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어떤 좋은 의도를 가지고 있더라도
공감을 얻지 못하는 말은
누군가에게 비수가 되어 꽂히거나
그냥 벽에 부딪혀 튕기듯 떨어져 나올 뿐이다.
나는
그 친구의 공감을 얻지 못할까
그 친구의 자존심을 상하게 하지는 않을까
염려되어 아무말도 하지 않았었다.
오랫동안 보지 못해도
아무말도 하지 않아도
다시 만나면 또 함께 웃고 조잘거릴 수 있을 것만 같았다.
그런데 오랜 만에 우리가 다시 만났을 때
그 친구가 내게 꺼낸 말은 "다시는 연락하고 지내지 말자", 였다.
그 이유를 물으니
"네가 아무말도 하지 않아서", 라고 했다.
"너의 마음을 아프게 할까 해서 그랬다",는 내 진심은
그 친구에겐 변명이었고 오히려 그 아이를 더욱 화나게 했다.
그 일은 나를 오랫동안 괴롭혔다.
지금도 그 일을 잊지 못하고 있는 나는, 쿨한척 하지만,
실은 아직까지도 고통받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그런데 아이러니하게도 그 일 이후로
나는 더욱 더 말을 조심하는 사람이 되었다.
상대가 물어보기 전에 먼저 내 이야기를 떠벌리는 사람이 되지 않으려고 노력한다.
말 실수 할까봐 sns같은 건 하지 않는다.
가끔 올리는 공개일기도 다시 주어담고 싶어 비공개로 전환하기도 한다.
돌이켜 보면
말하지 않아서 후회한 일보다는
말해서 후회한 적이 언제나 더 많다.
그 친구의 마음을 아프게 한 건 안타까운 일이지만
내가 하지 않은 말로 나를 미워한다면
그건 내가 어찌할 도리가 없다.
남을 미워하는 내 마음은 내가 바로 잡을 수 있지만
나를 미워하는 너의 마음은 나의 영역이 아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