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李하나
목소리의 형태 (약간의 스포 포함)
치유일지
조회: 2480 , 2017-06-11 22:13
뒤늦게 목소리의 형태를 보았다.
영화 말미에 이시다의 세상에서
사람들의 얼굴에 붙었던 X가 떼어지던 순간,
이시다와 함께 울었다.
몇 년 전,
재판에서 피해자 증언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오던 날
버스에서 느꼈던 그 선명함이 떠올랐다.
보고 있음에도 보이지 않았고,
함께 있음에도 느낄 수 없었던 세상, 그리고 사람들.
그 날은 더없이 선명했다.
버스 운전석 밑은 아코디언처럼 펌프로 만들어져있다는 걸
처음 알았다.
햇살이 이마에 내리꽂혔고,
저 멀리서 농사 짓는 사람들이 점처럼 움직였다.
'사람들은 이렇게 보고 살았던 걸까.
얼마나 좋았을까.'
무엇보다도 기뻤던 건,
이제 다 끝났다는 것도,
가해자를 감옥에 보냈다는 것도 아닌,
'바람이 느껴진다'
는 것이었다.
집으로 돌아오는 내내 창밖을 보며 신나했다.
오래도록 봐왔지만 처음 보는 것들을 아이처럼 세어가며.
아직도 내 과거의 장면들에는
곳곳에 수많은 X들이 붙어있다.
기억나지 않는 것들,
보이지 않는 장면들이 많다.
모두 다 떼어낼 수는 없겠지.
지금 보는 세상을 소중히 여길 수 있도록 하자.
느껴지는 바람
들려오는 찻소리
눈에 띄는 작은 벌레들.
보인다는 것만으로도 감사할 수 있도록.
미리네스
17.06.11
재미있게 보셨네요..
ㅋㅋ 저도 한번을 보고 싶어지 마음입니다..
구름 잡는 소리
21.01.01
눈물이 날 것 같아요. 부디 오늘도 아름다운 세상을 보았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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