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벽주의를 극복해보고자 책을 하나 샀다.
지금의 조건에서 시작하는 힘, 이라고
스티븐 기즈라는 블로거가 쓴 책이다.
완벽함을 추구하는 것과
완벽주의는 다르다며
완벽함을 추구하는 것은 자신이 완벽하고자 하는 일에서 최선을 다하는 것이지만
완벽주의는 완벽하지 않은 그 어떤 것도 받아들일 수 없는 상태라고 했다.
이 두 가지는 정말 차이가 있어보인다.
그러면서 완벽주의의 부작용을 몇 가지 이야기하는데,
그 중 나에게 가장 와닿았던 것은
시작하지 못한다는 것이었다.
지난 1년 간 내게 큰 문제였던 것!
완벽한 시나리오가 그려지기 전까지는 꼼짝도 하지 않았던 것 말이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작은 습관'을 길러야 한다고 했다.
완벽하지 않은 시나리오라도
완벽하지 않은 상태에서
완벽하지 않은 작은 행동을 시작하고
완벽하지 않은 과정을 인정하고
완벽하지 않은 결과를 받아들이는 것.
이렇게 작은 행동들이 모여 결국은 성공으로 이어지고
자기 자신에 대한 감정도 변화시킨다는 요지의 글이었다.
아직 끝까지 다 읽지는 않았지만
매우 흥미로운 논리였고
일상 생활에 실천해본 결과 꽤 유용했다.
간단히 말하면
일단 아무거나 아주 작은 일을 하라,
는 것이다.
나는 며칠 전부터 마일리 사이러스 복근 운동을 이틀에 한 번씩 하기로 마음 먹었는데
이 핑계 저 핑계 대면서 스킵하기 일쑤였다.
공부하다가 10시가 넘어버리면
아 너무 늦어서 안 돼, 라면서 넘기는 것이었다.
그래서 그냥 목표를
마일리 사이러스 복근 운동 동영상 틀어놓기, 로 바꿨다.
그랬더니 그 김에 운동도 하게 되었다.
아르바이트 구하는 것도 꽤나 오래 고민했다.
내가 원하는 조건에 꼭 맞는 일이 나타나기를,
아니 그것보다도 먼저
내가 원하는 조건이 딱 생기기를 기다렸던 것이다.
그래서 그냥
아르바이트 지원서 두 장 넣기,로 할 일 목록에 넣어버렸고
결과적으로 오늘 저녁에 두 군데에 지원했다.
내일 연락이 올 지 안 올 지는 모르겠지만!
엉덩이가 훨씬 가벼워진 느낌이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동기부여를 믿지 말라는 의견이 인상적이었다.
나는 프로 결심러여서
이것도 하겠어, 저것도 하겠어, 결심하기 일쑤였다.
그리고 결심이 생기기 전까지는 그 어떤 것도 할 수 없다며
결심만 열심히 했는데,
저자에 따르면 어떤 일을 하는 데 있어 동기부여는 좋은 시작이 되어주지만,
그렇다고 해서 그 일을 하는 내내 동기부여에 의존할 수는 없다고 한다.
동기, 는 감정이고
감정은 시시각각 변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저자는 감정인 동기부여보다도
행동, 즉 작은 습관을 통해 일을 해나가야 한다고 주장한다.
꽤 흥미로운 주장이었고
그래서 나도 한 번 해보기로 했다.
내가 무엇을 하기로 결심하는 지가 아니라
과거의 경험을 토대로 나를 파악하고
그에 맞게 행동방식을 결정하기로 했다.
예를 들어,
장을 볼 때도,
"오늘부터 신선한 야채를 먹겠어!! 브로콜리를 사볼까?"
라고 호기 넘치게 쇼핑을 하는 게 아니라
"매일 야채를 먹어야겠다. 경험적으로 나는 브로콜리 삶는 게 귀찮아서 안 먹을 게 뻔해.
하지만 오이는 간단하고 시원해서 자주 먹지. 그러면 오이로 시작해야겠다."
하는 식이다.
.
.
지난 며칠간 아주 생산적으로 보냈다.
