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기적이지 못한 박진아.
생각보다 강한 박진아.
날씨가 많이 추웠다.
나는 병원에 다녀왔고, 폐로 전이된 녀석들때문에, 방사선치료를 받고
뇌로 전이된 것들때문에 상담을 받고 왔다.
두개골을 열어야 하나, 머리카락을 다 밀어야하나.. 혼자 고민하고 걱정했는데.
그러면서, 머리를 자를까,
마지막일지도 모르는데 파마 한번할까,
자꾸 빠지는 머리카락이 감당하기 어려워서.. 어쩌지, 생각했다.
당신은, 대머리되면 안 만나겠다고 말한다. 푸-
머리 자를까? 했더니, 잘라봐- 하길래
안 예쁘면 어떻게 해, 하고 투정부리니, 안 예쁘면 안봐야지~ 하고 대답한다.
-_ - 평소같으면 뭐라고!? 하면서 소리질렀겠지만
웃기게도, 난- 당신한테.
그럼 지금은 예뻐서 보는거네? 하고 깔깔깔 웃는다.
감마나이프.
입원해서 감마나이프 수술을 해야하고,
청신경 근처에 있는 종양이라, 어쩌면 ..
최악의 경우, 청력을 잃을 수도 있다는 부작용설명.
듣지 못할거라는 생각은 해본 적이 없는데.
소리에 예민한 편이라, 듣지 못한다면... 조금 편할까? 훗.
생일이었다.
생일 축하한다는 말을 하고, 나는 고마워, 올해 생일에도 함께해줘서- 하고 웃는다.
부랴부랴 결혼식에 갔다가, 나와~ 하길래 만났는데,
대구에서 유명한 귀금속거리로 향한다.
이것저것 반지를 골라주며 껴보라,한다.
매장직원은 자꾸 커플링을 골라주고.. 나는 어쩔 줄 몰라서 웃고.
당신은 매장직원이 골라주는 커플링을 같이 껴보고, 예쁘네- 한다.
속으로, 커플링할 생각인가? 했는데, 역시나 당신은 여자 혼자 낄 껀데요.. 하고 직원한테 설명한다.
나는 머쓱해져서 웃는다.
골라보라는 말에, 그냥 고개를 젓고- 당신이 골라주는거 할께.. 라고 말한다.
생각보다 화려한 걸 고르길래, 심플하고 가느다란걸 선호한다고 귀뜸한다.
맘에 드는걸 고르고, 포장해서 손에 들려준다.
나는 웃으며 고마워- 하고, 당신은 태어나 처음으로 반지사봤다고 말한다.
그러면서,
처음에 봤던 커플링, 그거 예쁘던데, 안그래? 하고 나에게 묻는다.
그럼 이거 바꾸고, 같이 그거 할까? 하고 내가 묻자 당신이 웃는다.
시간이 좀 지나서 다른 이야기를 하는 와중에도, 당신은
그 커플링이 예뻤다고 자꾸 이야기한다.
나는 웃으며, 그럼 우리 2년되면 커플링, 욕심내보자~ 하니 또 웃는다.
생각보다 우리, 같은걸 많이 가지고 있네.
계곡 트레킹 할때 같이 신고 다녔던 아쿠아트레킹슈즈.
가죽으로 직접 만든 키홀더,
작년 겨울에 함께 공부하며 하고 다닌 넥워머.
가볍게 신고 다닐 트레킹화.
맨투맨 티셔츠.
그리고 1년 6개월동안의 시간.
나는 당신을 사랑한다. 그리고 믿는다.
그것이 나중에 설령, 나의 일방적인 믿음과 기대였다 하더라도.
지금 내 곁에 당신이 있어서 다행이다.
+)
잠시 이기적인 박진아가 되어보려 했습니다만, 사람도 사람 나름인가봐요.
천성이 이기적인건 글러먹었나....
자꾸 다른사람들이 생각이 나서요. 남겨질 사람들,
자살생존자들이 겪어야할 고통이, 자살을 선택한 사람의 그 선택과정 속의 고통보다 더 크다는걸
나는 잘 알고 있으니까.
내가, 다른이들에게 고통이 되긴 싫었어요.
나는, 죽을때까지- 죽고나서도ㅡ.
사랑받고 사랑할 만한, 그리고 행복했던, 용감했던, 사랑이 많았던 사람이고 싶어요.
특히 그 사람에게요.
죄송하고,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