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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여름
 사회 부조리에 눈 감고 있는 비겁함에 반성   합니다.
조회: 1991 , 2018-08-27 04:45
가진 게 없을 때는 잃을 것도 없었기에 두려움이 없었다.
옳은 건 옳다. 틀린건 틀리다 강하게 말할 수 있었다.

10년이라는 시간이 눈 깜짝할 새 지나갔다.
어느덧 작은 회사의 사장이자 한 가장의 아버지가 됐다.
세상은 여전히 엉망이다.

눈에 보이는 것만 볼 땐, 사회가 점점 더 좋아지고 있다는 생각이 들다가도...
그동안 몰랐던 어두운 면을 알게되면, 무기력해질뿐이다.

아들이 태어났다.
이 아이가 10살이 되었을 때,
이 아이가 20살이 되었을 때,

사회가 지금보다 더 나아졌다고 말할 수 있을까?
빈익빈부익부는 더욱 심화되고,
기후변화로 인한 자연재해는 더욱 파괴적이게 되고,
무엇이 옳고 그른지에 대한 판단 기준은 더욱 어려워진다.

"좋은 사람이 되어, 좋은 세상을 만들자"라고 외치던 '10년 전의 나'가
지금의 나를 본다면 무슨 말을 해주고싶을까.
그리고 지금의 내가 '10년 뒤의 나'를 만나면 뭐라고 해주고싶을까.

세상을 바꾸겠다는 순진한 생각, 영웅주의적 망상 따위 집어치우고 
그저 하루하루 행복을 즐기라고 할까. (그 놈의 YOLO~)
아니면, 0.0001%의 가능성이라고 하더라도 큰 꿈을 잃지 말라고 할까.

태풍에 부모님 농장이 피해를 입을까 마음 졸이면서도,
당장의 내 집은 튼튼하고, 내 몸은 편하니까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고,
직원들이 업무과잉으로 고생하고 있는 것 뻔히 알면서도,
'더 큰 고민'을 해야한다는 '핑계'로 방치하고 있다.

나 스스로도 나 자신이 하찮은 인간이라는 것을 부인할 수 없을 때,
내가 정의라고 생각하고 있는 수많은 것들이 현실에서 처참히 짓밟히는 것을 바라볼 수밖에 없을 때,
마음이 힘들다.

나를 드러내고 어디서 이런 이야기를 할 수 있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