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완벽주의자다.
물건 하나를 사는 데 길면 몇 달이 걸리기도 한다.
내 마음에 드는 물건이 나타날 때까지 절대 사지 않기 때문이다.
지금도 두 달 째 지갑을 못 사고 있다.
일본까지 가서 살펴봤지만 마음에 드는 것이 없어서 사지 못했다.
옷을 살 때도 지나가다 본 옷을 사는 일은 거의 없고,
온오프라인 시장조사를 마친 후에 가장 마음에 드는 것으로 사곤 한다.
구매는 물론 오프라인이다. 직접 보고 입어봐야 하기 때문이다.
지금까지는 이런 성격 때문에 크게 불편한 점은 없었다.
쇼핑이 좀 힘들다는 점?
하지만 돈이 없는 나에게 쇼핑을 잘 하지 않는다는 건 오히려 좋은 점이었기에
굳이 고치려 하지 않았다.
쇼핑 외의 다른 선택들을 하는 데 역시 시간이 많이 들었지만,
그만큼 선택한 후에 후회없이 그 일에 몰두할 수 있었기에 괜찮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지금은 진지하게 이 완벽주의가 내 앞길을 가로막고 있는 것 같다.
옷이야 사야할 시점이 정해져 있으니 어느 정도 살펴보고 결국은 사게 되는데,
진로를 선택하는 건 그렇지가 않다.
언제까지 선택하라고 누가 정해 놓은 것도 아니고,
살펴봐야 할 경우의 수도 훨씬 많기 때문이다.
나는 다음 행보를 정하는 데에도 옷을 살 때와 마찬가지로
완벽한 선택을 위해 기다리고, 또 기다리고 있다.
지난 2월에 졸업한 후 10개월 동안 선택을 못 하고 있는 것이다.
이건 두 달 동안 지갑을 못 사는 것과는 차원이 다른 문제다.
어떤 선택을 하는 데 10개월이 걸린다는 건 너무나 심한 것이다.
내 인생을 완벽하게 설계하고 지금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의 선택을 하겠다는
압박감이 아무 것도 선택하지 못하게 가로 막고 있다.
완벽주의를 버리는 연습을 해야겠다.
일단 물건을 빨리 빨리 사는 연습부터 해야지.
적당히 돌아보고 적당히 사서 쓰는 연습을 해야겠다.
빠른 의사결정을 하는 연습을 해보자:)
물론 원하는 것을 찾기 위해 노력하고 기다리는 게 무조건 나쁘다는 말은 아니다. 다만 그런 물건을 만나는 건 어떻게 보면 우연인데,
(내가 우연히 정말 마음에 든 다이어리를 찾은 것처럼)
언제나 그것을 바랄 수는 없지 않은가?
그리고 꼭 그렇게 완벽한 물건만을 가질 필요도 없지 않은가?
일단 내일은 내가 지금껏 본 지갑 중에 가장 마음에 드는 것으로 하나 사야겠다.
빠르고 효율적으로 의사결정하는 연습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