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옌맘
 오늘 Tom이 떠났다.   내인생♥
조회: 1205 , 2018-07-12 12:46

오늘 Tom이 회사를 떠났다. 

이 회사에서 일한지도 어느새 3년이 넘었는데, 
미국회사에서 동양인이라고는 나 하나밖에 찾아볼 수 없는 부서에서 일하면서
적응이 너무도 힘들어 매일 같이 다음날 아침이 되는걸 두려워하며 지낼 때도 있었다. 

그래도 시간이 약이라고 사람들도 하나 둘 사귀게되고, 
강한자가 살아남는게 아니라, 버티는 자가 살아남는 거라고 혼자 되내이며 하루하루 버텼던 시간들이 쌓여서 이제 조금 마음이 편해졌다. 

그래도 마주치면 껄끄러운 사람이 있었는데, 바로 Tom이다. 

내가 버젓이 옆에 있는데도, 다른 사람과 이야기 하면서 쟤는 동양인이라서 늦게까지 일하나보지, 라고 이죽거렸던 Tom. 
나보다 회사 생활도 먼저 시작했고, 일도 잘해서, 평판도 좋은 친구였는데, 나는 그가 너무도 불편했다. 워낙 말하기 좋아하는 성격이라 말도 빠르고, 발음도 너무 흐려서 알아 듣기까지 어려워서 더욱 그랬다. 그리고 하늘을 찌르는 자신감 (미국인 특유의 것이라고 할 수도 있겠지만). 그 자신감이 오만함으로 보여 거북했다. 

다행이 오피스가 이전하면서 내 바로 등 뒤에 있던 그의 자리가 멀~리 떨어지게되어 참 좋아했었는데. 
그런 Tom이 이직을 결정했단다. 
그리고 오늘이 그의 마지막 날이었다. 

오피스 이전 후에는 Tom과 주고 받은 말이 열 단어 이상 되지 않는다. 
어제 송별 파티 때에도 나는 휴가 중이었기 때문에 가지 않았다. 
오늘 Tom이 사람들과 마지막 인사를 주고 받을 때에도 나는 전화를 받고 있어서 짧게 악수만 하고 “good luck” 한마디 해주었다. 

나에게 안좋은 기억을 많이 준 그이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손에 꼽는 몇 안되는 그와의 대화 중에 나의 회사 생활에 큰 도움이 되었던 조언을 준 것도 Tom이다.

이 회사에서 촉망 받는 인재라고 생각했는데, 본인의 더 나은 커리어를 위해 떠나는 만큼, 그곳에서 자신의 역량을 잘 펼치길 바래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