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向月
  사람도 사람나름.   지난 이야기
조회: 3630 , 2014-12-09 15:51
 이기적이지 못한 박진아.
 생각보다 강한 박진아.
 

 날씨가 많이 추웠다.
 나는 병원에 다녀왔고, 폐로 전이된 녀석들때문에, 방사선치료를 받고
 뇌로 전이된 것들때문에 상담을 받고 왔다.
 
 두개골을 열어야 하나, 머리카락을 다 밀어야하나.. 혼자 고민하고 걱정했는데.
 그러면서, 머리를 자를까,
 마지막일지도 모르는데 파마 한번할까,
 자꾸 빠지는 머리카락이 감당하기 어려워서.. 어쩌지, 생각했다.
 당신은, 대머리되면 안 만나겠다고 말한다. 푸-
 머리 자를까? 했더니, 잘라봐- 하길래
 안 예쁘면 어떻게 해, 하고 투정부리니, 안 예쁘면 안봐야지~ 하고 대답한다.
 -_ - 평소같으면 뭐라고!? 하면서 소리질렀겠지만
 웃기게도, 난- 당신한테.
 그럼 지금은 예뻐서 보는거네? 하고 깔깔깔 웃는다. 

 감마나이프.
 입원해서 감마나이프 수술을 해야하고,
 청신경 근처에 있는 종양이라, 어쩌면 ..
 최악의 경우, 청력을 잃을 수도 있다는 부작용설명.
 듣지 못할거라는 생각은 해본 적이 없는데.
 소리에 예민한 편이라, 듣지 못한다면... 조금 편할까? 훗.



 생일이었다.
 생일 축하한다는 말을 하고, 나는 고마워, 올해 생일에도 함께해줘서- 하고 웃는다.
 부랴부랴 결혼식에 갔다가, 나와~ 하길래 만났는데,
 대구에서 유명한 귀금속거리로 향한다.
 이것저것 반지를 골라주며 껴보라,한다.
 매장직원은 자꾸 커플링을 골라주고.. 나는 어쩔 줄 몰라서 웃고.
 당신은 매장직원이 골라주는 커플링을 같이 껴보고, 예쁘네- 한다.

 속으로, 커플링할 생각인가? 했는데, 역시나 당신은 여자 혼자 낄 껀데요.. 하고 직원한테 설명한다.
 나는 머쓱해져서 웃는다.
 골라보라는 말에, 그냥 고개를 젓고- 당신이 골라주는거 할께.. 라고 말한다.
 생각보다 화려한 걸 고르길래, 심플하고 가느다란걸 선호한다고 귀뜸한다.
 
 맘에 드는걸 고르고, 포장해서 손에 들려준다.
 나는 웃으며 고마워- 하고, 당신은 태어나 처음으로 반지사봤다고 말한다.
 그러면서,
 처음에 봤던 커플링, 그거 예쁘던데, 안그래? 하고 나에게 묻는다.
 그럼 이거 바꾸고, 같이 그거 할까? 하고 내가 묻자 당신이 웃는다.
 
 시간이 좀 지나서 다른 이야기를 하는 와중에도, 당신은
 그 커플링이 예뻤다고 자꾸 이야기한다.
 나는 웃으며, 그럼 우리 2년되면 커플링, 욕심내보자~ 하니 또 웃는다.
 

 
 생각보다 우리, 같은걸 많이 가지고 있네.
 계곡 트레킹 할때 같이 신고 다녔던 아쿠아트레킹슈즈.
 가죽으로 직접 만든 키홀더,
 작년 겨울에 함께 공부하며 하고 다닌 넥워머.
 가볍게 신고 다닐 트레킹화. 
 맨투맨 티셔츠. 
 



 그리고 1년 6개월동안의 시간.
 나는 당신을 사랑한다. 그리고 믿는다.
 그것이 나중에 설령, 나의 일방적인 믿음과 기대였다 하더라도.
 지금 내 곁에 당신이 있어서 다행이다.  





 +)
 잠시 이기적인 박진아가 되어보려 했습니다만, 사람도 사람 나름인가봐요.
 천성이 이기적인건 글러먹었나.... 
 자꾸 다른사람들이 생각이 나서요. 남겨질 사람들,
 자살생존자들이 겪어야할 고통이, 자살을 선택한 사람의 그 선택과정 속의 고통보다 더 크다는걸
 나는 잘 알고 있으니까.
 내가, 다른이들에게 고통이 되긴 싫었어요.
 나는, 죽을때까지- 죽고나서도ㅡ.
 사랑받고 사랑할 만한, 그리고 행복했던, 용감했던, 사랑이 많았던 사람이고 싶어요.
 특히 그 사람에게요.


 죄송하고, 감사합니다.


 

무아덕회   14.12.09

감사합니다......

向月   14.12.11

죄송합니다... 어제부터 또 아프기 시작해, 두통으로 정신이 없네요ㅠㅠ 눈이 더 내릴텐데- 산에 올라야하는데. 시간이 없을까봐 자꾸 마음만 급해요..

운영자   14.12.09

_()_

向月   14.12.11

^^ 안녕하세요!

억지웃음   14.12.09

늦었지만 생일 축하드려요!
제가 보는 향월님은 충분히 사랑넘치고 용감한 사람이에요.
사랑스러운 사람이에요.

向月   14.12.11

모든일이 다 잘되길 바라요. 알죠? ^^

PINK   14.12.10

생일축하드려요ㅡ
내년 생일도..그 내년 생일도..그다음도..
울다에서 함께 할 수 있었음 좋겠네요.

向月   14.12.11

창업 계획은 잘되고있는지ㅡ.
날이 많이추워요, 감기조심하세요.

속물   14.12.11

제 동생하구 생일이 같으셔용 진님 생신축하드랴요 ㅋㅋ

向月   14.12.11

음ㅡ4일인데ㅎ 감사합니다^^

도란   14.12.11

늦었지만 생일 축하해요:)
이기적이지 않은 진을 더 오래토록 알고싶어요.

向月   14.12.11

슬. 이름이 바껴서,이제 슬이 아닌가ㅎ
고마워요ㅡ. 우린 비슷한 상황이지만, 다른 것 같아요. 어쩌면, 내가 너무 비현실적이거나 너무 이상적이거나, 꿈꾸고있거나ㅡ.

클로저   14.12.12

일기를 다 읽었는데 생일이신줄 댓글보고 알았네요 ㅎ;;
말재주가 없어 일기 모두 읽으면서도 댓글 잘 못남겼어요..
생일 진심으로 축하드림니당~^^

프러시안블루   14.12.12

승자보다도
패자보다도
최선주의자가 아름다운거 같아요.

이놈의 삶.
끝까지 박터지게 싸워봅시다.
그런 의미에서 "파이팅"은 참 좋은 인사.

파이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