 나눠마시고
 카페로 가서 차도 한잔하고 돌아오기까지 3시간 15분이 걸렸다.
 
 어땠어? 라는 내 물음에 모르겠다, 라는 대답.
 애프터할꺼야? 라는 내 물음에, 예의상 해야지, 라는 대답에
 발끈 화가 났다.
 맘에 안들면 안해야지, 왜 예의상 애프터를 해?
 그런 내 모습에 당신의 표정이 굳었다.


 그리고나서 많은 이야기들이 오가고,
 어떻게 답도 내릴 수 없는 우리는- 다음에 다시 이야기하자, 라는 결론을 짓고
 각자 집으로 돌아갔다.
 나는, 밤새 생각해도 모르겠더라.
 
 당신도 한숨도 못 잔 얼굴로, 그 다음날 다시 만났는데
 애써 괜찮은 척 웃는 내 앞에서 굳은 표정으로,
 귀찮은듯한 표정으로 시큰둥한 표정으로 비스듬히 앉아있다.
 
 나 보기 불편해?
 
 한참 시간이 흐른 뒤에야 당신은.. 지금은 좀 그렇네, 라는 대답을 한다.
 놓으려고?
 아무말도 못하는 당신에게 다시 한번 묻는다.
 아니면 내가 놓아줄까?
 당신을 나를 바라봤다가 바닥을 바라본다.

 다시 한번 물을께.. 내가 놓을까?
 또 한참 시간이 흐른 뒤에 당신이 말한다.
 우리는 답이 없으니까.. 놓는게 맞는 것 같다.
 
 당장 앞에 앉아있는, 굳은 표정의 그가 보기 싫었다.
 가방을 챙기고 지갑과 핸드폰을 챙기고 읽던 책을 들고서
 의자에서 일어나며 말했다.
 그래. 알았어.  




 
 그날 밤, 나는 병원에 실려왔고, 내 코에는 산소튜브가 꽂혀있다.
 한동안 잠잠했던 심장이 제멋대로 뛰기 시작했다.
 심장이 박동할때마다 온몸이 흔들린다. 
 
 나는 당신에게 잡고싶다, 라고 말했다.
 나에게 사랑,이란 제일 큰 가치관이라서.
 어찌되었든, 당신이 결혼할때까지 당신 옆에 있고싶다,라고 말했다.
 당신은 몸이라도 추스리라고 말을 돌리고,
 나는 사랑한다, 말한다. 
 
 
 결혼을 해야한다는 당신. 안정된 가정을 이루고 싶다는 당신에게
 나는 해줄 수 있는게 없다는걸 알지만.
 그 가정을 이룰때까지는 조금 더 함께이고 싶다, 말했다.
 다른이를 만나면 너한테 미안한데, 어떻게 그러냐는 당신에게
 괜찮다고 했다.
 이미 알던 결말이니까. 이미 예상했던 결말이고 각오한 결말이라고.
 
 그리고 또한,
 당신이 다른이를 만나서, 연애하고 또 결혼할 지, 안 할지는 아무도 모르는 거라고.
 그때가 되어봐야 아는거라고.
 왜, 불확실한 미래때문에,
 당신과 내가 이 소중한 시간을 낭비하며, 싸워야하는지 모르겠다고.
 나는 그 모든 것을 덮을만큼, 당신과 있는것이 행복하다고.
 








 나 또한 그를 놓고싶다.
 미래가 없는, 나와 함께 할 미래가 없는 사람과 밑빠진 독에 물 붓듯 하는 사랑.
 함께일땐 행복하지만, 돌아서면 허무한.
 조금씩 놓는법을 배우고, 놓아야겠다.
 
 나는, 그사람과 함께 할 수 없으니까.
 그때가 되면, 놓을 수 있을 것 같다.
 



 숨쉬기 힘든게, 심장이 안 좋아서인지, 폐가 나빠진 것인지 알 수가 없다.
 다시 검사가 기다리고 있다. 

 지금은 그냥..
 다 놓고싶다. 


 
 

무아덕회   14.11.11

사람은 모두 정도의 차이가 있을 뿐....본래 '이기적인 존재'이잖아요...부부의 연을 맺더라도, 한 날 한 시에 같이 생을 마감할 수 없으니, 남은 사람은, 사는 동안 또 다른 짝을 찾아, 삶의 운행이 끝날 때까지 자신의 '행복'을 위해 살아야 합니다...월향님도, 그 분도...그러니 '놓지 마시길' 바래요...

向月   14.11.11

그가, 나를 놓아서 편하다면... 놓아야되는게 맞는거죠.

속물   14.11.11

연인관계도 그러하지만 어느날 향월님의 일기가 안 올라오면 뭔가 기분이 이상할거 같아요. 부디 건강하셔서 오래오래 남겨주세요.

向月   14.11.11

.. 일주일에 한두번은, 기록하고 남기려고 해요. 전.. 쓰는것도 좋아하고, 다시읽는것도 좋아해요.
감사합니다,언제나.

질주[疾走]   14.11.13

음...... 제가 신이라면 향월님 병 진짜 고쳐주고싶어요.
마음 껏 사랑하실 수 있게요.... 너무 애틋해서 전혀 상관없는 제가 다 맘이 아파요.
어떤 말을 해드리면 향월님의 마음에 조금이라도 위로가 될까요?
아 진짜 위로해드리고 싶은데...솔직히 그어떤 말로도 지금의 향월님께 절대 위로 안 될 것 같아요...
나는 너를 정말 사랑하고, 앞으로도 그러고 싶은데 나는 아픈 몸이라 널 놓을 수 밖에 없고...
'병' 이라는 건 내 의지나 노력 밖의 일이잖아요....노력해서 없앨 수 있다면 죽을 힘을 다할 각오도 있지만 이건 뭐 그럴 여지조차도 없잖아요. 선택불가사항. 그냥 마치 흘러가는 시간에 아무것도 할 수 없 듯이 그냥 바라볼 수 밖에 없잔아요 .....그저 아무것도 할 수 없다는 현실이 너무 잔인해요.
저라면 미쳐버릴 것 같아요... 하아.... 도움이 못되어드려서 마음이 넘 아파요.
많이 힘드시겠지만, 저는 항상 향월님의 행복을 응원할거에요.

向月   14.11.13

감사합니다. 말씀하신 모든 것들이 현실이고, 사실이긴 하지만...
저는 괜찮아요. 긍정적인 생각을 많이 하려고 노력해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