그 전 날에 다음 날 할 일을 목록으로 적어놓고
그냥 무조건 했다.
완벽하든 아니든,
어쨌든 일단 다 했다.
예를 들어 오늘 토익 1 set를 풀었는데
사실 예전의 나 같았으면 절대 안 했을 것이다.
"아 지금 좀 졸려. 맑은 정신 상태에서 풀어야 점수가 잘 나올텐데. 내일 할까?"
"이런 정신 상태로 풀면 시험지 낭비야. 내일 '제대로' 풀자."
하지만 이 책의 부제 자체가
'제대로 하려다 시작조차 못하는 당신을 위한 기적의 행동 법칙'이다.
저자는 '제대로'하는 것보다 일단 '하는 것'에 초점을 맞추라고 한다.
그래서 그냥 풀어보았다.
제대로 못 풀어도 그냥 풀어보지 뭐.
결과적으로 낮에 풀었던 거랑 점수는 똑같았다.
집중력에 별로 차이도 없었다.
그냥 내 핑계였을 뿐이다.
중간중간에 위기도 좀 있었다.
리스닝을 풀던 중에 바깥에서 소리가 나서 끊겨버린 것이다.
집에 혼자 있는 터라 긴장해서 무슨 소린 지 살펴보다가 끊겼다.
전 같았으면 기분이 상했을 것이다.
"아 이번 세트는 망쳤어"
하면서 풀 의욕을 잃었겠지.
하지만 오늘은 그냥 풀었다. 뭐 어때.
결국 금방 집중해서 다시 풀었고, 별 문제는 없었다.
.
.
완벽주의를 버리면
일을 더 못하게 되지 않을까, 걱정이 될 수도 있지만
사실 논리적인 질문은 아닌 것 같다.
그 전에 선행되어야 하는 질문이
"완벽주의가 내가 일을 더 잘 하게 해주는가?"이며
답은 사실 "아니"다.
완벽함에 대한 추구는 내가 일을 더 잘 하게 해주지만
완벽하지 않은 것을 참지 못하고
완벽하지 않을 바에야 시작도 하지 않겠다는 마음가짐은
내가 새로운 일을 시작하는 것을 막고
시작한 일을 지속하는 것을 방해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완벽함 자체에 대해 생각할 때보다는
그냥 지금 하고 있는 일 자체에 집중할 때 오히려 수행의 질이 높아진다.
게다가 내 성격 상 일단 시작하고 집중하기만 하면 잘 하게 되기 때문에
시작하는 게 가장 중요하다.
앞으로 제대로 하든 말든 일단 시작하는 연습을 해야지:)
정말 내가 얼마나 완벽주의가 심하냐면
가끔은 로봇이 되고 싶다는 생각을 하기도 했었다.
가장 효율적이고 군더더기 없이 선택하고 행동하고 싶어서.
왔다갔다 하는 감정의 변화 없이,
프로그래밍 된 일은 틀림없이 해내는 로봇 같아지고 싶었다.
아무튼,
사람은 로봇 같을 수 없다는 것을 인정한다.
불완전함과 불안정함을 받아들이기.
.
.
그리고 덧붙여서
누군가에게 받아들여지기 위해서 꼭 완벽한 사람이어야 하는 건 아니라는 점,
도 다시금 깨닫는다.
사실 나는 타인에게는 그렇게 엄격하지 않은 데
나 자신에게 굉장히 엄격하고
완벽하지 않은 모습을 보여주기 두려워하는 편이다.
그래서 나 자신이 마음에 들지 않을 때에는
사람도 잘 만나지 않고 숨어 있는다.
하지만 세상에 보이지 않는 완벽한 사람보다는
가끔 실수하고 창피해하기도 하지만 보이는 사람이 더 낫지 않겠나,
하는 저자의 말에 동의했다.
나도 나의 불완전함과 완벽하지 않음을 인정하고
두려움을 내려놓고 사람들에게 다가가야지.
책 리뷰 끝.
이제 하루에 5자씩 외우기로 한 한중일 한자를 외우러 간다.
어제 외운 거 또 까먹었지만
그래도 일단 하러 가기로! :D