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에 대해 고민했다.
나이가 들어가며 신체적으로 변하는 나의 모습을 보며 늙으면 행복하지 못 할거야...
라는 착각에서 벗어나는 것은 그리 어렵지 않았다.
난 근본적으로 행복을 느끼며 살도록 설계되어 있었다.
어떻게?
작은 곳에서 행복을 느끼니까.
아무리 좋은 집과 권력 자동차 핸드백 ... 좋은 명함(?요건 약간 부럽다)을 들고 나에게 자랑한 들 난 까딱도 안 한다.
넌 좋은 집이 있구나. 넌 좋은 차가 있네. 좋은 핸드백? 우와 비싸겠다.
그냥 겉으로 감탄사를 연발하는 정도.
내가 진짜 좋은 건 요즘에 나에게 벌어지고 있는 사건들이다.
아침에 떠지지 않는 눈을 구영탄 처럼 반만 뜨고 몸을 일으키고 바로 부엌으로 간다.
요즘은 시험이라 아이들은 새벽 3시 까지 경쟁하듯 공부한다.
그 아이들을 위해 맛있는 밥을 차려 주는 것 부터 행복이 시작된다.
" 딸 뭐 먹고 싶어? 카레? 폭립? 금방 압력이 빠진 따끈한 밥? 무화과? 그것도 아니면 씨리얼?"
"엄마 쵸콜렛 주세요."
쵸콜렛을 주니 봉지체 들고 학교에 간다. 늦어서 그것도 지금은 먹기 쉽지 않은가 보다. 그래도 양이 너무 많은데 친구들과 나누어 먹으려고 하나?
아들은 아무 것도 못 먹고 간다. 어제 밤12시에 국물이 끝내줘요라는 우동을 자기 도착시간에 끓여 놓으라는 부탁에 해 준게 조금 위안이 된다.
남편은 나에게 요구하는게 많다. 다이어트 중이라 맛있는 밥은 안 먹고 양배추, 무화과, 참외를 먹었는데 차려놓은 밥을 같이 한 번에 먹는 것 보다 귀찮다. 식사 후 실리콘벨리에서 사람들이 어떻게 성공하는지에 대한 동영상을 나에게 보여준다. 열심히 50분 정도를 보고 난 남편에게 새천년체조를 시켰다.
그런데 그 모습이 배꼽을 잡고 컫컫거리며 웃을 만큼 재밌다. 서투르다. 우왕좌왕 하는 모습이 그깟 체조를 하며 날 미치도록 행복하게 만든다.
어젠 라켓볼 게임에서 이겼다. 집에 들어와 문을 활짝 열며 찢어지는 웃음을 남편에게 날려 줬다.
난 보통 처음 쳐서 못 하는 사람과 해도 1점 차이로만 이긴다. 하지만 내 주변 동료들(여자들이다)은 나를 사정 없이 이겨버린다. 그들은 정말 많은 시간 연습한다. 대회도 열심히 나가고. 난 그에 반해 남편 눈치 보느라 간신히 연습만 할 수 있다. 어제 어쩌다 잘 하는 팀 못 하는 팀이 경기를 했는데 못 하는 팀이 이겼다. 그 못 하는 팀원 한 명이 나다. 어쩌다 이긴게 왜 그렇게 좋냐면... 요즘 내가 경기에 이기는 연습을 하고 있어서 그렇다. 그 전엔 운동이다 라는 생각만 하고 경기에 임했는데 그래서 지는 건 문제가 되지 않았는데. 자세도 교정하고 있고 날아갈 듯 연약한 몸(남들이 그런다)으로 공도 세게 치고 있다. 이상하게 그게 된다.
가슴을 뛰게 하고 생리적 현상을 해결하듯 당장 급한 사랑은 마음에 깊이 넣었다. 이것도 나를 행복하게 만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