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몇 달만에 동아리 연습을 갔다.
감기가 된통 걸린데다가 갑자기 신체를 격하게 움직였더니
지금까지도 피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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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습이 끝나면 기분이 좋았으면 좋겠는데
나는 동아리 연습이 끝나면 기분이 그닥 좋지 않다.
'나쁜 것'까지는 아닌데
상쾌하지는 않다.
왜냐면 또 '나'에 대해서 생각했기 때문이다.
나는 어딜 가든 내가 뭘 제일 잘 했으면 하는 욕심이 있다.
이게 내 노력의 굉장히 큰 원동력이지만,
실제로 노력할 의지가 없을 땐
발목을 잡기도 한다.
나는 그냥 즐기러 간 건데,
왠지 나보다 더 잘 하는 사람들이 있으면
의욕이 떨어지는 것이다.
나는 저만큼 못 해.
그래서 동아리를 갔다가 오면 뭔가 축 쳐지는 기분이 든다.
그래도 친구들이랑 같이 연습하는 게 재밌어서 가지만.
올 해가 마지막이 될 것 같아서
열심히 한 번 가보려 하지만,
이런 기분에 대해서 다룰 줄 알게 되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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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이렇게 인정하게 된 건 좋다.
내가 동아리가 끝나고 기분이 안 좋았던 걸
그 동안에는
동아리 탓으로 돌렸었다.
뭐 분위기가 어쩌고
애들이 어쩌고.
하지만 이번엔 정확히 조준해보려 한다.
나는 내가 이 동아리 활동을 잘 했으면 좋겠는데
재능이 없어서 제일 잘 하는 사람이 아니라서
울적한 것이다.
그런데 나는 여기에 큰 뜻도 없고
그래서 더 연습할 생각도 없다.
지금 내가 나 자신과 비교하면서 잘 한다고 생각하는 애들은
몇 달동안 지방에 가서 배우고
혼자서도 매일 연습하는 애들이고
여기에 뜻이 있는 애들이다.
그런데 나는 그렇지도 않으면서
'그냥' 걔네보다 더 잘 했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이건 뭔가 낭비다.
그러니까 그냥 취미 생활이라고 생각하고
즐겁게 하자.
나는 내가 잘 하는 것을 하면서 내 능력을 발휘하면 되.
모든 걸 잘 할 필요는 없으니까.
이번엔 악기를 바꿔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